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토론회 '바람직한 부동산 세제 개혁 방안'토론회에서 최병호 재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이 '공평과세 실현을 위한 종합부동산세제 개편 방향'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2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토론회 '바람직한 부동산 세제 개혁 방안'토론회에서 최병호 재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이 '공평과세 실현을 위한 종합부동산세제 개편 방향'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다주택자에 종부세 폭탄 안긴다/종부세 34만명↑…다주택자 세금 폭탄/다주택자에 징벌적 종부세 매긴다'

'세금 폭탄' 참 오랜만에 신문에 등장했다. 지난 2005년 노무현 정부가 종합부동산세를 처음 도입할 때와 비슷한 양상이다. 재정개혁특위가 종부세 인상 시나리오를 내놓으니, 보수·경제지들은 '세금 폭탄'이라고 저주의 굿판을 벌인다. 새로울 것도 없고, 사실도 아니다.

2005년 종부세 도입시 '세금폭탄 프레임' 효과 톡톡히 누려

세금폭탄 프레임은 지난 2005년 종부세를 처음 도입할 때, 큰 효과를 거뒀다. 당시 한나라당과 보수·경제지들이 '세금 폭탄'이란 단어를 꺼내들고 거국적으로 들고 일어났다. 보수·경제지들은 '종부세 폭탄 터진다', '종부세 대못 박았다' 등 자극적인 제목으로 폭격을 퍼부었다.

'세금폭탄' 프레임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단어는 '폭탄'이다. 폭탄의 뜻은 인명의 살상과 구조물의 파괴를 위해 투하되는 폭발물이다. 대량 살상이란 함의도 갖는다. 즉 세금에 폭탄이란 단어가 붙으면,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치명적인 경제적 타격을 주는 세금'이라는 뜻이 된다.

세금 폭탄론에 따라 참여정부는 종부세란 폭탄을 모든 국민들에게 던지는 악당이 됐다.

종부세 부과 대상자는 주택보유자 가운데 2%에 불과했지만 '세금폭탄'이란 단어는 여론을 움직였다. 지난 2004년 12월 대한상공회의소가 서울, 수도권 및 광역시 거주자 8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종부세 도입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23.9%에 달했다.

"상위 2%의 이야기, 전체인 양 확대 재생산돼"

종합부동산세 자진 신고납부가 시작된 지난 2006년 12월 1일 라이트코리아 주최로 열린 '조세저항 국민운동' 결성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15일까지 종합부동산세 납부 거부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힌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자진 신고납부가 시작된 지난 2006년 12월 1일 라이트코리아 주최로 열린 '조세저항 국민운동' 결성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15일까지 종합부동산세 납부 거부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힌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종부세 과세 대상자가 아닌 사람들도 반대했던 것. 세금폭탄은 노무현 정부의 지지도를 낮추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차기 이명박 정부의 탄생도 도왔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2009년 종부세 세율을 0.5~1%p 낮추는 등 파격적인 세금 할인을 통해, 종부세를 무력화시켰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팀장은 "당시 종부세 대상자들의 이야기가 마치 전체 이야기인 것처럼 확대 재생산되면서, 종부세가 과도한 비난의 대상이 됐었다"라고 말했다.

종부세가 무력화되면서, 부동산 자산에 따른 불평등은 심화됐다. 이성재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원과 이우진 고려대 교수가 작성한 논문 '샤플리값을 이용한 소득과 자산 불평등의 원천별 기여도 분석'에 따르면, 부동산이 한국 자산 불평등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불평등 기여도, 부동산이 가장 높은 시대

이 논문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국내 총자산 불평등도는 0.585였다. 이 가운데 부동산 자산의 기여도가 83.3%였다. 금융자산(12.2%)과 기타 자산(4.4%)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였다.

논문은 부동산 중에서도 실거주 주택이 아닌 주택외부동산에서 불평등 기여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재테크가 자산 불평등의 주요 원인인 것이다.

재정개혁특위의 종부세 개편안은 이런 자산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고민의 산물이었다. 하지만 보수·경제지들은 여전히 '자산 불평등' 대신 '세금 폭탄'만을 말한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그쪽(보수·경제지)이야 부동산 자산가와 재벌의 편에 서있으니 그런 입장을 낼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종부세를 비롯해 이번 종부세 개편안을 두고 '세금 폭탄'이라는 것은 '거짓'이다. 우선 종부세 대상자는 상위 2% 이내 자산가들이다. 98% 대다수 국민들과는 상관 없는 일이다.

통계청의 '행정자료를 활용한 2016년 주택소유통계 결과'를 보면 지난 2016년 기준 주택을 소유한 개인은 1331만1000명이다. 재정개혁특위의 개편안에 따른 종부세 대상자는 대략 27만3000명 수준이다.

"종부세 개편안 미흡, 월세 한 달분으로 종부세 감당하고 남는 수준"

22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공개한 종합부동산세 개편안 가운데 가장 강력한 방안이 도입되면 다주택자의 세 부담이 최대 37.7%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공개한 종합부동산세 개편안 가운데 가장 강력한 방안이 도입되면 다주택자의 세 부담이 최대 37.7%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전체 주택 소유자 가운데 상위 2.05093531666%만이 종부세 대상자다. 게다가 이번 개편안은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미흡하다'는 혹평을 받고 있다. 종부세 인상 규모나 기준이 자산불평등을 완화시키기는 부족하다는 것.

실제로 기획재정부가 이번 종부세 개편안을 기준으로 추산한 자료에 따르면 시가 30억 원 (공시가격 21억 원 가정) 상당의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은 521만~636만 원 수준이다.

30억 원 주택 시가와 비교하면 0.17~0.21% 수준에 불과하다. 다주택자들의 경우 한달 월세만 받으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번 종부세 개편안을 최대한 적용해도, 1년 부과액이 한 달 월세 금액에도 못미친다"면서 "폭탄이 아닌 콩알탄도 안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개편안이 '세금폭탄론'을 지나치게 의식하면서, 맹탕식 대책이 나온 것이라는 혹평도 나온다.

정세은 교수는 "개편안에 나온 세율 인상 부분은 참여정부 시절로 회귀하는 것보다도 못한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위가 향후 더 강화된 안을 낼 수 있다는 시그널이 없는 이상, 부동산 자산가들은 버티기에 들어갈 것 같다"고 말했다.

최은영 연구위원도 "이 정도 수준의 안을 만들기 위해 재정개혁특위가 몇 달간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겠나 싶었다"면서 "자산불평등 해소가 아닌 자산불평등 구조를 견고하게 만들어주는 개편안"이라고 혹평했다.



태그:#종부세, #세금콩알탄, #세금폭탄
댓글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