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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병역법 위법 관련 선고  1일 오전 서초구 대법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병역법 위법 관련 선고를 위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열리고 있다.
 지난 1일 오전 서초구 대법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병역법 위법 관련 선고를 위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열리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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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종교나 양심을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로 봐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데 대한 찬반논란이 거세다. 특히 보수 자유한국당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2일 "'양심의 자유'에도 불구하고 '병역의 의무'는 헌법이 국민에 부여한 신성한 의무라는 점을 깊이 새겨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대법원 판단에 반발하는 집단은 또 있다. 바로 보수 개신교계다. 보수 개신교계는 대법원 판단에 불쾌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보수 개신교계의 반응은 사실 새삼스럽지 않다. 양심적 병역거부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를 때마다 보수 개신교계는 노골적으로 거부 반응을 드러내왔다. 한반도 안보 상황이 불안한 데다 종교분파인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 양심적 병역거부에 앞장선다는 게 이유다.

이번 대법원 판단에 보인 보수 개신교계의 반응도 위 두 가지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엄기호)는 2일 대법원 판결에 대해 "법의 잣대가 소위 '마음대로'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심각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또 여호와의 증인을 겨냥해 "병역거부는 병역기피의 일환일 뿐이며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표현보다 '특정 종교의 병역기피'라고 해야 한다"라며 "집총 및 군사훈련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38개 보수 개신교 교단 연합체로 이들의 입장을 대변해온 한국교회언론회(언론회, 대표회장 유만석)도 1일 논평을 통해 "남북의 대치 상황과(지금은 결코 평화가 정착된 것이 아님) 우리 군의 병력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런 결정을 내리는 것은, 법률이 가진 공공성과 공익성을 도외시한 것이 아닌가 판단한다"라고 지적했다. 또 직접적으로 여호와의 증인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양심적이라고 하지만, 실제적으로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특정 종교인이 99%를 차지하고 있지 않은가?"라고 물었다. 

올해 6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이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에 대해서도 보수 개신교계는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당시 언론회는 논평을 통해 "특히 대부분 특정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그들 종교적 신념으로 병역을 거부한 것임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인데, 여기에 '양심'을 끼워 넣은 것은 오히려 국민들의 반감을 사 왔다"고 주장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보자. 지난 2015년 5월 광주지법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 3명의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무죄 판단을 내린 적이 있었다. 그러자 한기총은 "양심적 병역 거부는 잘못된 종교적 신념에 의한 행동"이라면서 "병역의 의무는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져야 할 책임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법원의 판단으로 인해 자유와 의무의 균형이 깨어질 수밖에 없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언론회 역시 "자신의 특정 종교의 신념 때문에 병역을 거부하는 것이 '양심적 병역 거부'라면,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수고하고 고생하면서 국민의 4대 의무인 '병역의 의무'를 다한 절대다수의 사람들은 비양심적 세력으로 보아야 하는 것인가?"라고 되물으면서 "우리나라는 남북이 첨예한 대치상태에 있어서, 국가 안보를 위해 '국민 개병제'를 택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라고 반응했다.

양심적 병역거부로 안보 불안? 
 
'현역대상입니다'  2017년 첫 병역판정검사가 실시된 지난 1월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병무청 제1병역판정검사장에서 입영대상자가 병역판정을 받고 있다.
▲ "현역대상입니다"  2017년 첫 병역판정검사가 실시된 지난 1월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병무청 제1병역판정검사장에서 입영대상자가 병역판정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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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보수 개신교계의 입장을 검증할 차례다. 먼저 '안보 불안' 운운은 난센스라는 판단이다. 올해 4.27판문점정상회담, 6.12북미정상회담, 9.19평양공동선언 등 일련의 한반도 평화정착 과정을 거치면서 한반도엔 화해의 기운이 충만하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 그리고 김정은 북한국무위원장의 한반도 평화정착 의지는 남달라 보인다. 

더구나 남북은 2018년 11월 1일 0시부터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 따라 지상·해상·공중에서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지했다. 이런 이유로 '지금은 결코 평화가 정착된 것이 아니'라는 언론회의 주장은 시대착오적이다.

종교적 차원은 다소 층위가 복잡하다. 가톨릭과 개신교를 아우르는 기성 그리스도교는 여호와의 증인을 이단으로 여긴다. 그러나 양심적 병역거부의 이유로 내세우는 종교적 신념이 그리스도교의 가르침과 정면으로 위배되지는 않는 것으로 여겨진다. 기성 그리스도교가 여호와의 증인을 이단시 하는 건 양심적 병역거부라기보다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과 구원, 삼위일체 등 여호와의 증인이 내세우는 교리들이 정통 그리스도교의 입장과 다르다는 이유가 더 크다. 

여기서 그리스도교와 여호와의 증인 사이의 교리 논쟁을 언급하지는 않겠다. 이건 종교의 영역에서 다뤄져야 할 문제다. 단, 여호와의 증인이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사회적 논란이 첨예한 의제에 적잖은 고민거리를 던져줬다는 점은 분명 밝혀둬야겠다. 

기성 그리스도교, 특히 개신교는 군복무에 대해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공공연히 군 입대를 장려하고, '신앙인'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로 여기는 분위기가 강하다.

교회마다 차이는 있겠으나 청년부 목회자의 담당 업무 가운데 하나는 군 입대를 앞둔 청년들을 위해 축복하는 일이다. 심지어 어떤 교회에서는 군에 입대하는 청년들을 강단에 세우고 안수기도를 하며, 이들을 위해 파송성가를 불러주기도 한다(기자 역시 군 입대 하루 전날, 담임목사님이 직접 가정을 방문해 안수기도를 해줬다). 

이 지점에서 의문이 든다. 교회가 이렇게 해도 좋을까? 

하느님 나라는 사자와 어린 양이 함께 뛰노는 나라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이사야 선지자는 하느님 나라를 이렇게 표현한다.
 
"늑대가 새끼 양과 어울리고 표범이 숫염소와 함께 뒹굴며 새끼 사자와 송아지가 함께 풀을 뜯으리니 어린아이가 그들을 몰고 다니리라. 암소와 곰이 친구가 되어 그 새끼들이 함께 뒹굴고 사자가 소처럼 여물을 먹으리라." - 이사야 11:6~7 (공동번역 성서)

위에 적은 이사야 선지자의 하느님 나라 묘사는 사실 굉장한 평화의 메시지다. 새끼 양, 숫염소, 송아지는 각각 늑대, 표범과 사자의 먹잇감이다. 그러나 이사야 선지자가 선포한 하느님 나라에서는 양과 늑대가 어울리고, 표범이 숫염소와 함께 뒹군다. 

이뿐만 아니다. 암소와 곰의 새끼들이 함께 뒹굴고 새끼 사자가 소의 먹이를 먹는다. 우리가 알고 있는 생태계의 먹이사슬이 완전히 해체되는 순간이다. 여기서 드러나는 이사야 선지자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강자가 약자를 잡아먹는 약육강식의 법칙이 초월되고, 강자와 약자가 서로 조화를 이루는 곳이 바로 하느님 나라라는 것이다. 

그리스도교는 이 같은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앞장서는 종교다. 예수 그리스도 스스로 자신을 평화의 사도라고 규정했고, 평화를 이루는 이는 '하느님의 아들'로 불리울 것이라고 가르쳤다. 

평화의 복음을 한반도 상황에 적용해 보자. 남북 분단은 외부세력(구체적으로 미국)이 우리 민족에게 일방적으로 짊어지운 고통이다. 그럼에도 우리 민족은 70년 가까이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눠왔다. 이 와중에 남북의 젊은이들은 가장 소중한 젊음의 시간 중 일부를 군복무에 바쳐야 했다. 평화의 종교인 그리스도교가 남북 갈등 해소에 앞장서야 하는 건 당연한 귀결이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연합기도회 2018년 4월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동교회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관계자들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연합기도회'를 하고 있다.
▲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연합기도회 2018년 4월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동교회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관계자들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연합기도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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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한국교회가 분단체제 타파를 위한 노력을 기울인 사례가 없지 않다. 바로 1988년 2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회가 발표한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아래 88선언)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리스도교, 특히 보수 개신교계는 이 같은 노력을 등한시 했다. 오히려 반공 정권과 한통속이 되어 북한을 악마화하고, 적개심을 고취하는데 앞장섰다. 그리고 군에 가는 젊은이들을 칭송하고 격려했다. 

88선언은 이 같은 개신교 교회의 잘못을 통렬히 고백한다.
 
"특히 남한의 그리스도인들은 반공 이데올로기를 종교적인 신념처럼 우상화하여 북한 공산정권을 적대시한 나머지 북한 동포들과 우리와 이념을 달리하는 동포들을 저주하기까지 하는 죄를 범했음을 고백한다."

보수 개신교계에 바란다. 양심적 병역거부가 이단 종파의 잘못된 신앙적 신념이라고 비판하기 이전에, 본인들이 그리스도의 평화의 복음을 외면하는 건 아닌지 돌아보기 바란다. 무엇보다 성서 말씀을 들먹이며 북한을 악마화하는 데 앞장서온 잘못을 고백하기 바란다. 

또 하나, 보수 개신교는 달라져야 한다. 보수 개신교계는 올해 대한민국 최고 법정인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내린 판단이 현 한반도의 시대적 흐름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리고 신앙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기 바란다. 

그리고 무엇보다 보수 개신교가 보수 정권의 나팔수 역할과 과감히 결별하고 예수 그리스도 본연의 가르침인 '평화'의 복음을 제대로 실천하기 바란다. 지금처럼 매주 주말마다 극우 세력과 어울려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면서 반공 복음을 설파하고, 온라인상에서 가짜뉴스를 퍼뜨려서는 앞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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