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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들이 알아두어야 하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자영업자들이 알아두어야 하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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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에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가법')에 상가임대차의 권리금 보호 규정이 도입되었습니다. 한쪽에서는 규정이 모호하고, 사유재산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는 비판을 하고, 다른 쪽에서는 법이 있어도 무용지물이라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여러 쟁점에 대해서 대법원 판결로 아직 명확하게 정리가 안 되다 보니 일선 법원에서 혼선도 있습니다. 하지만 벌써 법이 시행된 지 3년이 되어 지방법원과 고등법원에서 판결이 쌓이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권리금과 관련된 하급심 판결 내용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그 두 번째로 "권리금 일절 인정하지 않기로 한 특약의 효력은?"이라는 물음에 대한 법리 논쟁을 소개하겠습니다.

권리금 일절 인정하지 않기로 한 특약의 효력?

[권리금 관련 상가법 내용]
- 권리금이란 영업시설, 노하우, 위치에 따른 영업상 이점 등 유형·무형의 재산적 가치의 대가이다.
- 임대인(이하 '건물주')은 임차인(이하 '세입자')이 주선한 새로운 세입자가 되려는 사람으로부터 권리금 받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 건물주가 새로운 세입자가 되려는 사람에게 월세 및 보증금을 현저히 높게 요구하는 행위는 방해행위에 해당한다.
- 건물주가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면 세입자는 권리금 상당 손해배상권을 갖는다.
- 상가법 규정에 어긋난 특약 중 세입자에게 불리한 것은 무효이다.

무엇이 문제인가요?

권리금 보호 제도가 만들어지기 전에 건물주들은 대개 계약서 특약에 "일체의 권리금을 주장할 수 없다"는 문구를 넣어 왔습니다. 그런데, 2015년도 권리금 보호 규정이 상가법에 들어오면서, 그 전에 체결한 계약서의 특약에 들어 있던 이 문구의 효력에 관해서 다툼이 생겼습니다.

상가법에는 상가법 규정을 위반하고 세입자에게 불리한 것은 무효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세입자들은 권리금 포기 특약은 상가법 규정을 위반했고, 세입자에게 불리하니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처음 임대계약을 할 때는 권리금 보호제도가 없었으니 특약을 유효하다고 봐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습니다.

어떤 건물주는 더 확실하게 해 놓으려고 권리금 배제 문구를 '제소전화해조서'(이하 '화해조서')에 넣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하면 건물주는 법원의 판결문 없이도 '화해조서'를 가지고 판결문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화해조서'로 권리금 보상 없이 세입자를 강제로 내보낼 수 있게 됩니다. 건물주는 "판결문과 효력이 같은 '화해조서'에 권리금 포기 문구가 있으니 세입자는 권리금 주장 못하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권리금 배제 특약은 무효입니다. 1, 2심 법원에서 권리금 배제 특약이 세입자에게 불리해서 무효이고, '제소전화해조서'에 권리금 배제 특약을 넣었어도 마찬가지라고 판결하였습니다. 권리금 배제 특약이 유효라는 1, 2심 판결은 아직 발견되지 않습니다. 대법원의 명시적 판결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판결들의 논리적 근거('논거')는 무엇인가요?

권리금 배제 특약에 효력이 없다는 이유는 대체로 이렇습니다.

▷권리금 배제 특약은 세입자에게 불리하고, 상가법을 위반한 특약이다.

▷이 특약은 세입자가 건물주에게 권리금을 청구할 수 없다는 내용이지, 상가법이 규정한 세입자의 손해배상권을 포기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다시 말하면, 상가법은 건물주에게 세입자가 권리금 회수하는 것을 방해하지 말도록 하면서 방해할 경우 세입자에게 손해배상권을 주고 있는데, 이 특약은 이런 손해배상권을 포기하는 내용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특약은 상가법에 권리금 보호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 작성한 것이라서 특약 당시 없었던 손해배상권을 건물주와 세입자가 미리 포기하는 특약을 할 수도 없다.

▷'화해조서'에 권리금 배제 특약이 있어도, 세입자가 손해배상권을 포기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세입자는 권리금 상당액 손해배상을 소송에서 청구할 수 있다.

논쟁거리

①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국가이고, 사적자치원칙, 즉 계약자유원칙이라는 것이 있는데, 건물주와 세입자가 서로 도장 찍은 계약서에 들어 있는 특약이 왜 무효인가?

이런 의문을 제기하시는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 맞는 말씀이지만 계약자유가 무제한적으로 보장될 수 없겠죠. 법 중의 법이라고 하는 헌법은 사유재산권에 대한 '한계'를 법률로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재산권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게 행사해야 한다고도 규정하고 있습니다.

상가법만 세입자 보호 규정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민법과 주택임대차보호법에도 법을 위반하고 세입자에게 불리한 특약은 무효라는 규정이 있습니다. 모두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규정입니다.

② 권리금 제도가 도입된 2015년 이후에 '화해조서'를 작성하면서 권리금 상당 손해배상권을 포기하는 내용을 넣으면 효력이 있나?

대법원은 '화해조서'에 법에 위반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도 유효라고 합니다. 단순히 권리금 포기하는 내용으로 '화해조서'를 받으면, 위에 설명한 것처럼 효력이 없지만, 명확하게 권리금 상당 손해배상권을 포기한다는 내용으로 '화해조서'를 받으면 효력이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세입자가 권리금 상당 손해배상권을 주장할 수 없게 됩니다.

뭔가 이상하죠. 단순히 계약서에 그런 특약이 있으면 무효이지만, 화해조서에 그 내용이 들어 있으면 유효라니... '화해조서'는 그만큼 효력이 강력합니다. 법을 위반한 내용이 '화해조서'에 들어 있어도 유효하게 됩니다. 그래서 통상 법원은 법을 위반하는 내용이 들어 있는 '화해조서'가 신청되면 그 조항을 빼라고 명령을 합니다. 법을 위반한 '화해조서'가 만들어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죠.

하지만, 법원마다 그런 노력의 정도가 다릅니다. 어떤 법원은 꼼꼼하게 살피는가 하면, 어떤 법원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죠. '화해조서'를 담당하는 법원도 매의 눈으로 살펴봐야 하지만, 세입자도 꼼꼼히 살펴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김남주 기자는 법무법인 도담 상가임대차소송센터 변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상가임대차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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