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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충북 청주시 흥덕구 SK하이닉스에서 열린 'M15' 공장 준공식에서 최태원 SK회장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충북 청주시 흥덕구 SK하이닉스에서 열린 "M15" 공장 준공식에서 최태원 SK회장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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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8개월 만에 다시 대기업 일자리 창출 현장을 방문해 '기업의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고 나서자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바뀌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4일 SK하이닉스 청주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결국 기업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맞춤형 서포트 타워'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정부는 기업의 활동을 촉진하고 애로를 해결해주는 도우미가 되어야 한다"라고 정부의 역할을 주문했다(관련 기사 : 문재인 대통령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결국 기업").

이를 두고 문재인 정부 일자리 정책의 중심축이 '공공'에서 '민간', 즉 기업으로 넘어가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심지어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나서라고 기업을 압박하는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 "민간이 일자리 만드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청와대의 고위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에서) 민간을 강조해왔다"라며 "민간에서 (일자리 창출을) 안 하니까 공공에서 하는 것이다, 당연히 민간에서 만들어 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전 정부에서도 민간에서 일자리를 만들려고 노력했지만 민간에서 성장동력을 못 찾는 상황이고, 구조조정을 못 하는 상황이니 쉽게 (일자리 창출이) 안 됐다"라며 "기업들에 투자해 달라고 계속 이야기해왔지만 일자리가 크게 안 나오니까 공공부문에서라도 (일자리를) 만들려고 대통령이 그걸 공약하고 정책으로 만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고용 늘리는 것은 모든 정권의 염원이고, 우리 정부에서도 민간이 (일자리를) 만들어 줘야 한다"며 "그것은 너무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런데 그 일자리들이 시원스럽게 나오지 않고 어려움을 겪게 되면 정부는 재정을 통해 일자리를 계속 만드려고 한다"라며 "(그러한 공공 일자리 창출은) 계속 대통령이 강조해왔고, 민간에서도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얘기여서 (이날 대통령의 발언이) 새롭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비친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자리 정책에 무게중심이 있을 텐데"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연히 민간에서 일자리가 나와야 한다"라고 답변했다.

일자리 정책 중심축, 공공에서 민간으로 이동해왔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대선 당시 '일자리 대통령'을 자처하며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에서 각각 81만 개와 50만 개의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다만 일자리 정책의 중심축은 공공부문이었다. 인천공항 비정규직 1만 명을 정규직화하기 시작한 것이 대표적이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12월부터 '민간의 일자리 만들기'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7일에 열린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공공 일자리를 마중물로 삼아 민간에서도 좋은 일자리 만들기 붐을 일으켜야 한다"며 "민간부문의 적극적인 협조도 기대한다"라고 당부했다.

이를 두고 문재인 정부 일자리 정책의 중심이 '공공'에서 '민간'으로 이동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당시 청와대의 고위관계자도 "올해의 정부, 공공기관 주도의 일자리 창출이 마중물이었다면 내년은 민간 중심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둘 계획이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행보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실어줬다. 지난해 12월부터 올 8월까지 삼성과 LG, SK, 현대차, 신세계 등을 잇달아 방문했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의 중심축이 공공에서 민간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뒷받침하는 행보였다. 

하지만 올해 고용지표는 계속 악화됐다. 문 대통령조차도 지난 8월 20일 "정부가 고용위기 해소를 위해 좋은 일자리 늘리기를 국정의 중심에 놓고 개정과 정책을 운영해왔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충분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고용부진의 책임을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 정부 경제정책의 쌍두마차인 '김앤장(김동연-장하성)'의 갈등설까지 불거지면서 정부의 경제정책 혼선 논란이 꽤 오랫동안 지속됐다.  

문재인 대통령 "일자리 양을 늘리는 데 성공하지 못해"

그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이날 "아직까지 일자리의 양을 늘리는 데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결국 기업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이 정규직화 같은 일자리의 질이 아니라 '일자리의 양'을 언급한 것은 꽤 의미심장하다. 양적인 측면에서도 고용이 악화되고 있음을 인정한 것뿐만 아니라, 이러한 고용부진을 타개할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이 기업의 일자리 창출이라고 판단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례적으로 대기업의 일자리 창출 현장에서 일자리위원회(8차) 회의를 열 정도로 문 대통령에게 고용 문제가 절박한 사안이었던 것이다. 

태그:#문재인, #SK하이닉스 충주공장, #일자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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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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