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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작가는 요즘 가장 핫한 소설가다. 그는 원래 동아일보 기자였지만, 지금은 기자를 그만두고 글을 쓰며 살아가고 있다. <표백>으로 과거 세대와 같은 방법으로 살아갈 수 없게 된 젊은이들의 모습을 묘사해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댓글부대>로 제주 4.3평화문학상을 수상했고, <열광금지, 에바로드>로 수림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을 쓴 지 얼마 되지 않아 유명한 문학상을 휩쓴 것이다. 

장강명 작가의 책에 대한 평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그가 문학공모전 수상에 아주 뛰어난 능력을 가졌다는 사실은 의심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가 수상한 상들의 각각의 상금만 따져도 수천만원에 이른다. 그런데 이렇게 문학공모전 공략에 뛰어난 장강명 작가가, 문학공모전 체제에 대해 비판적인 르포를 썼다. 부제도 무시무시하다. '문학상과 공채는 어떻게 좌절의 시스템이 되었나'.

 당선합격계급
 당선합격계급
ⓒ 장강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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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합격, 계급'은 문학공모전이 어떻게 생겨났고, 어떤 기능을 하고 있으며, 지금에 와서는 어떤 문제점을 비판받고 있는지에 대해 다루는 책이다. 이 책은 좁게는 문학계에 집중한다. 문학공모전의 허와 실, 문학공모전을 둘러싼 소문을 파헤치며 깊게 들어간다.

동시에 이 책은 문학계 바깥의 한국 사회까지 넓게 다루면서 당선과 합격을 통해 계급을 나누는 문화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기자 출신으로, 문학상을 많이 수상한 저자가 써서 어느정도 신뢰가 느껴지는 책이다.

이 책의 주제인 장편소설공모전은 작가들에게 원고를 받은 뒤 심사위원의 심사를 거쳐 문학상을 주는 제도다. 그중 비교적 유명한 문학동네소설상, 한겨레문학상은 1990년대 중반에 등장했다. 공모전은 작가 지망생들의 환호를 받았다. 원로 문인들의 추천을 받아 문예지에 등단하는 제도는 공모전보다는 공정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또한 장편소설공모전은 단행본을 출간해주고 상금도 준다.

저자는 문학상 수상 과정에 대해서도 상당한 지면을 할애해서 분석하는데, 문학상 수상 과정은 작가의 정체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글만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공정하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저자는 장편소설공모전이 공정성과 신뢰성을 가지는 출판인과 평론가들의 문예운동이라고 본다.

그렇지만 공모전과 문학상은 완전한 제도가 아니라는 것이 저자의 의견이다. 공모전 수상이라는 '간판'에 따라서 작가를 선택하는 경우가 생기고, 공모전을 수상하지 않고 글을 쓰는 작가를 낮춰보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런 문제는 누군가의 악의때문에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이러하다. 첫째, 미등단 작가는 불이익을 당한다. 그 불이익의 내용은 미묘하다. '미등단 작가는 절대 안 돼.'라는 팻말이 어디에 붙어 있지는 않다. (중략) 둘째, 그런 불이익은 누군가의 거대한 악의 없이도 발생한다. (중략) 방송작가들은 '검증'이라는 단어로 설명했고, 신문기자는 '안심이 된다'는 말로 표현한, 일종의 공신력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그것은 권위가 되고, 그런 권위를 업은 신인과 그러지 못한 신인은 다른 대접을 받는다. - 284~285P


때문에 저자는 이런 제도들의 문제점도 짚는다. 저자는 문학공모전의 문학상과 회사의 공채, 사법시험 등을 비교한다. 이 공모전과 시험들의 특징은 공정한 제도와 절차를 통해 당선자와 낙선자가 뚜렷하게 갈린다는 점이다. 그리고 '간판'이 생겨서 내부와 외부가 구분된다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낙선자는 당선자를 매우 부러워하면서 계속해서 도전하게 된다. 이때문에 다른 시도를 하거나, (취업준비생의 경우) 중소기업에 취업해서 노력을 하는 등의 다른 성격의 일은 전혀 도전하지 않게 된다. 이런 문제가 악화되면 사회 전체의 입장에서는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저자는 공정한 대규모 시험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현상이 조선시대의 과거 제도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나 생각하는 듯하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비교적 뚜렷하게 자신만의 결론을 내린다. 저자는 공모전이나 공채가 마냥 나쁜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또한 별다른 대안없이 공모전을 폐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신 공모전이 유일한 해답일 수는 없기에, 공모전이 아닌 다른 길도 열려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간판 사회를 넘어서, 정보 확대로 나아가자

핵심은 간판이 만드는 차별과 서열의 구조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저자는 간판의 본질적인 힘을 허물어야 하며, 그 방법은 정보를 확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평가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본다. 정보 확대를 통해 업계가 투명해지면 그만큼 사회가 정의로워지고, 소비자들은 시장에서 간판이 아닌 다른 요소를 바라볼 수 있다. 간판을 위해 목을 매야 하는 사람들도 줄어든다.

간판의 힘은 정보 부족에서 나온다. 독자나 출판사가 등단 작가를, 구직자가 대기업을, 기업이 명문대 졸업생을 선호하는 이유는 그게 안전하다고 생각해서다. (중략) 나는 사람들이 모험을 하게 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믿을 수 있는 정보는 그중 하나다. (중략) 정보 확대는 적은 비용으로 큰 파급력을 낼 수 있는 방법이다. 실제로 그 정보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평가와 선택을 맡긴다는 점에서 민주적이기도 하다. 428~430P


저자는 서비스 이용의 경우에 공급자들을 서로 비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행히도 저자는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가공하는 일이 전에 비해 점점 쉬워지고 있기 떄문에, 미래는 낙관적이라고 본다. 의미 있는 기록과 분석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그런 데이터를 통해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생길수록 정보 공개 요구도 커질 것이라고 본다.

사실 정시와 수시, 공채를 둘러싼 문제들은 한국사회에서 점점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문제들이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바도 다르고 우리나라는 공채 형식의 입시에 매우 익숙하기 때문에 다른 평가 방식에 대해 생각하기가 어렵다. 이해관계가 걸린 사람들의 의견도 서로 상충되어 이해하기가 난해한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이 책은 궁극적으로 어떤 방식들을 채택해야 소비자와 전체 사회에 이득이 되될 수 있는지, 사회가 효율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그 결론은 급진적이지도 않고, 절망적이지도 않다. 깊으면서 넓은 이야기로 한국 사회가 나아갈 바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책이다.


당선, 합격, 계급 - 장강명 르포

장강명 지음, 민음사(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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