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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 방문중인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타나 대통령궁에서 열린 총리와의 오찬에서 생일축하 케이크 촛불을 끄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72세 생일은 오는 14일이다.
▲ 생일축하 케이크 촛불끄는 트럼프 11일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 방문중인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타나 대통령궁에서 열린 총리와의 오찬에서 생일축하 케이크 촛불을 끄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72세 생일은 오는 14일이다.
ⓒ 싱가포르 공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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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12일은 한반도 전체에 평화와 번영의 기적이 시작된 날로 기록될 것인가.

정상회담 바로 전날까지도 실무회담을 통해 합의사항을 조율한 양측 정상은 지난 3월 8일(미국 동부시각) 회담 개최를 발표한 뒤 3개월여 만에 얼굴을 마주보게 됐다. 1948년 38선 북쪽으로 김일성 정권이 수립된 지 70년 만에 처음으로, 1950년 북한의 남침에 의해 한국전쟁이 일어난 뒤 68년 만에 북한 최고 지도자가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앉아 대화하게 되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마주 앉아 합의를 모색할 내용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미국의 '김정은 정권 안전 보장'의 교환이다.

북미 양측은 그동안 실무회담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의 범위와 기간 등을 정의하는 '비핵화 로드맵'을 놓고 협상을 벌여왔다. 미국의 대북제재 해제, 관계정상화, 경제지원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어떻게 상응하여 갈 것인가도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나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말을 통해 윤곽이 드러났다.

회담 결과가 좋으면 먼저, 1993년 1차 북핵위기 이후 25년을 끌어온 북핵문제가 조속한 해결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2000년, 2007년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났던 두 차례의 정상회담에도 여전히 풀리지 않았던 그 문제, 한국 정치의 중요 국면마다 '북풍'의 근원으로 작용하며 정치발전의 장애물 역할을 해온 북핵 문제가 소멸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으로 '한국전쟁은 끝났다'는 선언까지 이뤄진다면, 휴전선 북쪽 한반도에 새 역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미국의 안보위협에 맞선 국방력 강화'에 쏟던 노력을 경제건설에 집중할 수 있다. 북한에 대한 국제제재가 풀리기 시작하고 북미관계 정상화가 이뤄지면 북한의 폐쇄경제는 개방경제로 전환되고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과의 경제협력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한 북핵문제의 해결과 한국전쟁의 종결, 북한과 미국의 관계정상화가 출발점에 선다면 북한은 물론 한국을 포함한 한반도의 역사에 새로운 장이 열릴 수 있다.

미국으로선 실질적인 핵무장 국가인 북한을 평화적 수단으로 비핵화시킨 '세계의 리더' 역할을 공인받게 된다. 과거 리비아처럼 개발과정의 핵을 포기하거나 남아프리카공화국처럼 정권교체로 자진하여 핵무기를 포기한 사례는 있었다. 하지만 북한처럼 체제안전 보장의 명분으로 개발해 실질적으로 무기화를 이룬 국가의 핵무장을 포기시킨다는 것은 핵무기 비확산 노력의 역사에도 새로운 장을 여는 결과다. 인류의 핵무기 개발과 폐기 역사를 통틀어 두 정상이 '처음 가보는 길'이다.

두 정상의 '결단' 필요... 한국 정부의 끈질긴 노력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지난 10일 오후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 도착한 뒤 비비안 발라크리쉬난(Vivian BALAKRISHNAN) 싱가포르 외교부장관의 영접을 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보잉 747 기종 에어차이나 CA061편을 이용했다.
▲ 싱가포르 도착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지난 10일 오후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 도착한 뒤 비비안 발라크리쉬난(Vivian BALAKRISHNAN) 싱가포르 외교부장관의 영접을 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보잉 747 기종 에어차이나 CA061편을 이용했다.
ⓒ 싱가포르 공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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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니다. 한번 '취소 사태'를 겪기도 한 이 회담은 마치 오랜 세월의 적대와 불신은 단번에 깨기 힘들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전날까지도 실무회담을 통해 합의사항 조율이 진행됐다.

11일 오전에 만난 양측 실무대표단은 점심 때 각 정상에 논의 결과를 보고하고 오후에 다시 만났다가 헤어졌다. 이후 실무회담을 또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오후 '중재자' 문재인 대통령과 장시간 통화하며 의견을 나눌 정도로, 끝까지 결과를 장담하기가 쉽지 않은 회담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이날 오전 "우리는 여전히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도 "CVID가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유일한 결과"라고 한 것은 결국 CVID가 현재 합의도출 과정의 중심에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정상간 합의문 혹은 공동성명 등에 'CVID'를 명기하느냐를 놓고 여전히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는 얘기다.

두 정상이 회담장에 마주 앉기까지 한국 정부는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지난 3월 8일 백악관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브리핑에 나서서 북미정상회담 개최 소식을 처음 전한 이후만 보더라도 남북정상회담 두 차례, 남북고위급 회담 두 차례, 5월 22일 한미정상회담과 5차례의 정상 간 전화통화, 한미 NSC와 한미 외교장관 사이의 수시 소통 등 공개된 것만 보더라도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노력이다.

사실 70년의 적대관계를 이어온 미국과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마주 앉는다는 것 자체가 북한과 미국이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미 기적을 이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회담에서 많은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서로 신뢰를 느낄 수 있는 기회만 된다면, 트럼프 대통령도 말했듯이 이후 더 많은 만남이 이뤄질 수 있고, 그러면 이번에 이루지 못한 합의를 이룰 기회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태그:#싱가포르, #기적, #CV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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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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