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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결정에 따른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먼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장관직을 내려놓더니, IS 격퇴전 특사 브렛 맥거크가 22일(현지 시간) 사임 의사를 밝혔다. CNN·AP 등 외신은 시리아 철군에 대한 반발로 맥커크 특사가 사임했다고 전했다. 

트럼프의 시리아 철군은 국제 정치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자신의 트위터에 "난 수년간 공언해 왔다,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후보 시절 '미국 우선(America First)'을 내세우며 미국의 군사개입을 줄여 나갈 것을 공언했었다. 이번 시리아 철군 결정은 대선공약 이행인 셈이다. 이 지점에서 트럼프는 왜 미국의 군사개입을 줄여나가려 할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돈'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군사행동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그의 지난 발언을 살펴보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미국 현지시각)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월 7일(미 현지시각)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C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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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동 전쟁에 개입해 7조 달러를 낭비했다." - 2018년 3월 29일 
"올해 국방비로 7160억 달러를 썼다. 정신나간 일." - 2018년 12월 3일 


트럼프의 사고는 간단하다. 군사개입을 줄이고, 그 기회비용으로 미국을 이롭게 하자는 말이다. 그는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16년 4월 이 점을 분명히 강조했다. 

"우리는 국가부채가 19조 달러(한화 약 2경2000조 원)이고, 곧 21조 달러가 되려는 상황에서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할 수는 없다."

이 같은 사고방식에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시절 주한미군 분담금을 자주 건드렸다. 그는 2016년 5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앵커 :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 지명자가 최근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한국의 경우 주한미군 인적비용의 50%가량을 부담한다'고 증언했는데 어떤 생각인가?"
트럼프 : "100% 부담은 왜 안 되는가?"
앵커 : "한국, 일본, 독일 등 미군 주둔 국가 측에서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취지인가?"
트럼프 : "당연하다. 그들은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이후에도 주한미군 분담금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중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유력 경제신문인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7일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주한미군에 현저히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그는 한국이 현재의 2배를 부담하기를 원한다"라고 관련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군사개입을 줄여 나가려는 트럼프의 계획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아직 예측하기는 이르다. 미국의 외교-안보정책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군산복합체가 트럼프 행정부에 일격을 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의미 있는 논쟁거리를 던져준 점은 분명하다. 

21세기 되살아난 '고립주의' 외교 노선

미국의 대외정책은 제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고립주의와 국제주의가 대립하는 구도였다. 그러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옛 소련의 영향력 차단을 위해 국제 문제에 적극 개입하기 시작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트럼프는 과거의 유물인줄로만 알았던 고립주의를 되살린 셈이다. 

미국이 고립주의로 회귀할 경우 국제질서가 흔들릴 것이란 불안감이 없지 않다. 매티스 국방장관의 사퇴를 불러온 시리아의 경우가 그렇다. 

시리아는 2011년 4월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에 반기를 든 반군과 정부군의 내전으로 혼미 상태다. 여기에 이슬람국가(IS)와 러시아가 차례로 개입하면서 양상은 더욱 복잡해졌다.
 
한미 안보협의회의 후 기자회견하는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 2017년 10월 28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안보협의회의 후 기자회견하는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
▲ 한미 안보협의회의 후 기자회견하는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 2017년 10월 28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안보협의회의 후 기자회견하는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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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미군이 철수하면 어떤 양상으로 흐를지 예측불허다. 또 영국·프랑스 등 전통적인 우방과의 관계 역시 영향이 불가피하다. 이를 의식한 듯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동맹국들에 존경을 보여주지 않고서는 미국의 국익을 보호할 수 없다, IS 대테러 연합은 그 증거였다"라고 적었다. 

그러나 한국 입장에서 '미국의 군사 역할 축소가 바람직하다'는 견해도 나온다. 그간 미국이 국제 문제에 과도하게 개입해왔기 때문이다. 냉전 시절엔 공산주의를 저지한다는 명분을 내세웠고, 탈냉전기엔 테러를 예방한다는 대의를 앞세웠다. 하지만 미국의 개입이 반드시 국제질서의 안정을 가져온 건 아니다. 2003년 이라크 침공을 예를 들어보자. 

당시 부시 미 행정부는 중동에 민주주의를 가져다주겠다며 이라크를 침공했다. 일단 미국은 후세인 정권을 축출하는 데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가 바라던 대로 이라크에 민주주의가 찾아오지는 않았다. 오히려 미국의 지지를 등에 업고 집권한 시아파 누리 알 말리키는 시아파 편향 정책을 펼쳤고, 이는 수니파 근본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발흥을 불러왔다. 

한반도라고 예외는 아니다. 미국은 북한의 남침을 막고 한반도에 대한 옛 소련·중국의 영향력에 대응하기 위해 남한에 미군을 주둔시켰다. 그러나 탈냉전기 안보 구도는 심각한 불균형 상황이다. 한반도 문제의 권위자 중 한 명인 셀릭 해리슨은 자신의 책 <코리아 엔드게임>에서 미국이 북한을 과잉 억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군사력이 한반도의 지정학적 변화상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냉전 종식에도 불구하고 주한 미군의 역할은 한반도에서 지정학적 상황이 재조정되는 것과 보조를 맞춰 변화하지 못했다. 남한 내 미군 주둔은 북한 쪽에 대한 중국과 소련 군사력의 영향력에 대응한 것이었다.

현재 러시아는 북한에 대해 더 이상의 방위 공약을 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북한에 대해 명목상의 방위 공약을 유지하고 경제 원조를 계속해 오면서도 실제로는 남한과 계속 가까워지고 있다. 러시아나 중국은 모두 성실한 중재자 역할을 맡으려 하고 있다. 그래서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도 그렇게 하기를 원하고 있고 북한도 미국이 그러길 원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결정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결정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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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시리아 철군 조치가 주한미군에도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주한미군 지위가 영향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량살상무기(WMD) 조정관은 지난 22일 자유아시아방송(RFA)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더 많은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하며 압박할 수 있겠지만 미군 철수를 명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시리아 철군 조치가 미칠 파장과는 별개로 주한미군 지위는 분명 재조정이 필요하다. 더구나 4.27 판문점선언, 9.19 평양선언 등 한반도 냉전체제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고 있는 시점이기에 그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다. 특히 셀릭 해리슨이 지적한 '성실한 중재자' 역할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번 시리아 철군 조치는 트럼프가 내세운 '미국 우선' 정책이란 큰 맥락에서 바라봐야 한다. 이 정책이 어떤 결과를 낼지 아직 예단은 이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을 면밀히 예측하고, 대비해 나가야 한다.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충청지역 인터넷 신문 <굿모닝충청>에 동시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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