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정치

포토뉴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8년 3월 5일 국회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 특위 소관 안건에 대해 제안설명하고 있다. ⓒ 남소연
"재판부는 적극적 법해석을 통해 수많은 성범죄 피해자의 용기에 정의롭게 응답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무죄 판결에 공식 논평을 내지 않는 등 침묵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5일 오후 한 초선 비례대표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입을 열었다. 정춘숙 의원은 이날 입장문에서 재판부를 향해 "성폭력 피해자의 처절한 아픔에 공감하지 못했고 국민의 법 감정과 변화된 성 의식과 무관한 처벌기준을 적용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입장을 내자마자 "용감하게 나서주셔서 감사하다"라는 지지부터 "사법부의 판단을 인정해야 한다"는 반대 의견까지 200여 개의 댓글이 이어졌다. 10여 개를 제외한 대부분은 정 의원의 발언에 박수를 보내는 의견이었다. 정 의원은 16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욕을 먹고 있다"라면서도 "당원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기 때문에 용기가 필요했다"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특히 재판부가 "상대방 의사에 반하는 성관계를 처벌할 것인가는 입법 정책적 문제이고 근본적으로는 사회 전반의 성문화와 성인식의 변화가 수반돼야 할 문제"라며 입법 미비를 무죄 근거로 언급 한 것도 어불성설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법원 등 최근 나온 성폭력 관련 판례만 봐도 "이번 판결은 성폭력 문제나 성 의식에 대한 사회적 변화에 전혀 조응하고 있지 못하다"는 설명이다. 아래는 정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안희정 사건에 대한 당 입장은 분명... 입장 표명에 이견 있을 뿐"

- 입장문 낸 것 봤다.

"(웃음) 욕을 먹고 있다."

- 지지부터 맹비난까지, 댓글도 많이 달렸더라.
"천차만별이다.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고. 재판부가 올바로 판결했는데 왜 그렇게 이야기 하느냐 하는 사람도 있고. 말도 안 되는 비방을 하는 사람도 있다.

- 괜찮나?
"하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같은 당) 유승희 의원도 페이스북에 입장을 밝혔고, 뜻이 있는 분들도 있다. 여러 방식의 표현으로 나올 거라 본다"

- 당 차원의 입장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 입장을 피력했다. 적지 않은 용기가 필요했을 텐데.
"안희정 사건에 대한 우리 당의 입장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사건이 터졌을 땐 '미투(Me too)' 사건으로 보고 (안희정을) 제명했다. 저는 재판부 판결이 성폭력 문제에 대해 과거 내용을 그대로 답습한 수준이었기 때문에 의견을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에서 (입장을) 말하는 걸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전당대회 등 여러 상황이 있어 의견을 표명하는 것에 이견이 있다고 알고 있다. 물론 이 이야기를 할 때는 용기가 필요했다. 70만 당원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 진술 일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판결"

정춘숙 의원이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시절인 2016년 5월 21일, 강남역 부근에서 열린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 추모행진'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 권우성

- 판결문에서 가장 주목한 부분은 무엇인가?
"'위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이야기 하지 않나. 그러나 도지사와 수행비서라는 그 자체가 위력적 관계다. 강요하거나 때리거나 협박하지 않아도 위력적 관계가 발생한다고 봤다. 다만 형량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무죄가 나온 것을 보고 놀랐다. '집행유예 나올 것 같은데, 어쩌지' 이렇게만 생각했지 무죄가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또 (재판부는) '피해자답지 못하다'고 했다. 이는 (재판부가) 성폭력 피해자에 대해 굉장히 전통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성폭력 피해자는 피해 이후) 파탄 지경에 이른 삶의 모습을 보여야 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피해자는) 그런 고통이 있어도 나를 지키기 위해 일상적 삶을 살고자 분투했을 것이다. 굉장히 노력했다고 본다. 그런 것은 안 보고 파탄 지경에 이르지 못한 것이 잘못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피해자도 일관되게 쭉 진술했다. 그런데 일관되지 않았다고 (재판부가) 이야기하는 것도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다시 말하지만, 판결이 전체적으로 전통적인 성폭력 피해에 대한 생각에 기반하고 있다. 판례라는 게 그런 것 아닌가. 변화하는 사회상에 대해 적극적인 법 해석으로 새 모델을 만드는 것. 그런 노력이 전혀 없는 판결이라고 봤다."

- 재판부가 무죄 선고 전 입법부로 공을 넘긴 대목이 주목 받고 있다.
"그러니까. '비동의간음죄'와 같은 제도를 이야기하는 건데. 법안은 많이 제출되어 있다. 논의가 되겠지만. 사실 대법원 같은 곳에서도 경우에도 (이번 판결과 달리) '피해자의 저항이 얼마나 이뤄졌나'라는 부분에서 초점이 점점 반대로 옮겨지고 있다. 이전 판례를 비춰 봐도 이번 판결은 성폭력 문제나 성 의식에 대한 사회적 변화에 전혀 조응하지 못하고 있다."

- 각계각층의 '미투' 이후, 국회에서도 120여 개의 관련 법안이 산적한 것으로 안다. 법안 처리가 더디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금의 안타깝고 절실한 상황에 비춰봤을 때, 정말 죄송한 일이다. 지금 3당 간 정책위의장 중심으로 민생경제태스크포스(TF)가 가동 중이다. 거기서 미투 관련 법안 중 시급하게 처리할 것을 먼저 뽑아 달라고 했다. 3당 여성가족위원회에서 각 20개씩 뽑아 전달한 상태다. 어차피 각 상임위를 거쳐야 해서 시간은 걸리게 돼 있는데, TF에서 '빨리 좀 하라'는 압박은 할 것이다."

- 항소심 재판은 어떻게 진행 될까.
"쉽지 않을 것이다. 1심이 중요한데... 2심 재판부가 1심 재판부와 달리 전통적인 성폭력 인식에서 벗어나고 변화하는 사회상을 감안해본다면, 또 위력을 폭넓게 해석한다면, 판결이 달라질 여지가 전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직장 내 성희롱'이라는 말이 생긴 게 1992년 이후다. 그 전에는 직장내성희롱이 너무 많았지만, 아무도 그게 무엇인지 몰랐다. 그만큼 여성 성폭력 문제에 대한 폭넓은 스펙트럼이 적용된 게 얼마 안 됐다. 그렇기 때문에, 판결이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 시대가 바뀌었다는 것인가.
"그럼요."
태그:#정춘숙, #안희정, #더불어민주당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