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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한 이민 생활은 독일에서의 한국인 이민 생활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한국과 다른 독일의 육아, 생활, 회사 문화 등을 재미있게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말]
독일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살아간 지 거의 2년이 되어갑니다.

이제는 한국으로 돌아가서 일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그만큼 한국과 독일은 멀리 떨어진 거리만큼 회사 문화에 있어서도 굉장한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에서 7년간의 회사 생활에 익숙해져 있던 저에게는 처음에는 이러한 독일 회사 문화가 낯설어 적응하는 데 오래걸렸지만 지금은 스스로 많이 변했음을 느낍니다.

한국 회사 생활을 할 때 그룹 중심의 문화, 군대 서열 문화, 야근 문화, 주말이 보장되지 않는 문화, 의사 표현의 제한 등에 싫증을 느꼈기 때문에 외국 회사 문화에 알맞다고 생각했어요. 주위에서도 의견을 스스럼 없이 강하게 어필하는 제 회사 내에서의 성격을 보고 그렇게들 많이 이야기 하곤 했습니다.

그런 저의 성격에도 불구하고 독일에서의 직장 문화는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독일은 근로자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는 나라입니다. 그만큼 근로자의 체력, 건강이 중요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최대한 환경을 보장해주는 나라임이 틀림없습니다.

매일 밤 10시마다 회의하던 첫 직장

야근과 함께 늘어나는 커피잔
 야근과 함께 늘어나는 커피잔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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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딸 가진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회사 생활을 해나가면서 스트레스가 굉장히 많았던 것 같아요. 대학원을 마치고 첫 직장의 경우 밤 10시마다 매일 회의를 시작하곤 했습니다.

왜 10시에 시작하냐는 말에 돌아오는 그룹장의 "업무 시간에는 일에 집중하세요! 회의는 일하는것이 아닙니다"라는 어처구니 없는 답변. 그래서 옮긴 두 번째 직장. 그나마 괜찮은 편이었으나 일이 생기면 금요일이라도 야근을 해야 하고 토, 일요일에 출근을 해서 월요일 아침에 보고를 해야 하는 일도 있었죠.

이렇게 체력이 바닥 난 상태에서 야근을 하다 보면 늘어가는 것은 커피잔 수뿐이며 줄어가는 것은 내 체력과 수명인 듯한 느낌.

솔직히 이렇게 강제적으로 엄청난 야근과 주말 근무를 하게 되면 효율이 그닥 높지 않습니다. 강제적인 것을 하려다 보면 의욕이 높지 않고 동기부여가 되지 않기 때문에 시간 때우다 가기 십상이죠. 사무실 책상에는 지저분하게 쌓여만 가는 볼펜과 서류들.

휴가를 쓰기도 쉽지는 않죠. 상사의 눈치에 주말을 끼워서라도 3박4일로 휴가를 가려고 6개월 전에 잡아놓았던 비행기표. 가족과 함께 해외 여행 간다고 했더니 돌아오는 건 "지금 이 상황에 휴가 갈 때에요? 책임감이 부족하네요!"라는 공격적인 상사의 말투.

한국에서는 그룹 중심 문화가 회사 전반적으로 깔려있기 때문에 다같이 일하고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를 강조합니다. 그래서 한 명이라도 휴가를 써서 여행을 가면 "누구는 휴가 가고 참 좋겠다. 팔자 좋네. 나는 밤새 야근하는데"라는 가장 가깝게 지내던 직장 동료의 말.

"분명히 10시간 이상 일하지 말라고 했지 않나요?"

스트레스과 건강을 철저히 관리하는 독일 직장 문화
 스트레스과 건강을 철저히 관리하는 독일 직장 문화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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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이제 독일 회사 문화를 이야기 해볼게요.

우선 지난달에 있었던 독일 회사 내에서의 에피소드로 시작해볼까 합니다. 저는 주로 독일 회사에 7시 반에 출근하여 4시에 퇴근하는 8시간 근무제를 지키고 있습니다. 제가 다니는 독일 회사에서는 점심시간을 30분으로 계산하고 자유 출퇴근제를 시행하고 있어서 가능한 이야기죠.

지난달에 독일 회사 팀 내에서 일이 많아서 일을 늦게까지 한 적이 있습니다. 어쩌다보니 7시 반에 출근하여 6시 반 넘어서 퇴근을 하게 됐습니다. 지난달 근무 시간 정산이 끝난 이번 달 팀장으로부터 메일을 받았습니다.

"Mr. Choi, 지난달에 2번이나 10시간 30분씩 일한 적이 있는데 사유가 뭔가요? 제가 인사팀으로부터 팀원 근무 시간 관리를 잘하라고 지적을 받았습니다. 제가 입사 초기에 하루에 10시간 이상 일하지 말라고 분명히 교육을 시켰지 않나요?"

한국 회사 내에서 절대 받을 수 없는 팀장의 메일 내용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답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정확히 그날 뭘 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데, 다음부터는 10시간 넘지 않게 근무 시간을 봐가며 일할게요. 죄송합니다."

아니, 야근을 했는데 팀장이 기뻐하지 않고 오히려 혼내고, 저는 일을 많이 했는데 칭찬받지 못하고 혼났네요. 좀 아이러니 하죠?

이렇게 독일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근로자의 근무시간을 철저히 관리하는 편입니다. 만약 팀원이 10시간 이상 근무를 하다가 퇴근길에 사고가 난다면 전적으로 책임은 바로 그 직속 상사에게 있기 때문이죠.

좀 심한 경우에는 구속될 수 있다는 농담 반, 진담 반 섞인 말투로 팀장이 저에게 이야기를 합니다.

OECD 국가 중 한국의 연평균 노동 시간이 2113시간으로 멕시코 다음으로 2위를 차지했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반면 독일의 경우 1371시간으로 한국의 60%밖에 되지 않네요. 제대로 된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심지어 일요일에 출근하려면 해당 관청의 사인을 받아야 일을 할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근로자의 권리를 독일에서는 볼 수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그룹 중심의 근무 문화보다는 개인 중심으로 돌아가는 프로젝트들이 많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내 일만 끝내면 1년치 휴가 계획을 미리 세워놓고 휴가를 가도 직속 상사조차 뭐라고 할 수 없는 문화죠.

야근하는 직원을 오히려 혼내며 근로자의 정신 건강과 육체 건강 둘 다 신경쓰는 독일 회사 문화.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직원들이 더 일할 맛을 느끼고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어 적게 일해도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평일에 칼퇴근으로 체력을 유지하고 주말에 충분한 가족과의 휴식, 취미 생활, 여행을 통해 다음 주 출근을 대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제대로 된 휴식 없이는 제대로 된 근무를 할 수 없다"라는 가장 기본적이고 간단한 원칙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 독일 회사 문화. 이렇게 독일 회사에서는 한국 회사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에피소드들이 굉장히 많답니다.

해외 회사 문화, 생활이 궁금하신 분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드릴 수 있도록 자주 에피소드를 올리도록 할게요.


태그:#독일 회사, #독일 직장 문화, #독일 휴가, #독일 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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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직장 생활하고 있는 딸바보 아빠입니다^^ 독일의 신기한 문화를 많이 소개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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