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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율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만나서도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양국 관계가 악화된다면 그 이후에는 갈등의 진폭이 더 커지고 다시 핵전쟁의 위험까지도 예상되는 심각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 "북미정상회담 결과 중요" 송두율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만나서도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양국 관계가 악화된다면 그 이후에는 갈등의 진폭이 더 커지고 다시 핵전쟁의 위험까지도 예상되는 심각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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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산책길에 노랗게 핀 많은 민들레를 보았습니다. 민들레꽃 한 송이의 홀씨를 바람에 날려 수많은 민들레꽃을 피울 수 있지요. 이번 '판문점선언'이 온겨레의 가슴에 평화와 통일의 홀씨를 하나하나 심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봄을 알리는 민들레꽃처럼 세계 평화의 상징으로 거듭나면 좋겠어요."

송두율 교수(전 독일 뮌스터대 사회학)는 "서울과 시차가 있어 남북정상회담(4월 27일)의 최종 합의문 발표를 앞두고 아침운동에 나섰다가 민들레꽃을 보면서 감회에 젖었다"면서 "'판문점선언'이 남북화해와 세계평화의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제 이 역사적인 선언이 순항해서 목적지에 닿게 된다면 베를린에서 기차 타고 평양을 거쳐 서울에 갈 수 있겠지요. 긴 여행을 할 수 있는 체력이 뒷바침할 동안에 빨리 꿈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송 교수는 "북측이 제시하는 비핵화 시기와 방법에 미국도 동의한다면 평화체제의 정착과정에 발맞추어 ▲ 각종 대북 제재의 해결 ▲  적대관계 해소 ▲  외교관계 수립 등을 합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두 정상이 만나서도 해결할 수 없을 정도의 관계로 치닫는다면 그 이후에는 갈등의 진폭이 커지고 다시 핵전쟁의 위험까지도 예상되는 심각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송두율 교수는 또 "그럴 경우 북으로서도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하겠다는 '판문점선언'을 폐기할 수밖에 없는 명분을 갖게 된다"면서 "그런 일은 우리 민족에게는 재앙"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송두율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 구술대담이다. 지난 4월 23일 독일 베를린의 송 교수 자택에서 1차 대담을 진행하고, 남북정상회담에 맞춰 4월 27일과 29일에 전자우편(이메일)으로 추가 대담을 진행했다. ☞관련기사 : [인터뷰] "지속가능한 평화체제 정착, 가장 중요한 의제 돼야"

"판문점선언은 남북이 할 수 있는 일 조화시킨 소중한 첫 걸음"

- '2018년 4월 27일 오후 4시 41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무슨 이야기를 나눴을까요?
"원래 정상회의라는 형식 안에서 공개적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땐 진정성에 기반해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공간에서 각자 안고 있는 어려움을 허심탄회하게 서로 나누게 되지요. 문 대통령은 핵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의 문제, 김 위원장은 봉쇄에 따른 인민 경제의 어려움을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않았나 추측해 봅니다."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7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회담장인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 부근 '도보다리'까지 산책하며 친교의 시간을 갖고 있다.
▲ 남-북 정상 '도보다리' 친교 산책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7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회담장인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 부근 '도보다리'까지 산책하며 친교의 시간을 갖고 있다.
ⓒ 한국공동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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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보다리 대화 장면에서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요?
"통역 없이 무릎을 서로 맞대고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곳은 우리 민족만이 안고 있는 분단의 비극이 서린 '비무장지대'입니다. 외롭고 서글프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 해외 언론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전보다 호의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세습 독재자' 나 '폭군'으로만 희화된 김정은 위원장이 젊은 나이에 걸맞지 않게 원숙성과 자신감과 세련된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서방언론에도 큰 충격을 준 겁니다. 해외 언론들은 사실관계도 밝히지 않고 상습적으로 자신들이 설정해 놓은 김 위원장에 관한 나쁜 이미지의 포로가 되었던 겁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서방언론들이 반성할 것으로는 기대하지 않습니다."

- 이곳에서 김정은 위원장에 관한 질문을 받곤 하십니까?
"독일 언론인들은 가끔 김 위원장이 사춘기에 스위스에서 유학 생활을 한 게 어떤 영향을 준 것으로 보냐고 나에게 묻습니다. 나는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스위스 유학은 그에게 분명히 깊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선대와 분명히 다른 그의 통치 방식을 형성할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 '판문점선언' 을 평가하신다면.
"지난 인터뷰에서 내가 강조한 것처럼 남북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잘 구별해서 이를 지혜롭게 조화시킨, 소중한 첫걸음입니다. 1항은 '6.15 선언'에 기초해서 남북관계를 개선한다고 했습니다. 2항은 '10.4 선언'을 재확인하면서 지속가능한 평화체제 구축에 각각 방점을 둔 것으로 봅니다. 핵심적인 3항 마지막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명시했습니다. 앞으로 있을 북미정상회담에서 이의 구체적인 의미, 그 방법과 시기, 미국의 북 체제 보장 내용 등에 관한 문제를 언급할 것입니다."

-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핵실험장 폐쇄 뒤 공개'를 합의했다고 합니다만.
"북미회담 전에 북의 진정성을 확실하게 전 세계에 보여주겠다는 뜻입니다. 얼마 전 나돌던 핵실험장에 관한 근거 없는 서방측 보도를 의식하여 '판문점선언'에 명기된 '완전한 비핵화'에 관한 북의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보면 되겠지요. 핵실험과 대륙간탄도탄 시험발사의 중지와 핵실험장을 단시일에 폐쇄하겠다는 조치는 미국에 보내는 분명한 메시지입니다."

-'평양시간'을'서울시간'으로 바꿔놓기로 결정했습니다.
"평양의 서울 시간대 복귀는 하나의 민족생활권을 건설하자는 호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단순히 상징적인 행위만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과거 한국전쟁 때 미국의 작전수행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 '서울시간'을 '도쿄시간'에 맞춘 배경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시간은 물리학적인 의미와 함께 사회학적 의미를 갖습니다. 서울과 평양이 동시에 같은 시간대 속에서 공동의 번영을 추구하며 살자는 '판문점선언'의 의미를 각인시킨 것이지요."

- 한국의 보수 진영에서는 '판문점 선언'을 혹평합니다만.
"'판문점선언'을 '한미공조' 대신에 '우리 민족끼리'라는 북측 전략의 산물이라느니, '알맹이 없는 비핵화선언'이니 하면서 보수 세력이 폄하를 합니다. 하지만 국민의 높은 지지를 업고 이번 합의를 차근차근 실천에 옮긴다면 그들의 저항도 결국 소멸될 것으로 봅니다. 6월 지방선거가 우선 이를 보여주겠지요."

"남북 합의한 비핵화선언으로 이제 공은 미국으로 넘어간 셈"

- 향후 전망을 설명해 주시지요.
"이제 공은 미국으로 넘어간 셈입니다. 이 정도로 남북 간에 합의한 비핵화선언에 미국이 만족하지 못하거나 불신을 표한다면 트럼프 대통령도 국내외적으로 상당한 비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미국과 갈등이 심해지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이 판문점선언에 불만족하는 데) 반발해서 대북 제재로부터 이탈할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됩니다."

- 남측, 북측, 미국, 중국에 놓인 과제는 무엇일까요.
"'4자회담'이 국제법이나 한반도의 현실적인 국제정치적 역학 관계로 보아도 더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전환에는 남북미의 '3자'가 아니라 중국이 참여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시진핑 주석의 평양방문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도 여기에 있습니다."

- 북미정상회담에서도 북핵 문제 해결이 관건이겠지요?
"북미정상회담은 기본적으로 북핵 문제 해결이 핵심입니다. 이에 관련해서 비핵화가 북핵만을 의미하는가, 아니면 한반도의 비핵화, 즉 미국의 핵우산까지 포함하는가를 놓고 논의해야 합니다. 또, 기존의 북핵을 검증하고 완전히 폐기하는 방법과 그 시한, 그리고 그에 따른 미국의 보상 내용과 방법도 합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송두율 교수는 "비무장지대 도보다리에서 남북 정상이 대화하는 장면을 보면서 외롭고 서글프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사진은 베를린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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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를린장벽" 송두율 교수는 "비무장지대 도보다리에서 남북 정상이 대화하는 장면을 보면서 외롭고 서글프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사진은 베를린장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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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과 북한이 서로 원하는 최대 기대치가 있겠지요?
"미국은 빠른 시일 내에 북핵의 불가역적인 완전 폐기를 요구합니다. 그에 맞서 북은 그간 진행되었던 각종 제재의 해제를 원합니다. 또, 북미 간 평화협정, 외교 관계의 수립 등에 관한 미국의 가시적인 실천과 확실한 보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지요.
"그렇습니다. 설사 일괄적 타결에 합의하더라도 이래저래 복잡한 과정과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핵 무력을 지닌 나라가 스스로 핵을 해체한 사례가 없기에 그렇습니다. 설사 합의에 도달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상호신뢰를 흔드는 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동맹국이라는 독일과 프랑스를 대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행태를 보면 그런 일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 그러면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요?
"북미 간의 상호불신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6자회담' 같은 보장이 필요하겠지요. 하지만 현재로선 이것을 여는 게 어렵습니다. 그래서 북미 정상 간의 '통 큰 협상'을 기대하고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일대일로 동시에, 그리고 가능한 짧은 기간 내에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 북미 간의 합의가 무산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은 무척 많이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도 국내외적으로 비판과 공격을 적잖이 받을 겁니다. 미국이 주도했던 북한 제재에도 균열이 생기겠지요. 특히 중국은 이를 기회로 해서 대북봉쇄를 풀고 소원했던 북중 관계를 회복하고 한반도와 동북아 전체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 간 견해차 조절하는 어려운 임무 맡아"

- 비핵화 방식과 검증 방법을 놓고 북측과 미국에 시각차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두 문제는 지금 단계에서 언급하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힘든 사안인 것 같습니다."

-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납니다. 그때 문 대통령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이후 북과 미국의 견해 차이를 더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이 차이를 조절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게 됩니다. 핵심은 북의 '완전한 비핵화'가 '빈 말'이 아니라는 자신의 확신과 판단을 전달하고 그를 설득하는 데 있습니다. 지금까지 그의 언동으로 볼 때 문 대통령의 의견에 동의할 가능성이 큽니다. 국무장관에 취임한 폼페이오가 직접 김 위원장도 만났으니 나름대로 정보를 이미 가지고 있어 더욱 그렇습니다. 문 대통령의 방미 결과는 결국 북미회담의 성패를 알리는 전령이 될 것입니다."

- 북미정상회담도 잘 끝난다면 비무장지대(DMZ)와 개성공단은 앞으로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요?
"종전선언이 평화협정으로 올해 이행되면 당연히 기존의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우선적으로 재개해야 합니다. 남북이 함께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전환하는 종합적인 개발계획을 세우면 되겠지요. 이것은 한반도의 균형적인 종합개발계획안에서 실현해야 합니다."

- 남북 화해 분위기 속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움직임도 나올 것 같습니다.
"평화체제의 정착 과정 중에 국가보안법의 폐지 문제도 자연스럽게 거론될 것으로 봅니다. 일부에서 주한미군 철수도 주장할 것이라고 걱정합니다. 그런데 그 문제는 한국의 이해관계를 떠나 (특히 중국을 염두에 둔) 미국의 아시아-태평양전략의 틀 안에서 결정될 성격의 문제입니다. 우리가 설사 주한미군 철수를 반대해도 미국의 이해와 전략에 따라 그들 스스로 철수할 수도 있습니다."

- '판문점선언'에 관해 독일인들이 어떤 소감을 밝히는지 궁금합니다.
"정상회담이 열리기 3일 전 쾰른에서 있었던 한국문제 토론회를 주관했던 비스쿱(Biskup) 기자가 아주 기쁘다는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판문점회의 장면을 하루종일 살펴봤다'면서 내가 예견한 것처럼 희망적인 결론이 '판문점선언'에 담겨있어 아주 기쁘다고 했습니다. 그는 과거 분단 시절 동베를린에서 특파원 생활을 했고 서울도 두 번이나 방문했습니다.

그는 2003년 9월 내가 귀국해서 거의 매일 국정원과 검찰 조사로 밤낮으로 시달릴 때 나와 통화한 내용을 일간지 '쾰르너 슈타트-안차이거(Kölner Stadt-Anzeiger'에 전면에 걸쳐 소개한 적도 있습니다. 지금은 현역에서 은퇴했지만 중요한 사건이 있을 때는 논평을 여러 매체에 기고합니다."

송두율 교수는 "제주도를 닮은 대서양의 테네리페(Tenerife) 섬에서 말년을 보내려고 한다"면서 "이 섬은 최근 화제가 끌고 있다는 tvN 리얼리티 프로그램 '윤식당'의 배경"이라고 말했다. 송 교수가 2016년 말에 테네리페 섬에 갔을 때 촬영한 사진.
▲ "이 섬에서 살고 싶다" 송두율 교수는 "제주도를 닮은 대서양의 테네리페(Tenerife) 섬에서 말년을 보내려고 한다"면서 "이 섬은 최근 화제가 끌고 있다는 tvN 리얼리티 프로그램 '윤식당'의 배경"이라고 말했다. 송 교수가 2016년 말에 테네리페 섬에 갔을 때 촬영한 사진.
ⓒ 송두율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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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송두율, #평화협정, #종전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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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출신 글쓰기 전문가. 스포츠조선에서 체육부 기자 역임. 월간조선, 주간조선, 경향신문 등에 글을 씀. 경희대, 경인교대, 한성대, 서울시립대, 인덕대 등서 강의. 연세대 석사 졸업 때 우수논문상 받은 '신문 글의 구성과 단락전개 연구'가 서울대 국어교재 ‘대학국어’에 모범예문 게재. ‘미국처럼 쓰고 일본처럼 읽어라’ ‘논술신공’ 등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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