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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게임회사에서 여성직원이 한국여성민우회의 SNS를 팔로우했다는 이유로 회사대표와 면담을 하고 그 내용을 온라인에 공개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여성직원은 본인이 왜 여성단체를 팔로우했는지, 페미니즘과 젠더이슈에 관심이 없음을 구구절절 이야기해야 했습니다. 이러한 게임업계의 '페미사냥'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게임업계에 만연한 여성혐오 광풍 속에서 게임업계 직원들, 특히 여성직원들은 숨죽이고 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오마이뉴스>가 들어봤습니다. [편집자말]
 게임개발자연대는 '페미니즘 마녀사냥'의 피해자를 지원하고, 지속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게임개발자연대는 '페미니즘 마녀사냥'의 피해자를 지원하고, 지속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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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4월, '게임업계 페미니즘 마녀사냥'이 연일 벌어지는 가운데서도 정작 게임업계 내부는 조용했다. 일부 회사에서는 구성원들의 반발이 있었다고 전해지지만, 수면 위로 드러나지는 않았다. 그런 점에서 게임개발자연대가 3월 27일에 이들의 SNS에 올린 입장문은 '내부 비판'으로서 의미가 있었다.

"저희 연대는 이번 사태를 개인의 양심과 표현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기본권 침해로 규정합니다. 이미 인터넷에서의 페미니즘 논란은 서로의 사상을 자유롭게 비판하는 수준을 넘어, 페미니즘=메갈=해로움으로 규정해 검열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 침묵하는 다수의 공감과 참여를 촉구하며, 회사들은 직원을 보호하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게임자개발연대는 2013년부터 셧다운제 등 게임 규제에 맞서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개발자를 비롯한 게임업계 노동자의 처우를 향상시키기 위한 활동을 지속해왔다. 넷마블 과노동 문제가 불거질 당시에는 정의당과 협업하여 '2017 게임산업종사자 실태조사'를 발표하는 등 게임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고발했다.

이제 이들의 새로운 과제는 '페미니즘 마녀사냥'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지원, 그리고 기본권과 노동권이 침해되는 상황을 해결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나가는 것이다. 지난 13일 게임개발자연대 김환민 사무국장을 만나서 게임업계가 왜 페미니즘에 대한 공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지, 현재의 사상검증 흐름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들어봤다.

"'메갈' 지목당하면 이후에도 일하기 어려워져"

 지난 13일 오후 서강대 근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환민 게임개발자연대 사무국장
 지난 13일 오후 서강대 근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환민 게임개발자연대 사무국장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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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업계의 '페미니즘 마녀사냥'은 언제부터 발생했나?
"클로저스 티나 성우 교체 사건(관련기사: 광기의 시대, 나는 여전히 김자연 성우를 지지한다) 때가 최초다. 그들이 자신들의 힘을 알게 된 시점이다. 괴롭히고 자르는 것 또한 이들의 인터넷 놀이문화 중 하나다."

- 언론에 보도되고 알려진 것은 7건이다. 알려지지 않은 사건도 많나?
"사상검증으로 인한 피해 사건만 이미 20건이 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원화가나 일러스트레이터들을 사상검증 하는 분위기도 강하다. 프리랜서에게 작업물을 주기 전에 메갈 관련 리트윗을 했는지 물어보기도 한다더라."

- 다른 나라에서도 이런 일이 있나?
"가까운 일본 같은 경우에는 성인게임 하급생2(2004년작)의 메인 히로인이 '성경험이 있는 여성'으로 설정되어 있는 것을 알게 된 유저들이 분노해 제작사에 항의했다. 심지어 게임CD를 부수기까지 했다. 자신이 원하는 방향성이 아니고, 원하는 결말이 아니면 참을 수가 없는 것이다."

- 원화가와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주로 공격대상이 되는 것 같다.
"약한 고리니까. 회사 입장에서도 일이 있을 때만 쓴다. 주변화되기 쉬운 자리다. 일러스트레이터는 대부분 직고용을 하지 않는데, 정규직도 보호 안 해주는 상황에서 비정규직이라면 잘라내기가 쉽다. 앞으로는 공격당하면 잘라내야 하니까 더욱 외주화시킬 것이다.

시장에서 평판 이슈가 굉장히 크게 작용한다는 게 증명이 됐다. 평판이 안 좋아지면 무직 상태가 되고, 이후에도 일을 하기 어려워진다. '여성향' 게임 제작으로 간다고 쳐도 이후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른다.

게임 일러스트레이터의 경우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업무가 SNS로 수주되는 경우가 많아 개인 계정이 노출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약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게임 유저들이 일러스트레이터만의 업무 특성을 교묘하게 이용해서 마녀사냥의 대상으로 삼는 셈이다. 단순히 해당 게임 제작에서 잘려나가는 것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회사들의 기피 대상이 된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 '마녀의 샘' 같은 경우에는 "외부활동까지 관여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런데 잘 버텼고, 오히려 인지도는 높아진 분위기다. 여성향 게임이어서 피해를 덜 본 것인가?
"여성향은 아니고, 성별 지향성이 높지 않은 게임이다. 그런데 꼭 주요 소비자층에 의해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는 볼 순 없고, 사장님이 '상식적인 판단'을 해서 결단을 내린 거다. 많은 이들이 '이런 것(리트윗 등)을 근거로 사람을 자르는 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이야기를 잘못하면 계속 회사가 '메갈'로 몰리니까 말을 못 한다. 마녀의 샘 같은 대처를 큰 회사에서 몇 번씩 했다면 이 흐름이 끊겼을 수도 있다."

- 큰 회사에서?
"당장 넥슨·NC·넷마블 같은 대기업은 부당한 항의를 무시해도 버틸 수 있지만 작은 회사는 못 버틴다. 이건 블랙컨슈머의 갑질이고, 갑질에 당당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것을 큰 회사들이 보여주면 그게 시장의 시그널이 된다. 상생차원에서라도 원칙대로 대응해야 한다."

"노조 생기면 회사 분위기 바뀔 수 있다"

- 그렇다면 게임업계 내부에서 '이제 그만 하자'며 변화를 꿰할 수는 없는 것일까?
"사실 나는 게임 업계의 자정능력은 믿지 않는 쪽이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자율 규제를 하는 것만 봐도 결국 이익을 극대화하는 형식으로 간다. 그리고 이미 시장에서의 해법을 넥슨 같은 대기업이 그냥 (유저들의 요구에) 따르는 것으로 만들어놓지 않았나."

- 민우회, 민주노총 등이 같이 성명을 내서 '페미니즘 마녀사냥'을 비판해도 꿈쩍도 안한다. 사실상 회사 측을 압박할 수단이 보이지 않는 상황인데?
"일단 게임회사 중에 노조가 있는 곳이 없다. 사내 노조만 있어도 '회사가 책임지고 이 건은 막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설왕설래를 통해서 조직 내부에서 해결 능력이 생길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이런 요구 자체가 불가능하다. 노조가 있다면 상급 단체를 통해 게임업계 파업까지 할 수 있다. 노동권 보장 안되고, 표현의 자유 보장 안되는 상황이다. 아까 말한 약한 고리를 노조를 통해 보완해야 한다."

- 노조 결성을 가장 중요한 해법으로 보는 건가?
"현재 (게임업계) 노동자들은 노동의식이 부족하다. 본인들이 노동자라는 이해도 부족하고, 프리랜서면 잘려도 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한다. 임단협도 없을 뿐더러, 회사와 임금협상 안되면 나가야 되는 게 아니냐는 분위기다. 서로 연봉도 모르고, 고립되어 있다. 노조 결성은 게임업계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노조가 있으면 일단 회사의 성차별적인 행동에 대해 항의할 수 있게 된다. 면접 내용이나 채용 성비 등에 대해서도 따질 수 있다."

 김 사무국장은 "노조 결성이 게임회사의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무국장은 "노조 결성이 게임회사의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 thebluediam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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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게임 회사 내에도 여성혐오적인 문화가 상당히 퍼져있다고 들었다. 노조를 통해 바뀔 수 있을까?
"직원들 중에는 자신이 게임 유저인 경우도 많은데, 인터넷 문화 속에서 영향 받다보면 소위 '메갈 사냥'에 문제의식을 가지지 않게 된다. 심지어 '메갈은 잘려도 된다'는 인식을 공유한다. 내부 게시판에서 페미니즘 마녀사냥을 비판한 사람의 글을 캡처해서 퍼트리고 인신공격하는 걸 정당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들은) 직업 윤리가 없다. 오타쿠적인 자아와 사회적 자아가 분리가 안되는 것이다.

그래서 교육이 필요하다. 학교에서 노동권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하니까, 노동의식의 교육 역시 노조가 다 책임지고 있는 상황 아닌가. 일단 노조가 기본권을 보장받아야 된다는 것을 이해시키고, 타인의 기본권을 배려해야 한다는 의식을 함양할 수 있다. 또 요즘에는 노조에서 젠더교육도 실시하므로 그 교육을 받으면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정부와 시민사회의 관심 필요... 법 제정·개정 힘쓸 것"

- 노조는 실질적으로 프리랜서 등 외주 노동자까지 보호하기는 어렵다.
"관련 법 신설 및 개정이 필요하다. 게임업계는 외주화가 많이 일어나는 곳이므로 프리랜서와 회사의 관계를 포함한 갑을 관계를 포괄적으로 다룰 수 있는 법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것만으로 부족한 경우는 프리랜서들의 권리를 따로 보장해주는 법이 더 필요할 것이다. 이를테면 작업물이 작품의 퀄리티와 관계없는 이유로 내려갔다는 사실이 노동권 침해로 인정되어야 하는데, 현행법으로는 다뤄질 수가 없다.

그리고 프리랜서의 경우는 특수고용노동자라 계약 자체가 느슨하고 사측에 유리하다. '평판 이슈가 생기면 계약 해지'식으로 계약 내용이 불리하더라도 일거리가 들어왔는데 안 할 수도 없다. 법 제정(표준계약법)이나 가이드라인 제정을 통해 표준계약서가 마련되어야 한다."

- 아직 정부나 국회에서는 노동권 침해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
"일단 게임이나 인터넷 문화가 요즘 세대들의 의식 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문화적 배경인데, 이게 사회적으로 '나중에' 취급을 받고 있다. 관심이 없다. 정부나 시민사회가 게임업계 문제에 개입하지 않으면서 게임 회사는 자정 능력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게임 문화는 곧 우리의 문제다. 게임이라는 콘텐츠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예측하고 조사하는 것을 정책 수립과정에서 구상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가 공청회도 열고 연구용역도 실시해야 한다."

- 관심부터 가져달라는 말인가?
"지금 게임은 이미 메인스트림인데 메인스트림 취급을 안 하고 있는 상황이다. 위정자들이 책임지고 게임업계나 게임 콘텐츠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 위해 제도적 보완을 고민해야 한다.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게임 관련해서 공약했던 정책은 확실하게 추진했으면 한다."

- 게임개발자연대는 앞으로 게임업계의 성차별 및 노동권 침해에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지?
"법 개정에 참여한다. 그리고 이번 일을 계기로 어디선가 노조 결성한다고 하면 민주노총 산하 산별노조인 IT노조와 함께 도와드리려고 한다. 다만 당장 노조 결성이 가능한 상황인지는 모르겠다."

[기획 - 게임회사 여성직원]
① 게임업계에 독버섯처럼 퍼지는 '페미니즘 사상검증'
② '반 메갈'은 돈이 된다? 휘둘리기만 하는 게임업계
③ "혹시 나도..." 공포에 떠는 게임회사 여직원들
④ 더 야하게... 더 세게... 주문에 맞선 여직원들의 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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