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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타인을 이분법적으로 판단하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들은 타인을 이분법적으로 판단하는 것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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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타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단순히 이야기하는 것을 넘어서 서슴지 않게 평가를 하기도 한다. 한 개인을 평가하는 여러 척도가 있을 텐데 아마 성격은 가장 중요한 척도 중 하나가 아닐까.

세상은 복잡하고 성격들도 다양한데 그걸 모두 고려할 여유는 없는지라, 그런 다양한 성격들을 범주화시키는 것이 언젠가부터 중요한 일이 됐다. 어떤 과학적 근거에 기반을 둘 수도 있지만, 혈액형이나 별자리가 범주화의 기준이 될 때도 많다.

개인을 설명하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범주화되는 순간 단순해진다. 가장 쉽게 설명하는 방식은 '내향적인 사람'과 '외향적인 사람'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겉으로 잘 드러나기도 해서 나름 객관적인 기준인 것 같기도 하다. 딱 머릿속에 쉽게 상상이 가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 기준으로 나 자신을 구분하자면, 나는 내향적인 사람이다.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을 굉장히 힘들어하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을 싫어한다. 처음 본 사람들과 친해지기 힘들다.

이분법이 설명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하여

<혼자 있고 싶은데 외로운 건 싫어> 표지.
 <혼자 있고 싶은데 외로운 건 싫어> 표지.
ⓒ 포레스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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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내성적인 사람이라고 소개하면, 대충 나를 다 이해한다는 듯이 쳐다보는 사람들이 많다. 음, 저 사람은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걸 힘들어 하겠군. 말보다는 글을 더 편하게 느끼겠어. 특히 초면인 사람들과는 빨리 친해지지 못하겠지? 하지만 이런 기준들이 말해주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친한 사람들 앞에서는 누구보다 말이 많아지며, 그들과 함께 있는 자리는 너무나 편하다는 것이다. 나는 그렇다면 외향적인가 내향적인가?

심리학자 피터 콜린스의 책 <혼자 있고 싶은데 외로운 건 싫어>는 이렇듯 '내향성'과 '외향성'의 이분법적인 구분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얼마나 문제인지, 우리의 성격은 얼마나 복잡한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심리학 책이다. 사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속담이 있지만 많은 이들이 사람 마음쯤이야 쉽게 알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파티장이라고 가정해보자. 내향적인 사람들은 벽에 기대어 가만히 서 있고, 외향적인 사람들은 무대 중앙을 거침없이 돌아다니는 모습이 연상될 것이다. 하지만 인생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으며 흑백논리로 구분 지을 수 없다. 스스로 어떤 유형에 속한다고 생각하거나 그런 유형으로 여겨져 왔다고 해도 개의치 말자. 우리는 자신이 가진 고유한 기질이 지닌 특성을 더 깊게 이해해야 한다.

사실 성격과 관련한 많은 문제들이 어떤 유형에 속한다고 본인이 생각하는 것 보다는 그렇게 '여겨져 왔'기 때문에 생기는 일 아닐까? 콜린스는 책에서 성격과 관련한 다양한 연구 결과를 인용하지만, 그것을 토대로 '내향적인(외향적인) 사람은 이런 사람이다'라는 결론을 내지 않는다.

당연히 그 결과는 자신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척도에 불과할 뿐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런 연구를 인용하면서 당신의 성격은 이것이고, 그래서 이런 특성을 (당연히) 가지고 있다, 라고 단정하는 것은 혈액형이나 별자리로 성격을 알아보는 일만큼이나 비과학적인 일이 아닐까? 책에서 연구결과를 인용하는 뉘앙스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레슬리 베르호프스타트의 2007년 연구에 따르면 내향적인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사회적 도움을 추구하지 않는 성향을 보였다. 그래서 내향적인 사람은 파트너에게 위로가 필요한 상황에서 그 역할을 제대로 해주지 않는다. (중략) 그렇지만 베르호프스타트의 연구결과는 이런 (본인 연구의) 가정을 완전히 뒷받침해주지 못한다. 부부 사이일 경우 개인의 성향 차이라기 보다는 관계의 질에 달렸다고 보는 편이 더 타당하다.
(아이젱크 성격 검사에 따르면) 외향적이 남성은 한 달 평균 5.5회 섹스를 하며, 내향적인 남성으 3회로 더 적었다. 여성도 마찬가지로 외향적인 여성은 한 달 평균 7.5회인 반면, 내향적인 여성은 3.1회에 그쳤다. (중략) (물론) 모든 유형의 관계에서 서로의 성욕이 비슷할 때가 가장 무난하다. 성격 특성과 상관없이 한쪽은 꾸준한 성생활을 원하는데 다른 쪽은 그렇지 않다면, 당연히 문제가 생긴다.

책에서 소개하는 연구들은 궁극적으로는 나 자신과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한 또 다른 기준인 것이지 이것으로 평가를 내리라는 것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그렇기 때문에 베르호프스타트의 연구는 모든 상황에서 가정을 완전히 뒷받침해주지 못한다. 또한 아이젱크 성격검사의 결과와 무관하게 확실한 것은 성생활에서 서로가 원하는 방식이 일치하거나 비슷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는 점이다.

'나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

'나를 규정하는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어야 한다
 '나를 규정하는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어야 한다
ⓒ 포레스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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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나 자신을 사랑하라'라는 말을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콜린스는 '나를 규정하는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그것은 곧 우리 존재가 얼마나 입체적인지에 대해 알아야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입체적이라는 것은 곧 우리는 모두 유일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살펴본 내용 중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성한 가지를 꼽는다면, 외향성과 내향성은 단순히 누가 말을 더 많이 하느냐로 갈리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중략) 사람을 성격 유형이라는 틀에 놓고 살필 때는 여러 가지 소소한 차이가 있고, 생각조차 해보지 못한 반직관적인 측면도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이제 우리 목표는 각자의 고유한 성격을 좀 더 깊이 살피는 것이다. 적어도 인간의 행동이 얼마나 복잡하고, 잠재의식의 영향을 얼마나 강하게 받는지, 성격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은지 알아야 한다.
내향성, 외향성 그리고 그 중간에 있는 양향성이라는 성격의 과학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정확히 무엇일까? 우리는 특정한 방식으로 태어났을지도 모르며 그래도 괜찮다는 것이다.


혼자 있고 싶은데 외로운 건 싫어 - 남들보다 내성적인 사람들을 위한 심리수업

피터 홀린스 지음, 공민희 옮김, 포레스트북스(2018)


태그:##성격, ##피터 콜린스, ##입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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