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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를 통해 형성된 정치 권력에게 가장 큰 영향을 받고, 가장 오래 겪을 세대는 바로 우리, 청소년들이다.
 선거를 통해 형성된 정치 권력에게 가장 큰 영향을 받고, 가장 오래 겪을 세대는 바로 우리, 청소년들이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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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움직인다. 열심히 건드렸더니 꿈틀한다. 청와대에서 제시한 개헌안에 만 18세 이상의 사람에게 모두 선거권을 부여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이제 시작이다.

청소년 참정권을 못마땅해 하는 말이 많다. 그 중 가장 뻔한 것은 "학생이 공부나 하지 뭔 정치야" 라는 말이다. 그 말속에는 학생은 공부만 하는 존재라는 시선이 담겨있다. 고3 학생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 모든 것에 눈을 감고 나라가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대한 관심도 끊고, 그저 눈앞에 놓인 수능특강을 풀고 또 풀어 일단 대학을 가고 나서 정치에 관심을 가지라는 것이다. 투표권은 대학갈 나이를 지나야 줄 수 있다는 소리이다. 이 주문 때문에 청소년의 참정권 보장은 미루어지고 또 미루어졌다.

"학생이 공부나 하지 뭔 정치야" 라는 말은 곧잘 학교가 정치판이 될 수 있다는 주장으로 말을 바꾼다. 그래서 생각해보았다. 학교가 정치판이 되면 안 되는가? 정치판이 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정치판이 된다는 것은 나라를 운영할 어른들이 우리 고등학생들에게 무엇인가를 제안하고 설득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그것은 나라의 운영 방향을 정할 때 우리의 의견을 물어보고 우리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선거를 통해 형성된 정치 권력에게 가장 큰 영향을 받고, 가장 오래 겪을 세대는 바로 우리들이다. 이게 무엇이 문제가 될 일인가? 아님 그냥 무엇인가 다룬 것이 두려운 것일까?

아까 말한 "학생이 공부나 하지 뭔 정치야"라는 말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학생다움'이라는 말을 당연시 하는 말이다. 도대체 학생다움은 무엇일까? 내가 해석한 그들의 '학생다움'은 말잘듣게 생겨가지고(단정) 어른의 요구가 정당하던 부당하던 그 의도를 의심하거나 거부하지 않고(말대답) 최선을 다해 주어진 요구에 순응하고 공부를 이행하는 것(성실)이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학생다움'은 힘 있는 누군가 부당한 일을 하고 있을 때, 겁 없이 덤벼보는 젊은 힘이다.

이처럼 '학생다움'이라는 단어는 사람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다. 어른들이 말하는 학생다움은 모든 이가 공감할 근거나 논리가 부족하다. 특정 뜻을 내포하고 있는 학생다움을 강조하는 것은 "여자가 여성다워야지", "남자가 남자다워야지" 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를 모르는 사람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학생다움'의 한계를 놓치게 되고, 학생이 정치하는 꼴을 못 본다.

물론 대학이 간절한 친구는 정치 따윈 버릴 정도로 바쁘다. 눈 앞에 놓인 수능특강을 풀고 또 풀고 뉴스 같은 것은 관심 끊어야 할 것이다. 다만 이게 정상적인 청소년의 삶인가? 이런 교육 현실을 바꾸는 수단으로서도 청소년 참정권 보장이 제격이다. 나는 생기부 입력 마감을 앞두고 분주한 교무실에서 누군가가 하는 말을 들었다. "하.. 프랑스에서 태어날 걸" 맞다. 그 친구는 프랑스의 대학평준화가 부러웠던 것이다.

만약 우리에게 표가 생기면 정치권에 무엇을 먼저 요구하겠는가? 이때 우리가 할 대학 평준화 요구는 대학가서 투표권을 받을 때는 너무 늦는다. 당장 취업이 문제인 처지에 고등학생 때의 대학입시 고통은 물거품처럼 사라지기 쉽다. 우리가 청소년인 시점, 우리가 고등학교를 다니며 입시의 고역과 모순 앞에 서 있는 이 시점에 투표권이 있어야 한다.

개헌안은 앞으로의 고3들이 덜 고통 받는 나라로 나아가려는 첫걸음이다. 이제 시작이다. 국회의석 116석 가진 어느 패거리가 이를 가만히 보고 있을 리가 없다. 그 패거리는 우리의 선택을 두려워한다. 그러지 말고 18살 우리들의 마음을 움직일 정책으로 우리를 설득해보면 좋겠다.


태그:#문재인개헌안, #18세이상투표, #청소년참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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