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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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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에게 부치는 편지'

사람의 관계는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에서 말하듯이 이름을 부르는 일에서 시작을 한다.

지음(知音)이란 말이 있다. 거문고의 명인 백아(名人 伯牙)와 그의 친구 종자기(鍾子期)와의 고사(故事)에서 비롯된 말이다. 오마이뉴스 블로그 이웃 중에 조상연 선생 (趙相衍 先生)이 바로 내겐 종자기와 같은 분이다. 그를 안지 겨우 반년 정도 된 것 같은데, 그는 나를 늘 선생으로 대우를 한다. 나도 그에 어울리는 호칭을 드리고 싶은데, 아직도 찾지를 못했다.

그런 그가 요즘 눈물이 자꾸 난단다. 아마도 20년 경영한 사진관을 문 닫고 새롭게 시작된 직장이 50년 인생에 대한 선물치고는 부족했던 모양이다. 그는 나에게 지금 흐르는 이 눈물도 사랑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말하며 애써 부정을 긍정으로 바꾸고 있다.

옳거니 이제 그에게 어울리는 이름을 찾았다.

慈淚軒(자루헌)

그의 소박한 직장인 작은 공간이 자루헌(慈淚軒)을 달고 세상에서 가장 품격(品格) 있고 덕(德)이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되길 그의 지음(知音)은 꿈꿔 본다. 아마도 그를 아는 모든 오마이뉴스 블로그 이웃들은 나와 같은 생각으로 그의 축복(祝福)을 기원할 것이다.

2012년 6월 21일 장천 김성태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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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가 꿈을 꾸었는데, 아내의 말대로라면 자다 말고 일어나 강아지 인형을 끌어안고 대성통곡을 하더란다. 짧은 통곡으로 강아지 인형을 흠뻑 적셔놓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가르릉가르릉 코를 골며 다시 잠을 자더란다.

출근길 옷을 주섬주섬 입고 신발 끈을 고쳐 매는데 아내가 나오더니 오만 원 지폐 한 장을 주며 밤에 출출하면 간식 사먹으란다.

쯧쯧. 오만원 짜리 지폐 한 장 들고 서서 나는 울고 아내는 웃는다. 아내가 뚝, 안 하면 돈 안 준다기에 얼른 낚아채 가지고 출근하는 중이다. 출근길 열차 안에서 꿈 내용을 더듬어보니 내일 시집갈 애가 몹쓸 병에 걸렸는데 아픈 애 시중을 들다가 벌어진 사단이 틀림없다. 40년 전 할머니 돌아가시고 이런 일이 자주 있어 한동안 고생을 하더니...

열차 안에서 바라본 뚝섬 한강 변의 가로등 불빛이 은하철도 999 기차 레일처럼 적막하다. 딸에게 쓰는 편지가 새삼 소중함을 느낀다.

내일이 큰딸 시집가는 날이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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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편지

황동규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태그:#모이, #딸바보, #아버지, #딸사랑,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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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단어로 짧고 쉽게 사는이야기를 쓰고자 합니다. http://blog.ohmynews.com/han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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