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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YMCA 청년 동아리 '기억하라, 행동하라' 카드섹션 플래시 몹
 목포 YMCA 청년 동아리 '기억하라, 행동하라' 카드섹션 플래시 몹
ⓒ 김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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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신항으로 세월호 배가 온 지 얼마나 됐을까. 2017년 3월 22일 시작된 세월호 본인양은 4월 11일 육상 거치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2014년 4월 16일 참사 이후 1091일 만에 인양이 완료됐다.

시간이 흐른 2018년 4월 15일. 오후 4시부터 계획된 '세월호 참사 4년 기억 및 다짐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목포 신항에 들렀다. 하지만 나는 녹이 슬고 처참하게 부서진 세월호의 선체를 직접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먼저 와 있던, 0416 리멤버 해남지부 회원 김미옥씨도 그와 비슷한 말을 했다. 16일 진도 팽목항에서 개최되는 '4.16 세월호 학살 4주기 팽목항 추모문화마당'이 있는데, 내일은 그 곳을 방문한다고 했다. 아직도 자신은 향을 사르는 분향소에는 들어갈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아직도 살아 있을 것 같은 아이들의 똘망똘망한 눈을 쳐다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분향소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 선체를 마주 볼 용기가 없는 것은 같은 맥락이지 않을까. 다시 물어보고 싶다. 목포 신항으로 배가 온 지 얼마나 됐지? 우리 사회는 어떤 변화를 했지?

바람에 흔들리는 노란 리본
 바람에 흔들리는 노란 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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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바닷바람이 억세게도 불며, 줄에 달아둔 노란 리본이 오열의 어깨 짓을 하고 있었다. 주최측 추산 2600여 명의 사람들이 추모의 마음을 담아 희생자의 넋을 기리며 그날의 참사를 기억하는 행사였다. 그곳에는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와, 제주도 고등학교 현장실습생 사망 사건으로 자식을 잃은 유가족도 와 있었다.

도로 통제가 있어 차량을 멀찍이 세워 놓고 추모 행사 무대가 세워진 곳으로 카메라 삼각대를 들고 걸었다. 행사를 주최하는 '세월호 잊지 않기 목포지역 공동실천회의' 회원이 바닥에 깔고 앉을 은박 시트를 나눠줬다.

목포 YMCA 청년 동아리의 '기억하라, 행동하라' 카드섹션 플래시몹이 있었다. 학생들의 카드섹션 플래시몹 행사가 있는 동안 나는, 앞서 있었던 4.16 전남특별위원회 오승주 대표의 말을 떠올렸다.

"저는 가끔 찬물에 몸을 담가 봅니다"

4.16 전남특별위원회 오승주 대표의 발언
 4.16 전남특별위원회 오승주 대표의 발언
ⓒ 김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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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권을 촛불 정권이라 사람들이 말은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문재인 정권은 세월호의 학생들이 세웠다고 저는 굳세게 믿습니다. 저는 가끔 찬물에 몸을 담가 봅니다. 왜 몸을 담그냐고요? 우리 아이들이 겪었을 고통을 십분의 일, 백분의 일이라도 느껴보기 위해서 입니다."

바람이 억세다고, 춥다고 하지만, 아이들이 차디찬 바다에서 죽음의 공포에 맞서며 문을 손톱으로 긁어대던 그 비명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

한 지인이 했던 말도 떠올랐다. 사고가 있던 날, 그는 해남 종합병원에 있었다고 했다. 먼저 구출된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고 했다. '전원 구조'라는 오보 속에서, 시간이 흐르고, 배가 침몰되었다는 뉴스가 흘러나오기까지 생존 아이들의 침울한 표정을 4년이 흐른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 4년 기억 및 다짐 대회’에 모인 사람들.
 ‘세월호 참사 4년 기억 및 다짐 대회’에 모인 사람들.
ⓒ 김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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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의 아픔과 번번한 생채기에 맺힌 딱지, '치유'라는 말은, 목포 신항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말은 아니었다. 세월호 2기 특조위 활동 지원을 통한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높았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법제도 정비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국가에 호소하는 절규였다.

'세월호 참사 4년 기억 및 다짐 대회'가 진행되는 무대 바깥을 둘러봤다. JTBC, MBC, KBS등 국내 굵직한 언론사의 카메라가 보였다. 나는 그들이 담은 풍경이 또 어떤 뉴스로 탄생하여 나올지 궁금했다.

정치인들의 모습도 보였다. 정치인들이 여기 왔다는 사실만 부각되는 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일각에서는 정치인들의 말보다는, 예은이 아버지의 말, 박래군 416연대 공동대표의 말 등 실제 유가족, 현장에 있는 사람의 목소리가 더 집중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나왔다.

망자의 한을 달래고, 새 희망을 다짐하기 위한 행렬.
 망자의 한을 달래고, 새 희망을 다짐하기 위한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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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의 대미, 솟대에 깃발이 나부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목포 신항에 모였지만, 이구동성 외치는 것이 "꼭 기억하겠습니다"였다. 그리고 맺음말은 '변화'였다. 그것이 이 사회가 하늘로 먼저 간 아이들에게 바치는 예의라고 말하는 듯했다. 행렬이 지나간 뒤, 바람은 더 세차게 불었다.


태그:#목포신항,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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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생. 전남대학교 일반대학원 문화재협동학 박사과정 목포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학석사. 명지대 문예창작학과졸업. 융합예술교육강사 로컬문화콘텐츠기획기업, 문화마실<이야기>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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