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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마드리드 왕궁 앞 광장. 친환경 전기모터 보드인 세그웨이를 타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마드리드 왕궁 앞 광장. 친환경 전기모터 보드인 세그웨이를 타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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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태운 버스가 '신비의 고도' 톨레도를 벗어나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 가까워집니다.

"이베리아 반도 여행의 하이라이트이자 마지막 여정인 마드리드에 도착합니다. 마지막이라니 좀 섭섭하지 않으셔요? 여행은 늘 아쉬움이 남는 법이잖아요. 그런데, 마드리드는 활기가 넘치는 데다 낭만이 있는 곳이어서 이번 여행을 멋지게 마무리할 겁니다."

가이드는 세계에서 '바르(Bar)'가 가장 많기로 유명한 마드리드라고 합니다. 마드리드 사람들의 삶 속에는 바로 지금이 행복하고, 그래서 낙천적이고 제대로 놀 줄 아는 멋이 있다는 걸 덧붙입니다. 우리는 행복이 뭔가를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하며 마드리드 여정의 짐을 풀어놓습니다. 하늘은 높고 흰 구름은 두둥실 떠 있습니다.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는 활기차다

이베리아 반도 정중앙에 위치한 마드리드는 스페인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입니다. 도시 전체에서 모던함이 흐르지만,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역사와 예술의 도시로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오후 늦은 시간, 우리 일행은 유서 깊은 마드리드 왕궁에 도착합니다. '백색의 제왕'이라는 별칭을 가진 밝은 회색건물의 왕궁이 투명한 모습의 빛을 받으며 모습을 드러냅니다. 널찍한 광장에 버티고 있는 고전주의 바로크양식의 웅장한 건축물은 보는 것만으로도 넘치는 힘이 느껴집니다. 
 
전체길이가 131m의 웅장한 모습의 마드리드 왕궁. 화강암을 사용하여 투명한 빛에 물들 때 더욱 아름답다고 합니다.
 전체길이가 131m의 웅장한 모습의 마드리드 왕궁. 화강암을 사용하여 투명한 빛에 물들 때 더욱 아름답다고 합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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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거대한 성채의 일부처럼 보이는 전체 길이 131m의 마드리드 왕궁은 옛 무슬림 요새의 일부였다는 사실이 새롭습니다. 아내와 함께 왕궁 앞 광장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왕궁이 세월의 더께가 쌓여 어둡고 무겁게 느껴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네!"
"흰색의 화강암을 사용해 지은 것이라 그런 것 같아."
"웅장하지만 밝고 날렵한 느낌도 들구."
"맞아, 시원시원한 느낌을 주는 호화궁전이야!"
 
 
웅장하고 화려한 마드리드 왕궁.
 웅장하고 화려한 마드리드 왕궁.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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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가장 큰 마드리드 왕궁은 역사적으로도 기념비적인 건축물입니다. 왕궁이 있는 자리는 9세기 이슬람요새가 있던 곳으로, 카스티야 왕들이 도시를 탈환한 후 펠리페 2세가 왕궁을 이곳으로 옮겼다고 합니다. 그리고 1734년 크리스마스 때 화재로 소실되는 아픔이 있었는데, 펠리페 5세에 의해 화재를 피하기 위해 화강암으로 왕궁을 재건하였다는 것입니다.

2800여 개나 되는 방으로 이루어진 왕궁은 유럽에서 규모면이나 아름다움에서 세계적으로 손꼽힌다고 알려졌습니다. 관광객들에게는 50여 개의 방만 개방하고, 카메라 촬영은 금하고 있습니다.

어느 방을 둘러보아도 화려한 가구, 수많은 예술적인 도자기, 유명한 미술작품들이 소장되어 있어 여느 박물관 못지않다고 합니다. 왕궁은 마드리드의 훌륭한 박물관 역할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알무데나 성당의 기적
  
오리엔테 광장에는 펠리페 4세 동상이 광장 중심에 서있습니다. 펠리페 4세는 1621~1665년에 스페인을 통치했던 국왕입니다.
 오리엔테 광장에는 펠리페 4세 동상이 광장 중심에 서있습니다. 펠리페 4세는 1621~1665년에 스페인을 통치했던 국왕입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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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엔테 광장에는 옛 카스티야 왕국을 지배하였던 역대 국왕들의 동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오리엔테 광장에는 옛 카스티야 왕국을 지배하였던 역대 국왕들의 동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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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왕궁 바로 앞 동쪽 광장 중심에 있는 오리엔테 광장으로 갔습니다. 둥근 분수대 위에 청동상 하나가 보입니다. 펠리페 4세의 동상입니다. 양쪽 검은 사자를 거느린 기마상이 말 뒷굽만을 의지하여 서있는 동상에서 역동감이 느껴집니다. 광장 주변에는 역사 속 군주들의 모습을 형상화한 조각들이 있고, 아름다운 화단과 수목들에서 쉬면서 담소를 나누기에 좋습니다.

왕궁과 어깨를 마주하고 있는 건물이 알무데나 성당입니다. 성당은 로마 가톨릭의 마드리드 대교구 대성당으로, 건축에만 무려 100여 년이나 걸려 1993년에 완공이 되었다 합니다. 
 
새로운 수도에 걸맞은 건축을 한 알무데나 대성당. 아랍어 성(城)을 뜻하는 '알무데나'에서 성모상이 발견된 데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새로운 수도에 걸맞은 건축을 한 알무데나 대성당. 아랍어 성(城)을 뜻하는 "알무데나"에서 성모상이 발견된 데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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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무데나 성당 이름의 유래에는 기막힌 사연이 있습니다. 8세기경 이슬람세력이 마드리드를 점령하자 자신들의 성모상이 파괴 되는 게 두려워 '알무데나' 성벽 속에 숨겨두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후 370년이나 지난 뒤에야 기적적으로 성모상이 발견되었다는 것입니다. 마드리드를 수복한 알폰서 6세의 행렬이 지나는 순간, 성벽이 무너지게 되면서 성모님이 세상 밖으로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알무데나 대성당은 바로 이 성모님을 모시면서 이름이 지어졌다는 것입니다. 오랜 세월 캄캄한 성벽 속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고귀한 성모님을 시간에 쫓겨 못 뵙게 되어 못내 아쉽습니다.

기하학적 모습의 사바티니 정원

아내와 나는 다시 왕궁 앞 광장으로 나왔습니다. 광장에는 수많은 사람들로 활기가 넘쳐납니다. 특히,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힘찹니다. 
 
자유분방한 광장에서는 축구의 도시 마드리드답게 축구공으로 묘기를 뽐내는 사람이 있어 한참을 구경하였습니다.
 자유분방한 광장에서는 축구의 도시 마드리드답게 축구공으로 묘기를 뽐내는 사람이 있어 한참을 구경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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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젊은이들이 안전모를 쓰고 타는 게 뭐야?"
"당신, 저거 몰라? 세그웨이라는 거야! 저걸 타고 주요 관광지를 찾아 씽씽 편하게 달린다잖아."


나는 처음 본 세그웨이가 신기합니다. 세그웨이는 전기모터를 이용하여 타는 보드의 하나인데, 마드리드 주요 관광지를 이동하는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인기가 좋다고 합니다. 그냥 걷는 것보다 훨씬 편할 것 같습니다. 
 
광장 앞 금속으로 만든 장난감 인형의 악대. 재활용품을 이용하여 멋진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광장 앞 금속으로 만든 장난감 인형의 악대. 재활용품을 이용하여 멋진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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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 전시되어 있는 역동적인 장난감 군악대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장난감들을 자세히 보니 모두 빈 깡통을 비롯한 온갖 재활용품을 이용하여 만든 작품입니다. 금방이라도 멋진 하모니의 오케스트라 연주가 시작될 것 같습니다. 깨끗한 환경을 지키자는 퍼포먼스였습니다.

마드리드 왕궁은 녹색의 푸른 정원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녹색의 정원이 허파처럼 맑은 산소를 내 뿜을 것 같고, 푸르름과 함께 산들바람에 섞여 시원함을 선사합니다.

이제 왕궁 북쪽에 있는 사바타니 정원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이 정원은 원래 왕궁 북쪽에 접한 마구간이었는데, 이를 설계한 이탈리아 건축가 프란체스코 사바티니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사바티니 정원. 마드리드 왕궁에 딸린 정원으로 전체적으로 완벽한 대칭 조의 기하학적 형태로 꾸며져 있습니다.
 사바티니 정원. 마드리드 왕궁에 딸린 정원으로 전체적으로 완벽한 대칭 조의 기하학적 형태로 꾸며져 있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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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칭구조로 깔끔하게 잘 다듬어진 정원이 참 아름답습니다. 푸른 잔디, 자연 상태의 나무와 기하학적으로 가꾼 수목들이 빽빽이 들어섰습니다. 작은 숲을 이루며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건강한 나무들이 아주 보기 좋습니다. 아내가 왕궁에서 내려다보이는 정원을 바라보며 말을 합니다.

"이곳 마드리드에선 사람들 괴롭히는 미세먼지 걱정은 별로 안 해도 되겠어."
"맞아! 공기가 깨끗하고 맑으니까!"
"푸른 하늘아래 녹색 정원의 시원함, 너무 기분 좋네."
"그러게 말이야. 여기선 마스크 쓰고 다닐 일이 거의 없을 것 같아!"


우리는 푸른 하늘을 쳐다보며, 또 싱그러운 정원을 바라보며 깊은 숨을 마셔봅니다. 가슴으로 전해지는 청량감이 깊숙이 느껴집니다. 초록의 정원과 높고 높은 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마드리드 왕궁이 정말 멋들어집니다. 마드리드가 참 부럽습니다.

태그:#스페인, #마드리드, #마드리드 왕궁, #알데무나 대성당, #사바티니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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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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