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2017년 4월 서울 광화문에서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이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 2017년 4월 서울 광화문에서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이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을 발표하고 있다.
ⓒ 케이뱅크

관련사진보기


"이렇게 미친 듯이 (은산분리 완화 추진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K)뱅크 부실을 은폐하기 위해서입니다. K뱅크 부실 가능성은 이대로 가면 100%입니다."

7일 국회에서 열린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문제점 진단 토론회'에서 전성인 홍익대 교수가 한 말이다. 발제에 나선 그는 이어 "올해 연말이 넘어가면 (K뱅크의 자기자본비율 기준이) 눈앞에 간당간당 한 상황"이라며 "그렇게 되면 금융당국이 (영업정지 등) 적기시정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전 교수는 "금융당국은 그동안 K뱅크의 은행업이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여왔다"면서 "만약 연말에 (K뱅크에) 시정 조치가 내려지면, 국민이 정부의 태도를 납득하겠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날 토론회에 나선 학자들은 K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정부가 추진중인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에 강하게 비판했다.

"은산분리 강화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

전 교수는 "지난해 1년 동안 K뱅크는 838억원의 손실을 냈다"며 "매 분기 200억원 가량 손실을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현재 상태에서 해당 은행의 부실은 시간 문제"라며 "대주주인 우리은행의 경우 금융지주회사로의 전환을 추진중에 있는데, (이렇게 될 경우) K뱅크는 새로운 투자자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업자본이 아닌 금융쪽에서 K뱅크에 투자할 만한 주주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이대로 가면 K뱅크가 망할 것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현행법에선 삼성, 현대차 등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4% 이상 가질 수 없도록 돼 있다. 결국 정부가 K뱅크의 부실을 막기 위해서 서둘러 은산분리 완화 카드를 쓰는 것이라는게 전 교수의 주장이다.

전 교수는 "은산분리를 강화하겠다는 것은 대통령의 공약"이라며 "금융위원회도 현행법 안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을 하겠다고 했는데 (완화를 얘기하는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은산분리 완화를 지금이라도 그만둬야한다"고 주장했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도 과거 동양사태 등을 언급하면서 은산분리 규제가 풀어지면 산업의 부실이 금융부실로 이어질 것이라며, 서민 등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양사태는 동양그룹 재정이 악화된 뒤 동양증권 등 금융계열사를 통해 기업어음(CP) 등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면서 그 부실이 금융회사까지 옮겨가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본 사건이다. 

박 교수는 "은산분리를 완화를 통해 얻을 실익은 없지만 사회적 비용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동양사태는 금산분리(금융과 산업분리)도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며 "금융계열사들이 총수 일가의 이익을 위해 예금 등을 통해 돈을 맡겨 놓은 수많은 금융소비자(수탁자)를 속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만약 여기(동양그룹)에 은행이 있었다고 상상해보라"며 "부실의 종류와 파급효과를 가늠하기 어렵다, 금융위기로 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 SK 은행 하게 되면 땅 짚고 헤엄쳐 돈 벌어...경쟁질서 무너뜨릴 것"

27일 서울 세빛섬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27일 서울 세빛섬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 금융위원회

관련사진보기


이와 함께 박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를 완화하고, 이후 문제가 발생하면 감독당국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면 된다는 일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동양그룹 사태를 보면 사후적 규제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동양그룹이 부실 채권을 발행하는 과정에서 감독당국이 규제를 도입하려했지만, 무슨 이유인지 6개월동안 유예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그 사이 (동양그룹의) 부실 채권이 판매됐고, 규제가 도입된 이후에도 부실 채권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일이 지속됐다"고 부연했다. 이어 그의 말이다.

"삼성, SK에서 만약 은행을 하게 된다면 자신들 계열사, 하청업체와 거래하더라도 충분히 비즈니스가 됩니다. 땅 짚고 헤엄치면서 돈을 벌 수 있죠. 경쟁력을 기초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자본의 힘을 이용해 은행 사업에 진출하고, 경쟁질서를 무너뜨리는 가장 불공정한 행위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박 교수는 "은산분리를 약화시켜서 재벌들이 은행을 가지면 은행의 경쟁력이 늘어날 것이라는 생각은 순진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은행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산업자본의 위기가 은행으로 옮겨지는 시스템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와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공은 관련이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 교수는 "카카오뱅크는 은산분리 규정을 지키면서도 잘하고 있다"며 "연말에는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산업-금융 (결탁) 폐해가 훨씬 작아도 은산분리를 철저히 지키는 나라인데도 핀테크와 인터넷전문은행이 가장 발달돼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사금고화, ICT기업이라 다르지 않아...인터넷은행 혁신 아냐"

이어 토론에 나선 백주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장은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해 사금고화 할 수 있다는 우려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라고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은산분리 원칙을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완화할 이유가 없다"며 "카카오페이 등이 핀테크의 좋은 예인데, 은산분리와 무슨 관련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더불어 백 위원장은 "금융은 국민의 돈을 받아 대출-예금 마진을 남기는 산업으로, 금융 자체에 새로운 기법은 없는데 (인터넷전문은행이) 혁신이라고 호도하는 것은 문제"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날 사회를 맡은 권영준 한국뉴욕주립대 교수는 금융위원회 쪽에도 이번 토론회에 참석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 당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백 위원장은 "금융위가 (은산분리 완화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토론회에 나오지 않는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제도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은산분리는 우리 금융의 기본원칙"이라며 "그러나 지금의 제도가 새 산업의 성장을 억제한다면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은산분리라는 대원칙을 지키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을 넓혀줘야 한다"며 "인터넷전문은행에 한정해 혁신 정보통신(IT) 기업이 자본과 기술투자를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문 대통령은 덧붙였다.

더불어 문 대통령은 "대주주의 사금고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주주의 자격을 제한하고 대주주와의 거래를 금지하는 등의 보완장치가 함께 강구돼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7일 국회에서 열린 '은산분리 규제완화의 문제점 진단 토론회'에 참석한 박상인 서울대 교수 등이 발언자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
 7일 국회에서 열린 '은산분리 규제완화의 문제점 진단 토론회'에 참석한 박상인 서울대 교수 등이 발언자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
ⓒ 조선혜

관련사진보기




태그:#은산분리, #경실련, #참여연대, #문재인
댓글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