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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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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이 있는 주간이다. 작년에 우리 반 학생들은 케이크를 사와 초에 불을 켜고 '스승의 노래'를 불러줬다. 오후엔 관내 교직원배구대회에 참가하고, 학교 선생님들과 저녁 식사를 같이 했다. 낮엔 고등학교 때 선생님과 대학교 때 존경했던 전공 교수님에게 전화를 드렸다. 나에게 스승의 날이란, 살아오면서 가장 영향을 많이 받았던 고마운 선생님들 중 여전히 연락이 닿는 분들에게 전화를 드리는 날이다.

작년만 하더라도 배구를 하러 간 학교에서 아는 동료선생님으로부터 '스승의 날인데 우리반 애들은 하나도 안챙겨주네요. 제가 너무 애들을 꽉 잡고 잔소리를 많이 했나 봐요'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스승의 날, 옆 반 담임 선생님이 받는 선물 공세가 애정 표현의 다인 듯 괜히 내 자신과 비교가 되던 때도 있었다. 올핸 김영란법에 저촉되지 않도록 카네이션 한 송이도 받지 말라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으니 그럴 걱정은 없다. '스승'의 날이 터무니 없이 무겁고 그 하루가 너무 어색하긴 오래된 일이다.

스승은 누구일까. 자기의 인생에 크고 작은 배움을 준 인물일 것이다. 대체로 '선생'에 '님'를 붙여 존중과 예우를 다해 준다. 그렇다면 꼭 학교 교사에게만 국한된 호칭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학교 안에는 다양한 '선생님'이 있다. 급식실에서 일하는 밥을 만들어 주는 선생님, 행정실에서 교육을 지원해 주는 선생님, 교문 지킴이 선생님, 교무행정사 선생님, 학교 구석구석 청소를 해주시는 선생님...

지금의 내 삶에 크고 작은 가르침을 준 사람을 기억하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해 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지금 자기의 삶을 되돌아 보고 삶의 연속성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라면 꼭 기념일 하루에 국한할 일인가. 스승의 날은 없애는 것이 더 낫다. 기념일에서 폐지한 역사가 있기도 하다.

교사는 누구일까. 특성화고등학교에서 근무하다 보니 취업을 알선하는 회사원인 것도 같다. 세월호 참사에서 알 수 있듯이 '가만히 있으라'면 학생들을 가만히 있게 하는 말단 국가공무원인 것도 같다. 공문서 처리 능력이 더 중요한 학교 조직 문화를 보면 교육행정가인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동시대 학생들과 같이 배우고 가르치는 교육노동자다. 한 달 일하고 한 달 봉급을 받는 노동자다. 그렇다면 5월 1일 노동절을 기념하는 것이 더 옳다. 교사도 노동자이며 모든 노동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가르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우리 학교 학생 등교 시간은 오전 8시 40분이다. 8시 50분에 1교시 수업을 시작하고, 전체 수업이 끝나는 오후 4시 40분 이후 하교한다. 그런데 교사는 8시 40분 이전에 출근하고, 오후 5시 이후에 퇴근한다. 교사의 8시간 노동을 보장 받으면서도 학생들을 책임질 수 있도록 탄력적 근무 시간제를 운영할 수 있는데도 운영하지 않고 있다.

이번 달 말에 성과급이 지급된다. 나는 작년에 우리 학교에 발령받은 후 담임과 국어수업과 인문학 교육 활동을 위해 여러 선생님들과 같이 노력했다고 감히 자부한다. 작년 나의 교육 활동 등급은 꼴등인 B등급이다. 교사에게 등급을 나누어 봉급을 가르는 일부터 멈춰주시라.

나의 노동이 존중받으면 좋겠다. 스승의 날 따위는 필요없다. 우리의 수고를 위로해 주고 싶다면 노동절을 기념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조경선 기자는 순천전자고등학교 교사입니다



태그:#스승의 날, #노동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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