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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민들은 '변화'를 선택했다. 6월 13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경남도지사와 창원시장을 처음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차지했다.

경남지사 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전 국회의원이 자유한국당 김태호 전 지사를 누르고 당선했다. 민주당이 경남지사 선거에 당선하기는 처음이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김두관 전 지사(현 국회의원)가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한 뒤 민주당에 입당했다. 김경수 당선인은 2014년 지방선거에 이어 두 번째 도전에서 경남지사가 된 것이다.

18개 시장군수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7명이나 당선했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는 김해시장만 민주당이었는데 이번에는 많이 늘어난 것이다.

민주당은 창원시장에 허성무(54)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 통영시장에 강석주(53) 전 경남도의원, 고성군수에 백두현(51)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 김해시장에 허성곤(62) 시장, 거제시장에 변광용(52) 전 문재인대선후보 특보, 양산시장에 김일권(66) 전 양산시의회 의장, 남해군수에 장충남(55) 전 진주경찰서장이 당선했다.

한국당은 진주시에 조규일(53) 전 경남도 서부부지사, 사천시에 송도근(70) 시장, 밀양시장에 박일호(55) 시장, 의령군수에 이선두(61) 전 사천부시장, 함안군수에 조근제(65) 전 경남도의원, 창녕군수에 한정우(61) 전 창녕군법원 조정위원장, 하동군수에 윤상기(63) 군수, 산청군수에 이재근(65) 전 군수, 거창군수에 구인모(58) 전 거창부군수, 합천군수에 문준희(58) 전 경남도의원이 당선했다.

무소속은 한 명만 당선했다. 함양군수 선거에서 서춘수(67) 전 밀양시 부시장이 세 번째 도전만에 당선했다. 창원시장과 통영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당선한 것은 보수후보 분열이 하나의 원인으로 보인다.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는 민주당 김정호 전 청와대 기록비서관이 당선했다. 경남도교육감 선거에서는 '진보' 박종훈 교육감이 재선에 성공했다. 경남도의원과 시군의원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많이 당선했다.

김경수 경남지사 당선인은 "경남도민의 승리다. 한국정치에 주는 새로운 메시지이고 이정표다. 선거 결과가 끝이 아니라 새로운 경남을 위한 시작을 의미한다"며 "미래팀이 과거팀을 이겼다. 새로운 것이 낡은 것을 이겼다. 비전이 네거티브를 이겼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가 당선이 유력시 된 14일 오전 1시경 선거사무소에서 언론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가 당선이 유력시 된 14일 오전 1시경 선거사무소에서 언론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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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을 새롭게 변화시키겠다는 열망"


이번 지방선거를 어떻게 평가할까.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위원장은 '새로운 경남'에 무게를 두었다. 민 위원장은 "그동안 침체되었던 경남을 새롭게 변화시키겠다는 열망이 나타난 선거"라고 평가했다.

그는 "김경수 후보가 '새로운 경남'을 내걸었고, 민심을 반영한 것이었다"며 "거기다가 문재인 정부를 안정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바람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경수 후보의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드루킹 댓글 조작사건'과 관련해, 그는 "야당은 '드루킹' 네거티브를 했고, 선거에서는 오히려 그것이 반작용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민 위원장은 "특히 서부경남을 중심으로 많은 민심의 변화가 있었고 그것이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아무래도 국정의 안정을 바라고 앞으로 힘 있게 나아가야 한다는 민심의 집적이었다"고 했다.

경남에 민주당 후보가 많았던 것도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민주당은 4년 전에는 시장·군수는 물론, 광역·기초의원 후보를 못 내는 지역이 더 많았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번에 기초의원 11곳을 빼고 모든 선거구에 후보를 냈다.

민홍철 위원장은 "기초의원 후보 11곳만 빼고 모든 시장군수, 광역·기초의원 선거에 후보를 냈다"며 "이제는 도민들도 민주당에 경남을 맡길만 하다고 보고 힘을 실어 준 것이라 본다. 민주당이 경남에서도 이제 여당으로서 책임감이 더 커진 것 같다"고 했다.

"정치는 시대정신을 잘 파악해야"

조유묵 마창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북미회담 등 워낙 큰 사안들이 많아 지방선거에 관심이 없어 '깜깜이 선거'라 했지만, 투표율이 높았다"며 "굵직한 이슈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유권자들은 투표를 통해 지난 정권을 심판했다"고 했다.

그는 "박근혜 국정농단과 촛불로 이어지면서 20~30세대가 투표 현장으로 많이 갔다고 본다"며 "북미회담이나 '드루킹' '여배우 관련 스캔들' '이부망천' 등이 터졌지만, 민주당과 관련해서는 별로 영향을 받지 못했고, '이부망천'이나 홍준표 대표의 '막말'은 한국당 입장에서는 선거에 악재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또 그는 "50~60세대도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어르신들도 홍준표 대표에 대해 해도 너무 한다고 말할 정도였다"며 "여론과 동떨어진다거나 변화된 시대에 걸맞지 않는 정치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반성하지 않는 보수정당에 대한 심판이었다"고 했다.

유낙근 경상대 교수(행정학)는 "국민의 민심대로 된 선거다. 경남은 보수의 진원지나 마찬가지로 여겨졌는데, 국민의 민도가 상당히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 탄핵과 촛불을 거치면서 민심을 두렵게 생각하지 않으면 어떤 정당도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는 걸 보여주었다. 여당도 교만하거나 민심을 받들지 않으면 다시 배제된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 선거다"고 했다.

한국당이 처절하게 반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재욱 창원대 교수(행정학)는 "보수 정당은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 이후, 철저한 반성과 성찰의 기회가 부족했다. 한국당은 반성과 성찰하는 기회의 장이 있어야 다음이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이 이긴 요인은 끝도 없이 많고,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가 가장 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정치는 시대정신을 잘 파악해야 한다. 시대정신을 정치에 담아내고 정책화 하도록 해야 한다"며 "이긴 자는 우쭐해 할 게 아니라 겸손해야 하고, 진 자는 의기소침할 게 아니라 자기를 돌아보며 반성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진보정치 맏형' 권영길 전 의원은 "이번 전국 지방선거는 문재인의 승리다. 그리고 지난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 이후 촛불로 유권자들의 의식이 이미 다 형성되어 있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청산을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는 것이다"고 했다.

권 전 의원은 "가장 성찰해야 할 정당은 민주당이다. 민주당이 공천한 후보들을 보면 일부는 적폐 청산되어야 할 인물을 끌어들여 내세웠다. 청산되어야 할 인물이 청산되지 않고 양산 됐다는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승리는 자칫하면 독약이 될 수도 있다. 과감하게 개혁해야 한다. 그래서 가장 반성하고 성찰해야 할 정당은 민주당이다"고 했다.

진보정당의 반성도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권영길 전 의원은 "옛 민주노동당에 뿌리를 두고 있는 진보정당들은 이대로 가면 소멸할 수 있다는 것이 충분히 예견되었다. 진보정당의 뼈아픈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권영길 전 의원은 "이번 지방선거를 흔히 '묻지마 선거'라고도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촛불 이후 보수정당에 찍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형성되어 있었다. 그런데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그것을 보지 못한 것"이라며 "정치권 모두 국민의 소리에 귀를 더 크게 열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태그:#김경수, #박종훈, #허성무, #권영길, #백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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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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