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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학교 재학생 안드레씨는 총장연임 반대와 총장선거 직선제를 요구하며 지난 13일부터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동국대학교 재학생 안드레씨는 총장연임 반대와 총장선거 직선제를 요구하며 지난 13일부터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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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학교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이 한태식(보광 스님) 총장의 연임 반대와 총장직선제를 요구하며 지난 13일부터 학내 11m 조명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진행 중이다. 22일 기준 10일째다.

이미 2015년 동국대 재학생 최장훈씨가 같은 장소에 올라 총장 당선 무효 및 총장선거 전면 재실시를 요구하며 45일 동안 고공농성에 들어갔던 사실을 감안하면 재학생이 학내에서 고공농성을 진행하는 것은 두 번째다. 학교 쪽은 "대화 창구는 언제나 열려 있다"면서 "총장 선거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안 나온 시점에서 학생들이 고공농성을 진행한 것은 좀 이른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지난 20일 오후 동국대에서 고공농성 중인 학생을 <오마이뉴스>가 직접 만났다. 

'스펙 때문에 농성하냐'는 질문을 받은 '안드레'

동국대학교 만해광장 조명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진행하는 학생의 이름은 안드레(29)다. 기독교의 열두 사도와 같은 이름이다. 이 때문일까? 불교대학인 동국대에서 기독교 모태신앙을 가진 안씨의 행동을 곱지 않게 보는 경향도 있다. 실제로 안드레씨가 고공농성을 시작하자 동국대 온라인 게시판에는 대뜸 '스펙 쌓기를 위한 것 아니냐?'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안드레씨는 "게시판에 그런 글이 올라오지만 깊게 새겨듣지 않는다"며 "대부분의 학생은 동조하기보다 함께 싸우고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만난 학생들의 반응도 안씨의 말과 다르지 않았다. 학생들은 조명탑을 지날 때 고공농성 중인 안씨를 부르며 인사하거나 핫팩과 주전부리를 들고 농성장을 지지 방문했다. 

온라인에서도 농성을 지지하는 패러디 영상이 자발적으로 만들어져 올라오고 있다. 힙합 가수 마미손의 뮤직비디오를 패러디한 '동국점프'라는 영상이 SNS를 중심으로 큰 관심을 끌고 있는데, 19일 오후 게시 이후 사흘 만에 페이스북에서 300개 넘는 공유와 3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안드레씨는 "'동국점프'라는 패러디 영상 주인공은 2015년 이사장 및 총장 퇴진을 요구하며 50일 동안 단식하다 '학생명부 폐기'를 이유로 무기정학 당한 김건중 학생"이라면서 "건중이가 만든 패러디 영상이 활동에 큰 도움이 돼 다행"이라고 밝혔다.

보광 스님, 명예훼손으로 학생들 고소... 교비 횡령 의혹도
 
고공농성장 아래쪽에는 학교 측이 마련한 에어매트가 설치돼 있다.
 고공농성장 아래쪽에는 학교 측이 마련한 에어매트가 설치돼 있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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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고공농성까지 하며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는 현 동국대 총장 보광 스님(속명 한태식) 때문이다. 안드레씨는 "보광 스님은 2016년 종단의 총장선출 개입 및 논문 표절 의혹 등 문제를 제기해 온 학생 대표 4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변호사 비용 550만 원을 학교법인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1심에서 유죄를 받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보광 스님은 지난 4월 12일 1심에서 횡령 등의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벌금 100만원을 선고 받았다. 논란이 크게 일었지만 지난달 2심 재판에서는 무죄판결을 받았다. 

안씨는 "2015년 당시 고공농성은 (보광 스님의) 총장 취임을 반대하면서 총장선거가 잘못돼 원천무효라고 주장한 것"이라며 "이번 고공농성은 총장직선제를 통한 제도적 개선을 마련해 종단 개입을 막아내고, 학생들을 고소하고 징계하고 교비 횡령한 한태식(보광 스님)이라는 종단 낙하산 인사의 총장 연임을 막자는 게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학교 쪽은 "'(총장이) 지금 출마를 하겠다', '연임을 하고 싶다'라고 밝힌 적이 없다"면서 "아직 총장 선거 일정도 나오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학교 관계자는 "보광 스님의 임기는 2019년 2월 28일까지"라면서 "교칙상 총장 연임이 가능하며 이에 대해 보광 스님은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학생을 걱정하는 마음에 농성 당일 보광 총장이 안드레 학생을 찾아 직접 만나려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재수 의원 "총장 만나 학생들 요구 전달하겠다"
 
동국대 출신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공농성 중인 후배 안드레를 만나기 위해 동국대학교 만해광장 조명탑을 지난 20일 오후 방문했다.
 동국대 출신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공농성 중인 후배 안드레를 만나기 위해 동국대학교 만해광장 조명탑을 지난 20일 오후 방문했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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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고공농성장에는 동국대 출신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방문해 안드레씨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전 의원은 "내가 학교 다녔을 때와 달라진 게 없다"면서 "오늘 총장을 만나 학생들 의견을 잘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의사표현을 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지금 학생들이 고공농성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충분히 공감한다"면서 "그래도 가능하면 내려와서 학우들 힘을 모아 함께하는 방법도 좋지 않겠냐"고 안씨에게 제안했다.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안씨가 다시 땅을 밟는 것은 요원해 보인다. 안씨는 "올해는 무조건 못 내려온다고 생각한다"며 "신년을 여기서 맞이하고 싶지 않지만 내년까지 가지 않을까 싶다"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결국 학교의 선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안드레씨가 농성중인 만해광장 조명탑은 11m지만, 본청 앞 만해광장으로 향하는 오르막길 중턱에 위치한 탓에 운동장에서 바라보면 지상 20m가 넘는다. 이 때문에 바람이 약간만 불어도 조명탑 구조물이 흔들리는 게 육안으로 보인다.

안씨는 "바람이 불면 놀이기구 타는 것처럼 앞뒤 좌우로 움직인다"면서 "어지러울 정도지만 건강관리를 위해 매일 아침 물티슈로 샤워도 하고 체조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씨가 소속된 '미래를여는동국공동추진위원회(미동추)'는 22일부터 매주 목요일 저녁 6시 고공농성장 앞에서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총장 직선제 실현·보광 스님 연임반대'를 위한 집회를 열 예정이다.

태그:#동국대, #동국대학교, #전재수, #안드레,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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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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