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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법원 법원행정처.
 서울 서초구 대법원 법원행정처.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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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박근혜 정부의 '관심 재판'이었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아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관련해 고용노동부가 접수시키기도 전에 법원행정처가 소송서류를 받아본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해당 소송을 '박근혜 대통령 국정운영 뒷받침' 사례 중 하나로 꼽아 '재판 거래' 의혹이 제기돼 왔다. 

6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141007)재항고 이유서(전교조-Final)'이라는 문건을 발견했다.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은 2013년 10월 고용노동부가 전교조를 '교원노조법에 따른 노조로 보지 아니한다'는 통보를 하면서 시작됐다. 전교조는 즉각 법원에 효력정지 신청과 통보취소 소송을 내며 대응에 나섰다.

이후 서울행정법원(1심)과 서울고등법원(항소심)은 모두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고용부 처분의 효력을 우선 정지해달라'는 전교조의 신청을 받아들였다. 항소심 재판부의 결정은 2014년 9월 19일에 이뤄졌다. 이후 고용노동부는 재항고(항소심에 인정하지 않고 대법원에 다시 재판을 청구함) 의사를 밝히고 9월 30일 사건을 접수했다.

이후 대법원은 10월 7일 고용부 쪽에 '재항고기록접수통지서'를 발송했고, 다음날인 10월 8일 고용노동부의 '재항고 이유서'가 제출됐다. 하지만 임 전 차장의 PC에서 나온 재항고 이유서는 바로 전날 작성됐다. 고용노동부가 서류도 제출하기 전, 재항고 이유가 상세히 담긴 문건이 행정처로 넘어간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그에 앞서 2014년 9월 29일 법원행정처는 '법원 항소심 효력정지 결정 문제점 검토'라는 문건에서 효력정지 결정의 법리적 문제점도 살폈다. 하지만 사법 행정을 지원하는 곳이 독립된 하급심 재판의 '문제점'을 검토해야 할 이유는 없다. 게다가 법원행정처는 고용부의 재항고 이유서를 서류 접수 전에 받아봤다. 사실상 법원행정처와 고용부 사이에 '거래' 정황인 것이다.

또 이 같은 법원행정처의 행동이 당시 대법관들의 판결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실제로 대법원은 2015년 6월 2일 고용부의 손을 들어 해당 결정을 파기환송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양 전 대법원장의 회동을 두 달 앞둔 시점이었다.

'BH 국정 뒷받침' 사례 들어갔는데.. 내부조사에선 누락?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취소소송 등에서 주심을 맡았던 고영한 대법관(왼쪽 첫 번째). 사진은 지난 1일 열린 그와 김신·김창석 대법관의 토임식.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취소소송 등에서 주심을 맡았던 고영한 대법관(왼쪽 첫 번째). 사진은 지난 1일 열린 그와 김신·김창석 대법관의 토임식.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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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내부조사단이 조사한 문건에도 '재판 거래' 정황이 짙다. 전교조 판결은 법원행정처가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 뒷받침 사례'로 정리한 16개 판결 중 하나였다. 문건에는 "BH(청와대)가 대법원을 국정운영의 동반자·파트너로 높이 평가하게 될 경우 긍정적인 반대급부로 '상고법원' 등 협조 요청" 등의 내용을 적혀 있다.

법원행정처는 2014년 12월, 청와대가 전교조 사건을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위헌정당해산심판과 함께 중요 현안으로 보고 있다는 문건('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관련 검토')을 작성하기도 했다. 행정처는 신청이 인용된다면 "양측에 윈윈"이 될 것이라 평가했고, 기각된다면 "모두 손해"일 것이라고 정리했다. 양측은 대법원과 청와대를 뜻한다. 이런 정황에도 법원행정처가 대법원보다 미리 고용부의 재항고 이유서를 받아본 사실은 법원 내부조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의 하드디스크에서 전교조 판결을 청와대에 보고한 정황이 담겨 있는 'BH(청와대) 폴더'도 확보하면서 박근혜 정부와 양승태 대법원 사이에 '재판거래'가 있었는지를 수사할 방침이다.

한편 또 다른 재판거래 의혹도 점점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외교부 압수수색을 통해 일제 강제징용 판결을 두고 임 전 차장의 '법관 해외파견' 청탁을 받은 외교안보수석이 당시 외교부 장관에게 해외 파견 자리를 늘려줄 것을 요청하는 서신을 확보했다. 서신에는 '파견 법관 자리(유엔대표부)'라고 직접 명시돼있어 대가관계가 더욱 뚜렷해졌다.


태그:#양승태, #법원행정처, #대법원, #전교조, #강제징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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