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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에서 조문객들이 슬픔에 잠겨 있다.
▲ 노회찬 의원 빈소에 이어지는 조문행렬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에서 조문객들이 슬픔에 잠겨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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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사망을 두고 '역풍'이 불 조짐이다.

역풍의 첫 타깃은 포털 댓글 여론조작 혐의를 수사 중인 '드루킹 특검'이다. 드루킹 측으로부터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던 노 의원은 지난 23일 특검 수사를 앞두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는 유서를 통해 2016년 3월 총선을 앞두고 두 차례에 걸쳐 4000만 원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어떤 청탁도 없었고 대가를 약속한 바도 없었다"라고 밝혔다. 특검 측은 노 의원의 사망에 애도를 표하면서 수사 내용에 대해선 함구했다.

문제는 노 의원을 겨냥했던 특검의 수사방향은 당초 설정했던 본류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여야가 합의했던 특검 수사 대상은 ▲ 드루킹 및 드루킹과 관련된 단체 회원이 저지른 불법 여론조작 ▲ 수사 과정에서 밝혀진 관련자들의 불법 행위 ▲ 드루킹의 불법 자금 ▲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사건 등 총 4가지였다. 이 중 노 의원 정치자금 수수 의혹은 네 번째 대상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나, 애당초 특검의 목표였던 김경수 경남지사와 드루킹 문제와는 거리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특검은 수사의 본류를 파고들지 못하고 곁가지만 파다가 암초에 부딪힌 꼴이다.

당장 특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지고 있다. 정의당은 23일 노 의원의 유서 일부를 공개하면서 "본질적 목적에 부합하지 않은 특검의 노회찬 표적 수사에 유감의 뜻을 표한다"라고 밝혔다. 최석 당 대변인은 "댓글공작으로 시작한 특검인데 정의당이 생각하는 결론은 이런 비극적 결론이 아니다, 이에 대해 정의당이 유감을 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 기사 : 일부 공개된 노회찬 유서 "나는 여기서 멈추지만, 당은 당당히...")

비단 정의당만이 아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24일 오전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과 한 인터뷰에서 "특검의 본질적인 목표는 노회찬 의원이 아니었다"라며 "흔히 우리가 별건 수사 아닌가 할 정도로 특검의 방향이 옳았는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도(아무개) 변호사와 정치권과의 커넥션이 문제가 됐던 것은 정의당 노회찬 의원과는 관계가 없었다, 그래서 유감스러운 일"이라고도 짚었다. 드루킹은 앞서 김경수 지사에게 댓글조작의 대가로 도 변호사를 일본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했다고 알려졌다. 이 때문에 도 변호사가 드루킹과 김 지사 간의 '연결 고리'로 지목됐고 그에 따라 수사가 진행된 것인데, 엉뚱하게 노 의원과 도 변호사의 관계로 특검 수사가 진행됐다는 비판이었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 "특검은 특검법대로 지향점을 향해서 철저히 수사하는 것이 오히려 국민을 위해서 바람직하다"라고 지적했다.

"제도가 사람을 죽였다"

또 다른 역풍의 타깃은 정치자금법이다. 현행법이 현실에 맞지 않아 편법과 위법을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국회의원 1명은 연간 최대 1억 5000만 원의 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다. 선거가 있는 해엔 최대 3억 원까지 가능하다. 그러나 개인을 제외한 단체나 기업의 정치자금 후원은 불가능하다. 국회의원 1명 당 개인의 후원도 500만 원을 넘어설 수 없다.

도입 당시엔 깨끗한 정치풍토를 만들겠다는 의도였으나, 결과적으로 '돈 없고 빽 없는 이들'의 정치 참여를 어렵게 만들었다. 오히려 기업이나 단체의 '쪼개기 후원' 등의 편법 사례만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 의원이 드루킹 측으로부터 정치자금을 수수했던 배경도 이러한 환경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 기사 : 노회찬의 죽음과 '정치자금법')

이와 관련해 이준석 바른미래당 전 당협위원장은 이날(2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극단적으로 제도가 사람을 이번에 죽였다고 그렇게까지 말하고 싶다"라고 주장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다수 회원들의 자발적 모금이었기에 마땅히 정상적인 후원절차를 밟아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라는 노 의원의 유서 내용에 대해 이 전 위원장은 "노회찬 의원은 그때(2016년 3월) 현역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어디다 뭐로 신고를 하나, 그걸"이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결국 정치자금에 대한 부분이 노 의원 같은 분에게도 어느 정도 불법을 강제하는 바가 있다고 한다면 큰 틀에서 이걸 어떻게 하나의 결과물로 만들어낼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하는 집단이 있어야 한다"라면서 정치자금법 개정 필요성을 주장했다.

'예비후보 신분이었기 때문에 정치자금을 받을 수 있었다'는 지적에도 "(현행법상) 한 사람 당 500만 원 한도가 있기 때문에 쪼개기 후원을 강제한다든지 (노 의원이) 강연료 명목으로 받으셨다는데 그런 강연료나 도서출판회 등의 편법을 강제한다는 것"이라며 "돈을 죄면 죌수록 역설적으로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정치하기 어려운 구조가 된다는 것도 이번에 환기됐으면 좋겠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태그:#노회찬, #드루킹 특검, #정치자금법, #박지원, #이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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