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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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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인생 첫 반려묘 0.5살짜리 키키가 가출을 했다. 집안 구석구석을 쥐잡듯 뒤졌지만 보이지 않았다. 두세 시간 동안 곳곳을 뒤졌지만, 허사였다. 눈 앞이 캄캄했다. 집 안에 없는 게 확실했다. 아파트 밖에 나가봤지만 예상한 대로 행방이 묘연했다.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걸었다.

"검은색 몸집이 작은 고양이가 집 밖으로 나간 것 같은데요. 얼마 안 됐어요. 죄송하지만 이쪽 라인만이라도 방송을..."
"아...... 몇 시간 전에 어느 집에 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왔다고 했는데."

"정말이요? 검은색 작은 고양이라고 하던가요?"
"그건, 모르겠어요. 방송을 해달라고 해서 그런 일로 방송하긴 어렵다고..."

"혹시 동 호수를 알 수 있나요?"
"죄송하지만, 동 호수를 물어보지 않아서..."

"무조건 찾아야 되는데, 방법이 없을까요?"
"최대한 찾아볼테니 전화번호를 남겨주세요."

20분 후쯤, 벨이 울렸다. 현관 밖에 나가보니 젊은 아주머니와 초등학생쯤 돼 보이는 여자 아이가 키키를 안고 있었다. 관리사무소에서 전화번호 기록을 보고 일일이 전화를 걸어 확인한 끝에 찾아준 것이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몇 층이신가요?"
"바로 아래층이에요."

아주머니도 안심이 됐는지 밝은 표정으로 키키를 내 품으로 안겨주며, (고양이 습식사료) 연어 캔 두 개를 함께 건넨다. 주인 찾는데 시간이 걸리면 먹이려고 샀던 모양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3캔이 한묶음이었다. 아마도 한 캔은 먹였던 것 같다.

잠시 후, 마음의 안정을 찾고 인근 편의점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종류별로 사서 아래층 아주머니께 전해드렸다. 아주머니가 밝게 웃으며 한 말씀 하신다.

"저희가 애완동물을 길러본 적이 없는데, 고양이가 갑자기 나타나서... 방송으로 찾을 수도 없다고 하고..."

아까 함께 올라왔던 꼬마 아가씨가 뒤에서 빙긋이 웃는다. 며칠이 지났는데도, 아주머니 손에 들려있던 고양이용 연어 캔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키키도 양반은 못 되나 보다. 식탁에 앉아 이 글을 쓰는데, 옆 의자에 앉아 계속 그루밍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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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모이,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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