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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준비위 2차회의에서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진전 상황에 따라서는 남북미 3국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 문 대통령 "남중미 3국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도"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준비위 2차회의에서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진전 상황에 따라서는 남북미 3국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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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는 지난 3월 26일 기본권과 직접민주주의 확대를 명시한 대통령 개헌안을 발의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은 "새로운 대한민국은 개헌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살폈듯이 헌법은 한 사회를 규정하는 기본 틀이며 뼈대다. 지금 이 시점, 우리 모두가 '오늘의 개헌'에 집요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까닭이다.

정부의 이른바 '국민개헌안'은 기본권과 직접민주주의의 보장 및 확대를 명시하고 있다. 조 수석은 "직접민주제 확대로 대의제를 보완하고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촛불혁명의 계승자'를 자처한 문 대통령은 개헌안 발의의 소회를 밝히며 헌법은 "그 나라 국민의 삶과 생각이 담긴 그릇"이라 강조했다.

각종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대통령 개헌안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60%를 넘는다. 그만큼 개헌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만약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오는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을 묻는 국민투표가 이뤄져 과반이 넘는 국민이 찬성의사를 밝힌다면 10차 개정헌법이 수립된다.

대통령 개헌안은 '국민개헌'의 취지를 잘 살렸다. 1987년 6월항쟁으로 도입된 9차개정헌법이 5년 단임 대통령직선제와 풀뿌리 지방자치제도를 명시했지만 직접민주주의 보장이 미흡했던 점을 충실히 보완했다는 평가다. 우선 헌법 전문에 부마항쟁(1979)과 5·18 광주민주화운동(1980), 6·10 항쟁(1987)의 민주이념을 명시한 대목이 두드러진다. 군인을 제외한 공무원의 노동 3권을 보장하는 조항이 신설돼 공무원들이 부당한 요구에 떳떳하게 제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길도 열렸다.

특히 국민발안제와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이 세간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땅에 사는 사람이면 누구나 함께 머리를 맞대 설계한 정책을 실제로 구현하는 한편, 자기안위와 당리당략에 골몰하며 못된 관성에 찌든 '여의도 정치판'의 국회의원들을 견제할 수 있도록 하는 확실한 장치다. 세월호 참사 당시 국가가 제 기능을 하지 않아 수많은 희생자들이 나와 '한국사회의 트라우마'가 된 점을 성찰해 '모든 사람이 안전하게 살 권리'인 생명권도 새롭게 적시한 점도 뜻깊다.

그렇지만 아쉬운 대목도 있다. 바로 남북·북미정상회담으로 한반도의 정세가 크게 바뀌었지만 이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문 대통령이 신베를린 구상과 북한 고위급 인사들과의 접촉을 통해 민족의 상호번영과 평화통일을 명시한 6.15공동선언, 10.4남북공동선언의 계승의사를 밝힌 것과 달리 개정안에는 관련내용이 쏙 빠져있다.

1987년 6월항쟁으로 9차개정헌법이 수립되고 30년이 넘었다. 그동안 서로 으름장을 놓고 강경하게 대치하던 남북관계도 크게 바뀌었다. 올해 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창겨울올림픽 참가의사를 밝혔고 북측 참가선수들과 응원단이 남측을 찾았다. 청와대에 따르면 "정전협정 종식과 평화협정 체결"을 목표로 하는 남북·북미정상회담도 머지않았다.

이처럼 남북이 함께 발 맞춰 대화와 평화통일로 향해가고 있지만 헌법은 여전히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오직 '남쪽 국내'의 기본권-직접민주주의를 뼈대로 삼은 이번 개헌안이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지난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문 대통령 자신이 남북정상회담의 물밑실무를 책임진 남북회담 준비위원장이었음을 떠올리면 더더욱 그렇다. 적폐기득권세력이 철 지난 반공주의를 앞세워 남북대화를 호도하고 있는 국면을 타파할 묘책을 강구해야 한다. 통일조항을 담은 개헌안이 그 중심에 서야하지 않을까. 

'북한은 적' 국가보안법 뒷받침하는 현행헌법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가운데)이 21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지방분권'과 '경제부분'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조 수석, 김형연 법무 비서관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가운데)이 21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지방분권'과 '경제부분'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조 수석, 김형연 법무 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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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따라 해석하면 북한은 한반도 북쪽 지역을 장악한 반국가단체가 된다. 바로 이어지는 제4조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는 조항과도 정면충돌한다.

제3조 '영토조항'이 사상의 자유를 옥죄는 국가보안법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까닭이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은 위 조항을 토씨 하나 건드리지 않았다. 만약 이대로 개헌이 이뤄진다면 여전히 북한은 반국가단체이며 적대해야 할 적이라는 찜찜한 여지를 남기게 된다. 남북접촉을 이어가는 정부와 한반도 주민에게도 크나큰 악재가 아닐까.

대표적으로 자유한국당은 여의도 중앙 당사에 "사회주의 관제개헌 반대"라는 현수막을 떡 하니 걸어놓았다. 그 내용은 뉴스 화면에 비칠 때마다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는데 마냥 보고 있기에 참 민망하다. '토지 공개념'을 헌법에 담은 문재인정부가 대한민국을 사회주의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다는 막말이다.

자유한국당의 논리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자를 처벌한다'는 국보법을 바탕으로 삼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시절 정권에 비판적인 시민단체와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을 호소하는 세월호 유가족 등에게 무턱대고 '종북 딱지'를 남발해 불순분자로 몰아붙였던 분위기도 이와 맞닿아있다. 모두 1948년 국보법 제정 이래, 한낱 하위법률이 헌법을 제약하고 있는 풍경이다.

우리 사회를 떠받치는 최상위 규범인 헌법이 한낱 하위법률인 국보법에 침탈당하고 있는 현실, 여러분은 알고 계셨는지? 현행헌법을 각 조항별로 명쾌하게 해설하고 비판하는 책 <지금 다시, 헌법>은 "국가보안법은 헌법의 장해물"이라고 설명한다.

11년 만의 3차 남북정상회담이 지구촌의 관심사로 떠오른 지금, 과거와 현재가 겹쳐 떠오른다. ▲ 1992년 남북기본합의 ▲ 2000년 6.15 ▲ 2007년 10.4를 통해 남과 북은 한결같이 우리 민족이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분단을 넘어 평화통일로 나아가자는 데 방점을 찍었다.

앞으로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10.4선언에 담겼지만 실현된 바 없는 '백두산 관광'을 비롯한 다채로운 사회문화분야의 교류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의 질서가 급변하는데 우리 헌법이 그 내용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서야 '닭 쫓던 개' 꼴이 될 공산이 크다.

가시밭길 예정된 '통일개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5일 북한을 방문 중인 정의용 수석 대북특사를 만나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북측에서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등이 배석했다. 왼쪽은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 정의용 특사와 반갑게 악수하는 김정은 위원장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5일 북한을 방문 중인 정의용 수석 대북특사를 만나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북측에서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등이 배석했다. 왼쪽은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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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남과 북의 만남을 환영하지 않는 세력이 국회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당장 통일내용을 전면 수정한 개헌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6.15선언의 "통일을 위해 남측의 연합 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 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는 지침을 바탕삼아 평화통일논의를 진전시켜야 하지 않을까.

남북대화 국면이 확대될수록 현행-10차 개헌안에 담긴 통일조항은 존재이유가 없어진다. 적폐세력이 역사적인 평화통일 국면에 꼬투리를 잡지 않기 위한 조치가 절실하다. 정부는 기본권-직접민주주의 보장과 더불어 시대에 맞는 평화통일 조항으로 개헌의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현행 헌법 제66조 3항과 대통령개헌안 제70조 3항은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고 적시하고 있다. 이밖에 통일 관련 조항을 들여다보면 주어가 모두 대통령으로 시작한다. 우리 사회에서 통일을 논할 수 있는 존재가 국가지도자인 대통령 딱 한 사람뿐이라는 관점으로 읽힌다.

평창겨울올림픽으로 조심스레 궤도에 오른 남북왕래가 앞으로 민간에서 널리 무르익으려면 개헌으로 통일조항을 보완해야 한다. 개헌열차는 이제 막 출발한 참이다. 국회에서 진행되는 개헌 논의과정에서 통일조항을 수정 보완할 시간은 아직 충분하다. 

남북관계가 민감하게 얽혔던 이전과 지금의 분위기는 확연히 다르다. 남과 북이 함께 평화통일에 발 벗고 나서겠다는 분위기가 달궈진 지금 통 크게 나서야 하지 않을까? 분위기가 바뀐 만큼 그에 맞는 시의적절한 새 옷(헌법)을 준비해야 한단 얘기다.

아울러 이참에 제92조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관련조항도 손본다면 평화통일에 커다란 날개를 달 수 있다. 단순히 "평화통일정책의 수립에 관한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기 위한" 형식적인 기관이 아니라, "정부가 국민의 자문을 받아 평화통일정책을 만드는" 상설기관으로 격을 높이면 어떨까. 

헌법을 가리켜 "그 나라 국민의 삶과 생각이 담긴 그릇"이라고 강조한 문 대통령의 발언을 다시금 인용해본다. 이번 개헌안이 평화통일 논의를 제대로 담지 못하고 있다는 의문에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오는 4월 1일과 3일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 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의 주제 '봄이 온다'를 떠올려보자. 활짝 풀려 봄을 준비하는 남북관계처럼 우리 헌법에도 과연 완연한 봄이 올 것인가.

지난해인 2017년 영화 <1987>이 돌풍을 몰아치며 "1987년 체제를 끝내자"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개헌이 이뤄져 새 시대, 새 출발선 앞에 서고 싶다는 우리의 절박한 목소리다. 헌법은 우리사회의 틀을 규정하는 최상위 규범이다. 오는 4월 27일로 11년 만의 남북정상회담이 확정된 가운데 10차개정헌법이 이 땅에 사상의 자유와 평화통일의 시대를 새기는 첫걸음으로 우뚝 서기를 적극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주권방송>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평화통일, #개헌, #문재인, #남북정상회담, #촛불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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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정세, 일본의 동향에 큰 관심을 두며 주시하고 있습니다. 적폐를 깨부수는 민중중심의 가치가 이땅의 통일, 살맛나는 세상을 가능케 하리라 굳게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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