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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삽교에서 발견된 유기 고양이들. 동물병원에서는 고양이들이 생후 5~6 정도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충남 삽교에서 발견된 유기 고양이들. 동물병원에서는 고양이들이 생후 5~6 정도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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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에서 버려진 어린 생명을 만나게 되면 못 본 척 지나치기가 쉽지 않다. 보호소에 보내면 되지만 안락사가 될 수 있다는 말에 선뜻 보호소에 도움의 손길을 청할 수도 없다. 

지난 2월 길고양이를 안락사 하지 말라는 취지의 국민청원이 청와대에 올라갔다. 그러나 청원수는 1만에 그쳤다. 청와대의 응답을 받을 수 있는 '20만 청원'에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이다. 청원은 그대로 종결됐다.

길고양이를 보호하고 있는 동물 단체나 시민들에게 유기묘는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있다. 길고양이를 돌볼 수 있는 마땅한 시설이 없는 것이다. 그 때문에 요즘은 사비까지 털어가며 유기된 고양이를 돌보는 사례도 적지 않다.

최근 충남 예산군 삽교읍의 한 한의원 앞에서 유기묘로 추정되는 어린 고양이 3마리가 발견됐다. 지난 주말 삽교에서 길고양이 50여 마리를 돌보며 살고 있는 A씨로부터 '카톡'이 왔다. 내용은 누군가 버린 것으로 보이는 고양이 3마리를 발견해 일단 집으로 데려왔다는 것이다.

A씨는 "지금도 집에 고양이가 많아 더 이상 고양이를 집으로 들이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가족들 중에도 집에 고양이를 가져오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서는 '길고양이 엄마'로 통하는 A씨조차도 유기된 고양이들을 돌보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인 것이다. 

지난 22일, A씨의 집을 찾았다. 고양이들의 상태를 보고 도움을 청할 곳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고양이들은 발견 당시 박스에 담겨있었다. 박스 안에는 분홍색 담요도 함께 있었다. 체온 유지를 위해 넣어둔 것으로 보인다. 버린 사람도 마음이 편치는 않았던 모양이다.

고양이들은 생후 두 달 남짓 되어 보였다. 고양이들의 상태가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세 마리 모두 눈에 눈곱이 끼어있다. 눈병까지 의심되는 것이다. 이 중 한 마리는 목덜미 부분의 피부가 약간 부풀어 오른 상태였다. 이 고양이는 기자 다녀간 다음날 동물병원에 입원했다. 병원 측에 따르면 다른 고양이게 물린 상처에 염증이 생긴 것이라고 한다. 

길고양이가 발견될 당시 담겨져 있던 상자이다.
 길고양이가 발견될 당시 담겨져 있던 상자이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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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이 아이들을 어찌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런 경우 "버릴 거면 차라리 키우지 말지"라는 식의 푸념은 도움이 안 된다. 생명을 돌보는 것은 단순히 사랑 하나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고양이를 먹이고 재우는 문제 외에도 중성화 수술까지 시켜야하니 그 비용도 만만치가 않다.

고양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 경우 비용 때문에 양육을 포기하고 버리는 사례까지 발생하는 것이다. 고양이 보호자들이 눈물을 머금고 자신의 고양이를 중성화 수술 시키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어쨌든 고양이들은 당분간 A씨가 맡아서 돌보기로 했다. 하지만 A씨도 누군가 이 아이들을 입양해 잘 키워주기를 바라고 있다. A씨는 "아직 어린 아이들이라 밖에 방사할 수도 없다"며 "누군가 돌봐줄 사람이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길고양이 입양을 원하는 분은 fanterm5@hanmail.net 로 이메일을 보내 주세요.



태그:#길고양이, #삽교 길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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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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