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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에서 땀나기 시작한 초여름 날. 더불어 전세계가 주목하는 북미회담이 있던 지난 12일. 우리 일행(건강한 마을 만들기 모임)은 장애인들의 조화로운 공동체를 추구한다는 <교남소망의집>에 방문했다. 서울의 나름 끝자락. 강서구 화곡동에 위치한 이곳은 30여 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장애인 공동체의 산실이다. 화곡역에서 걸어서 20분. 교남소망의집은 골목골목 주택가에 위치해 있는데 동네가 굉장히 잘 정돈된 느낌이었다. 뒤에는 '까치산' 이 있어 공기도 좋을 듯.

이곳은 얼마 전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커뮤니티 케어 정책을 준비하면서 방문한 곳이기도하다. 당시 각종 뉴스에 보건복지부와 연관되어 <교남소망의집>이 자주 언급되곤 했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곳에서 무엇을 보고 느끼고 배웠을까. 우리 개개인은 자신이 보건복지부 장관이 된 듯한 설렘으로 회의실에 둘러앉았다.

기관 설명을 듣기 위해 둘러앉았다
▲ 교남소망의집 방문 기관 설명을 듣기 위해 둘러앉았다
ⓒ 이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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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자기소개를 하고, 원장님의 기관 소개가 이어졌다. 3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곳답게 모든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기관에 방문하기 전, 우리는 많은 질문거리를 준비했다. 특히 커뮤니티 케어와 관련해서 어떻게 탈시설을 할 것인지, 그에 대한 준비는 있는 것인지,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인지에 대해 무한한 궁금증을 어깨에 메고 갔다.

원장님의 시설 소개가 끝나자마자 미리 준비한 질문들을 쏟아냈다. 원장님은 탈시설에 대한 의견들을 차례로 말씀하셨다.

첫째, 정책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바람에 시설에 있는 장애인들이나 보호자들은 당장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난감해하고 있다.

둘째, 지역사회가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살아갈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탈시설을 강하게 추진하면 그게 과연 옳은 것일까.

셋째, 장애유형에 맞는 커뮤니티 케어가 추진돼야 하는데, 결국 발달장애인은 또 소외되는 건 아닐까.

넷째, 탈시설 후 그들의 삶이 더 좋아져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원장님은 시설에서 나갈 만큼 사회가 준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디 가서 이런 얘기 하면 시설 운영을 위한 의견으로 오해받는다고 한다. 이어서 <교남소망의집>에서 추진하고 있는 탈시설 단계를 설명했다.

개개인에 맞게 단계별로 체험홈 수준을 나누고, 처음엔 대규모로 시작해서 최종적으론 소규모 자립이 가능하도록 돕는다. 이런 단계는 철저하게 개인 맞춤형으로 설계된다. <교남소망의집> 인근엔 단계별로 설정된 실제 거주 체험홈들이 있는데, 소망의집 선생님들이 정해진 시간에 방문하여 일상생활을 돕고 있다.

발달장애인의 탈시설을 위해 단계별로 플랜을 짜놓았다
▲ 교남소망의집의 탈시설 단계 발달장애인의 탈시설을 위해 단계별로 플랜을 짜놓았다
ⓒ 이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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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교남소망의집>이 설계한 탈시설 정책의 핵심은 지역 중심에 '지역사회통합지원센터'를 설치하는 것이다. 지원센터가 지역의 허브가 되어 직장부터 소모임, 일상생활까지 통합적으로 지원한다. 실제로 이런 내용을 유관기관에 설명하신다고 한다.

열띤 질문과 답변, 토론으로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정도로 열중했다. 원장님은 거의 마지막에 의료와 복지가 잘 연계된 모델의 필요성을 언급하셨다. 도전적 행동을 보이는 장애인들을 케어할 때 정신건강의학과 등의 의료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연계가 잘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단다.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잘 아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도 커뮤니티 케어에 꼭 함께 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설명회를 마치고 지역을 한 바퀴 둘러봤다. 교남소망의집 인근에 빌라들이 많은데, 빌라들 일부는 발달장애인이 체험홈으로 실제 살고 있단다. 그리고 지역에 위치한 일터도 멀리서나마 볼 수 있었다.

많은 이들은 장애인 시설에 편견을 갖고 있다. 자기 지역에 장애인 시설이 들어오는 것을 결사반대한다. <교남소망의집>의 경우 역사가 30년이 넘어, 오랫동안 지역에 자리했기 때문에 이곳에 자연히 녹아들 수 있었던 건 아닐까. 인근 빌라에 체험홈으로 살 수 있는 것도 그런 이유일지 모르겠다.

커뮤니티 케어. 정책 의도는 좋은데, 너무 단기간에 접근하면 부작용이 클 것 같다. 장애인이 함께 살 수 있도록 지역사회를 준비시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 아마 우리 모임원들 모두 같은 생각으로 방문을 마쳤을 것이다.

교남소망의집 방문 단체사진
▲ 교남소망의집 방문 교남소망의집 방문 단체사진
ⓒ 이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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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https://blog.naver.com/loverjunsu/221300009682 이 글은 이준수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교남소망의집, ##커뮤니티케어, ##건강한 마을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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