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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주부 용왕제가 지난 24일 남면 원청리 별주부마을해변 유래비 앞에서 열렸다. 사진은 한상기 태안군수가 제를 올리고 있다.
▲ 별주부전 발원지서 열린 용왕제 별주부 용왕제가 지난 24일 남면 원청리 별주부마을해변 유래비 앞에서 열렸다. 사진은 한상기 태안군수가 제를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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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함과 무사태평을 위해 올리는 각종 고사(告祀) 상이나 사업의 번창과 가정의 안녕을 위한 고사 상에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상징적인 것이 바로 돼지 머리다.

고사 상에 돼지 머리를 쓰는 이유는 무속신화에 배경을 두고 있다는 설도 있지만 무엇보다 서민들이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는 점도 하나의 이유로 보인다.

하지만, 소 머리가 고사 상에 오르는 경우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단지 소 머리가 돼지 머리에 비해 비싸서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태안군에는 황도붕기풍어제라 해서 음력 정월 초이틀과 초사흘에 걸쳐 행해지는 마을 의식이 있다. 삶의 터전인 바다에서의 각종 사고를 막고 마을의 평안과 풍어를 기원하는 풍어제다. 황도 붕기풍어제는 지난 1991년 충남무형문화제 제12호로 지정된 바 있다.

또한, 수산물위판장이 있는 백사장위판장과 안흥위판장에서는 만선과 풍어를 기원하는 고사인 초매식이 열리고, 태안반도의 최남단인 고남면의 옷점마을에서는 전통 민속인 풍어제를 재현하면서 한해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는 '옷점 조개부르기제'가 매년 정월대보름 전날에 열린다.

태안반도의 중심인 태안읍에 위치한 경이정(충남도 지정 유형문화재 제123호)에서는 지역주민과 관광객이 한데 어우러진 범군민 중앙대제가 정월대보름 당일에 열리는 등 태안군에서는 정월대보름을 전후해서 다채롭게 열린다.

이처럼 태안반도에는 정월대보름을 앞두고 전통이 살아있는 전통의식행사가 다채롭게 펼쳐지는 가운데, 이의 시작을 알린 용왕제에서 소머리를 제물로 쓰는 이유를 알아보자.

자라바위 앞 별주부유래비에서 열린 용왕제

양수준 남면 면장과 군의원 등이 군민의 안녕을 염원하며 제를 올리고 있다.
▲ 제 올리는 양수준 남면 면장 양수준 남면 면장과 군의원 등이 군민의 안녕을 염원하며 제를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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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왕제는 태안반도의 대표적인 전통행사지만 지난해에는 AI(조류독감) 여파로 전면 취소돼 용왕제를 고대해왔던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올해는 밴드공연에 신명나는 풍물패 공연까지 이어져 축제처럼 펼쳐졌다.

별주부권역 마을 운영위원회(위원장 김종욱) 주최로 지난 24일 별주부 용왕제가 남면 원청리 별주부마을해변 유래비 앞에서 이른 아침부터 시작됐다. 2년만의 용왕제를 반기듯 화창한 날씨도 축제의 일원이 돼 주민과 관광객들의 발길을 원청리 해변으로 이끌었다.

용왕제가 열린 원청리 해변에 위치한 자라바위. 바위 전면에 토끼를 등에 업은 자라 바위가 있다. 자라바위에는 2010년 3월 지방출장길에 나섰던 농림수산식품부 직원 7명이 숨지는 참변을 당한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 자라바위 용왕제가 열린 원청리 해변에 위치한 자라바위. 바위 전면에 토끼를 등에 업은 자라 바위가 있다. 자라바위에는 2010년 3월 지방출장길에 나섰던 농림수산식품부 직원 7명이 숨지는 참변을 당한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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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조 때가 되면 토끼와 자라가 물에 잠긴다. 마치 용왕님을 만나러 간 것처럼 보인다.
▲ 용왕님을 만나러 가는 토끼와 자라 만조 때가 되면 토끼와 자라가 물에 잠긴다. 마치 용왕님을 만나러 간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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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군 남면 원청리 자라바위 앞에는 별주부전의 유래가 새겨 있다.
▲ 별주부전 유래비 태안군 남면 원청리 자라바위 앞에는 별주부전의 유래가 새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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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왕제가 열린 별주부마을해변 앞 자라바위는 해변가에 우뚝 솟아 있으며, 바다를 향하고 있는 바위 전면에는 별주부전을 연상시키는 자라를 탄 토끼 조형물이 화강암으로 조각돼 있어 곧 용왕을 만나러가는 듯 실감나게 묘사돼 있다.

이처럼 별주부 설화가 깃든 자라바위 앞 유래비에서 열린 용왕제에는 원청리 주민뿐만아니라 관광객, 해변길을 걷는 탐방객, 공무원 등 다양한 참석자들이 한데 어우러져 축제의 한마당으로 성황을 이뤘다.

용왕제가 열린 인근 해변에는 자라바위에 연결해 풍어를 비는 어선들의 깃발이 내걸렸다.
▲ 풍어를 비는 어선들의 깃발 용왕제가 열린 인근 해변에는 자라바위에 연결해 풍어를 비는 어선들의 깃발이 내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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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왕제는 대자연의 고마움을 기리고 바다의 잔잔함과 인간의 풍요로움을 용왕께 빌었던 데서 유래된 것으로, 매년 정월 대보름에 별주부권역 마을에서 군민과 관광객이 어우러져 즐기는 마을 전통 행사다.

별주부풍물단이 용왕제에 앞서 식전공연으로 신명나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 용왕제 분위기 UP 별주부풍물단이 용왕제에 앞서 식전공연으로 신명나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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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왕제에서 용왕님은 단연 인기다. 사진 찍느라 제 올리느라 바쁜 용왕님이 군민의 안녕을 기원하는 정성을 보이고 있다.
▲ 풍어와 군민의 안녕을 비는 용왕님 용왕제에서 용왕님은 단연 인기다. 사진 찍느라 제 올리느라 바쁜 용왕님이 군민의 안녕을 기원하는 정성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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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에서는 원청리 주민들로 구성된 별주부밴드와 태안군청 공무원 밴드가 어우러진 식전 공연과 별주부풍물단의 신명나는 풍물놀이에 이어 김종욱 별주부마을운영위원장과 한상기 군수, 군의원, 남면파출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례가 진행되며 행사의 절정을 맞았다.

소원지 꽂으며 가족화합 등 빌어

행사장에는 소원지 꽂는 프로그램도 마련해 참가자들이 직접 쓴 소원지가 새끼줄에 내걸려 있다.
▲ 가족의 화합과 건강 기원 행사장에는 소원지 꽂는 프로그램도 마련해 참가자들이 직접 쓴 소원지가 새끼줄에 내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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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행사장 한켠에 마련된 소원지 꽂기에는 각자의 소원을 정성껏 적어 새끼줄에 매달며 소원을 빌었다.

용왕제에서는 소고기 꼬치를 구워먹는 프로그램도 있는데,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소꼬치 구워먹을 심산으로 오랜 시간 진행되는 용왕제 자리를 지킨다.
▲ 맛있게 익어가는 소꼬치 용왕제에서는 소고기 꼬치를 구워먹는 프로그램도 있는데,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소꼬치 구워먹을 심산으로 오랜 시간 진행되는 용왕제 자리를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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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왕제에서는 소고기 꼬치를 구워먹는 프로그램도 있는데,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소꼬치 구워먹을 심산으로 오랜 시간 진행되는 용왕제 자리를 지킨다.
▲ 맛있게 익어가는 소꼬치 용왕제에서는 소고기 꼬치를 구워먹는 프로그램도 있는데,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소꼬치 구워먹을 심산으로 오랜 시간 진행되는 용왕제 자리를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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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제례 이후에는 마을 부녀회 등에서 준비한 소고기 꼬치구이체험 등 다양한 행사가 성대하게 펼쳐져 군민과 관광객들에게 아름답고 이색적인 대보름의 추억을 선사했다. 저녁에는 해변가에 마련된 달집태우기 행사도 개최하며 용왕제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용왕제를 찾은 한 관광객은 "해변길 탐방을 왔다가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어서 왔는데 소고기 꼬치도 구워먹고 이색적인 체험을 하게 됐다"면서 "내년에도 기회가 되면 또 오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용왕제를 위해 밤새 준비했다는 남면 원청리 부녀회의 한 회원은 "어제 늦게까지 소꼬치를 꿰고, 음식을 준비했는데 오신 분들이 너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용왕제에서 소머리를 제물로 쓰는 이유는?

용왕제를 주재한 법사님은 용왕제에 소머리를 올리는 이유는 돼지와 물이 상극이어서라고 설명했다.
▲ 용왕제에 소머리를 올리는 이유 용왕제를 주재한 법사님은 용왕제에 소머리를 올리는 이유는 돼지와 물이 상극이어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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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용왕제가 마무리될 무렵 고사상을 보다가 문득 소 머리를 제물로 쓴 이유가 궁금해졌다.

답은 이날 용왕제에서 제문을 읽은 법사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법사는 용왕제에서 소머리를 제물로 올린 이유에 대해 "물과 돼지는 상극이어서 바닷가에서 올리는 고사상에는 돼지머리를 제물로 쓰지 않는다"면서 "하여 용왕제에는 소머리를 제물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3.1절과 함께 연휴로 이어지는 3월의 황금연휴. 전통이 살아 있는 태안반도에서 소원도 빌고 정월대보름의 이색적인 추억을 쌓아보는 건 어떨까.

덧붙이는 글 | 태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정월대보름, #용왕제, #조개부르기제, #중앙대제, #태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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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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