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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1일 수요일 밤 9시쯤 분당 정자동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 70대 노인이 서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 9층 집까지 걸어 올라갈지 고치길 기다릴지 고민중이라 했다. "엘리베이터가 자주, 너무 자주 고장 나 불편해 죽겠어요"라는 노인의 말처럼 이 아파트의 엘리베이터는 고장이 잦다.

지난 수요일에는 아침에 나갈 때 고장이었는데 귀가할 때도 고장이었으니 내게는 온종일 고장난 엘리베이터였다. 아침에 신문 배달이 되지 않았으면 간밤에 고장 난 것이라 짐작하고, 출근할 때 내 짐작이 맞았음을 확인할 정도다. 따져보니 일주일에 다섯 번은 고장이 난다. 내가 목격하고 체감한 것이 그 정도이니 어쩌면 그 이상일 수도 있다.

고장 나면 고치면 될 일인데 아파트의 주민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잦아도 너무 잦은 고장과 그 고장을 대하는 관리사무소의 안일한 대처 그리고 애프터서비스(A/S) 업체의 대응 때문이다. 불만이 쌓인 주민들이 행동에 나섰다. 4월 12일 목요일부터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이 불편과 불만에 관한 의견을 적어 엘리베이터에 붙였다. 원인과 대응을 구체적으로 알려서 실행하라는 의견으로 관리사무소와 A/S 업체 모두를 비판한다.

잦은 엘리베이터 고장으로 불만이 쌓인 주민들이 붙인 글
▲ 엘리베이터에 붙은 주민 불만 잦은 엘리베이터 고장으로 불만이 쌓인 주민들이 붙인 글
ⓒ 강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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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엘리베이터 고장으로 불만이 쌓인 주민들이 붙인 글
▲ 엘리베이터에 붙은 주민 불만 잦은 엘리베이터 고장으로 불만이 쌓인 주민들이 붙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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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엘리베이터 고장으로 불만이 쌓인 주민들이 붙인 글
▲ 엘리베이터에 붙은 주민 불만 잦은 엘리베이터 고장으로 불만이 쌓인 주민들이 붙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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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에 대한 대응은 어땠을까? 잦은 고장의 불편함은 이미 언급했고, 고장이 나면 주민이 경비 아저씨에게 알려주면 관리사무소로 접수된다. 관리사무소는 A/S 업체로 연락을 해 고장 사실을 알리면 관리사무소의 역할은 거기서 마친다.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엘리베이터에 주민들의 의견이 붙은 목요일 오후, 다른 한 장의 종이도 문제의 엘리베이터 앞에 붙었다. 관리사무소에서 붙인 종이다.


주민 불만이 쌓이자 관리사무소에서 붙인 글
▲ 관리사무소의 안내 주민 불만이 쌓이자 관리사무소에서 붙인 글
ⓒ 강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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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이 나면 즉시 직접 A/S 로 연락을 하시라"는 해결책은 불편도 주민이 안고 대응도 주민이 하라는 말이다. 전화를 받은 관리사무소의 A씨는 "주민 민원이 너무 많기도 하고, 고장도 너무 잦다. 관리사무소가 고장신고를 받아서 A/S 업체로 넘기면 신고가 너무 늦어져서 그랬다"라고 했다. "밤늦게 혹은 새벽에 고장 나면 주민이 하는 게 빠르지 않냐"고 덧붙이기도 했고.

관리사무소가 붙인 종이에 적힌 주민들의 글을 보면 A/S 업체가 멀리 있어서 연락받고 최대한 빨리 와도 2시간 걸린다고 한다. A/S 업체로 전화해 보았다. B씨는 "엘리베이터가 워낙 노후했다. 신고받자마자 출동하지만 늦은 밤이나 새벽에는 물리적으로 힘들지 않겠는가?"라고 대답했다. 원인이나 향후 대처에 대해 질문했지만, 철저히 조사해 대응하겠다는 원론적 대답만 돌아왔다.

이 아파트는 몇 년 전 입주자 대표회의 구성에 문제가 있었다. 신구 임원들의 다툼. 모두 관리와 관련된 장부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그런 다툼들이 쌓여 노후 엘리베이터 문제까지 생긴 것은 아닐까. 그런 불편에 커뮤니티에 큰 관심 없던 사람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얼마 전 아파트 대표자 회의 임원과 동 대표를 뽑는 주민 투표가 있었지만, 참여가 저조했다. 이렇듯 조용히 살며 이웃에 관심 없던 주민들이 시간을 쪼개 글을 써서 다른 주민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 나를 포함해서. 이 아파트는 구조상 노인 가구와 어린아이가 있는 가구가 많다. 대처가 늦어지고 불만이 쌓이면 욕은 담당자들이 먹겠지만 불편은 사는 주민들이 감수해야 한다. 각자 제 역할을 할 때다.

A/S 업체의 정확한 원인 진단과 그 대처 방법, 그리고 정확한 일정을 밝혀야 한다. 관리사무소도 빗발치는 민원에 지쳤겠지만, 그 의무를 주민에게 던지지 말고 직접 나서야 한다. 불편을 겪는 주민들 또한 누가 대신 나서줄 거란 생각에서 벗어나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한다. 나아가 직접 뽑은 아파트 대표자회의의 활동도 제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감시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주민자치, 풀뿌리 민주주의의 시작이다.

덧붙이는 글 | 향후 진행상황을 후속기사로 쓰겠습니다.



태그:#정자동 아파트, #엘리베이터 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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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중반을 지나며 고향에 대해 다시 생각해봅니다. 내가 나고 자란 서울을 답사하며 얻은 성찰과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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