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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다크투어는 지난 4월 (사)제주생태관광협회, 글로벌이너피스와 함께 '(주)평화여행자'라는 여행사를 설립했습니다. (주)평화여행자는 첫 사업으로 지난 7월, '광주오월민주여성회'와 오키나와 평화기행을 다녀왔습니다. 광주오월민주여성회는 1980년 광주 5.18 민주화항쟁 당시 시민군으로 활동하시고 이후 구속 등 고초를 겪으셨던 유공자 분들과, 그 뜻에 함께하면서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후배 여성활동가 분들로 구성된 모임입니다. 광주오월민주여성회는 제주다크투어의 첫 참가자 분들이시기도 해서 더욱 뜻깊은 만남이었습니다. 7월 5일부터 8일까지 3박 4일동안 진행된 오키나와 평화 기행 이야기를 3회에 걸쳐 나눠 싣습니다. - 기자 말

[오키나와①] 끔찍한 전쟁이 오롯이 담겨있는 그림

화산섬인 제주에는 동굴이 많이 있습니다. 제주어로 '궤'라고도 하는 이 동굴에 4.3 당시 많은 사람들이 숨어 살았지요. 어떤 사람들은 궤 속에서 목숨을 구할 수 있었고 또 어떤 사람들은 궤가 발각되어 목숨을 잃기도 했습니다.  오키나와에도 전쟁 당시 사람들이 숨어 살았던 동굴, 일본어로는 '가마'라고 불리는 곳들이 있습니다. 산호초 석회암으로 만들어진 오키나와에도 약 3천개 정도의 동굴이 있습니다. 너무나 다른, 두 개의 기억을 가진 동굴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요미탄촌 치비치리가마 옆 숲
 요미탄촌 치비치리가마 옆 숲
ⓒ 제주다크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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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미탄촌 치비치리가마
 요미탄촌 치비치리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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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미탄촌에 있는 치비치리 가마입니다. 73년 전, 오키나와 전쟁 때 85명이 이 동굴에서 자결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1945년 4월 1일에 지상전이 시작되고 요미탄촌 해안에 미군이 상륙하기 시작했습니다. 4월 1일이면 사람들이 이 굴에 숨어있은지 약 3주째. 나미히라 지역 주민들 약 140여명이 이 굴에 숨어있었습니다. 당시 오키나와 사람들은 미군들이 사람이 아니라 귀신이나 짐승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본 본토에서 온 군인들이 그렇게 세뇌시켰기 때문이었죠. 미군에게 잡히면 남자들의 눈을 뽑고 귀를 자르고 코를 잘라 비참하게 죽이고 여자들은 더 비참하게 죽인다고 알고 있었습니다. 미군들이 굴 밖에서 죽이지 않을테니 나오라고 아무리 말해도 그 공포를 없앨 수 없었습니다.

치비치리 가마에는 당시 25살이었던 간호사가 한 명 있었습니다. 이 간호사는 일전에 난징 대학살 때 일본군 간호사로 같이 가 그 참혹한 현장을 다 목격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간호사가 사람들을 설득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중국에서 보았는데, 일본군들이 중국인들에게 말로 다 하지 못할 일을 했어요. 미군이 오면 또 똑같이 할꺼예요. 그렇게 끔찍하게 고통받고 죽느니 지금 그냥 우리 손으로 목숨을 끊는게 나을 것 같아요." 그 이야기를 듣고 18살 하루 상이 어머니께 미군에게 잡혀서 죽느니 그냥 어머니 손에 죽고 싶다고 간청하기 시작했습니다. 망설이던 어머니가 결국 들고있던 칼로 딸의 목을 베었습니다. 그걸 시작으로 동굴에 숨어있던 가족들이 칼이나 낫으로 서로를 죽이고, 자결하고, 불태우고, 질식시켰다고 합니다. 일본 본토 사람들은 오키나와 집단 자결이라고 이를 표현하지만, 오키나와 사람들은 강제 집단사라고 이야기합니다. 이 끔찍한 사건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55명. 비참한 사건이라 이후에도 이 사건에 대한 이야기는 금기시 되었습니다.

일본에는 죽은지 33년이 지나면 천당에 간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끔찍한 사건이 일어난 지 33년 후, 마을 청년들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이야기를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본 본토에서는 오키나와 사람들이 당시 천황과 국가를 위해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고 하지만 오키나와 사람들은 단호히 아니라고 부정합니다. 일본에 의한 세뇌, 잘못된 교육이 빚어낸 끔찍한 결과입니다.

 치비치리가마에서 가족과 친구들을 모두 잃은 아미쿠 쇼겐 상. 저 작은 구멍 안을 보면 당시 돌아가신 분들을 조각해 놓은 상이 있습니다.
 치비치리가마에서 가족과 친구들을 모두 잃은 아미쿠 쇼겐 상. 저 작은 구멍 안을 보면 당시 돌아가신 분들을 조각해 놓은 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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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비치리가마를 떠나 다른 동굴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시무쿠가마
 시무쿠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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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무쿠가마에는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숨어 있었습니다. 이 동굴에는 약 천 명 정도의 사람들이 숨어있었지요. 시무쿠가마는 길이가 약 2,600미터나 되고 오키나와에서 두 번째로 큰 동굴입니다. 이 동굴 안에 숨어있던 사람들 중에는 예전에 하와이에서 노동자로 일을 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 두 명 있었습니다. 숨어있던 사람들이 공포에 떨고 있을 때, 실제 미군들을 만나본 적이 있는 이 두 사람이 동굴 안 사람들을 설득했습니다. "미군들은 귀신이 아니다. 우리와 같은 사람이다." 미군들이 동굴 앞에 도착해 사람들에게 나오라고 말하자 영어를 할 수 있었던 이 사람들이 밖에 나가 "이 동굴에는 군인이 없다. 우리는 모두 민간인들이다."라고 설명하고 그 결과, 시무쿠가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목숨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일본 정부가 이야기 하는 대로, 오키나와 사람들이 천황을 위해 목숨을 내놓고 자결했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 두 동굴의 이야기가 생생히 전해주고 있습니다.
 시무쿠가마
 시무쿠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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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키나와 한의비
 오키나와 한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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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발걸음을 돌려 또다른 한의비를 찾았습니다. 원래는 평화공원 안에 세우려고 했지만 땅을 제공해주는 사람이 없었는데 이쪽 땅 주인이 공짜로 부지를 제공해주었습니다. 오키나와 전쟁 당시인 1944년 6월, 경상북도에서 오키나와로 징용자들이 끌려왔습니다. 이 중 강의창씨는 게라마 제도의 아카 섬에, 서정복씨는 미야코섬에 배치되었습니다. 약 1년이 지난 1945년 3월 26일 오키나와 지상전이 시작됩니다. 두 분들은 동포의 죽음을 모격하기도 하고 동포들이 처형되거나 학대를 받는데 입회를 강요당하기도 했습니다. 그 끔찍한 기억에서 살아남은 두 분과, 아시아태평양전쟁 오키나와 피장발 조선반도출신자 한의 비석 건립을 추모하는 모임이 2006년 5월 13일, 이 비를 건립하고 제막식을 거행했습니다. 똑같은 모양의 비가 경상북도 영양에도 있다고 합니다. 애잔한 이 비 앞에, 한국에서 가져온 고무신과 그림을 놓습니다.

저녁 시간의 하이라이트는 일정 내내 안내를 해주신 오키나와 평화활동가, 오키모토 선생님의 노래입니다. 일본어로, 그리고 이어서 한국어로 불러주시는 노래 가사가 참가자들의 마음에도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전쟁이 끝났지만 여전히 전쟁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전쟁이 절대 이 땅에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평화를 지켜야만 한다는 오키나와 사람들의 마음이 절절하게 전달되는 노래입니다. ​​​​​​​
동중국해를 눈앞에 두고 우리들이 살아온 땅이 있다
이 땅이야말로 우리들의 목숨
조상 대대로 내려온 보물이다
우리들은 더 이상 속지 않아
누르고 굳어진 손바닥은
농사일로 생긴 상처자국
한평이라도 빼앗기지 않겠어
살인 비행기가 오늘도 몇 안 남은 사람들을 죽이러 간다
세계를 잇는 이 하늘을 또다시 전쟁으로 물들여서는 안돼
세계를 잇는 이 하늘을 또다시 전쟁으로 물들여서는 안돼​​​​​​​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백가윤 제주다크투어 공동대표가 작성하였습니다.

* 기억하고 싶은 길 - 제주다크투어
'제주다크투어'는 제주4·3 평화기행, 유적지 기록, 아시아 등 국가폭력 피해자들과의 국제연대 사업 등 제주 4·3 알리기에 주력하는 비영리 단체입니다.
[블로그 주소] blog.naver.com/jejudarktou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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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 싶은 길 - 제주다크투어’는 제주에 위치한 비영리 단체입니다. 제주다크투어는 여행 속에서 제주 4.3을 알리고 기억을 공유합니다. 제주를 찾는 국내외 사람들과 함께 제주 곳곳의 4.3 유적지를 방문하고 기록하며 알려나가는 작업을 합니다. 국경을 넘어 아시아 과거사 피해자들과도 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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