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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악산 금산사 대장전은 진표 율사가 중수한 전각으로 보물 제827호입니다.
 모악산 금산사 대장전은 진표 율사가 중수한 전각으로 보물 제827호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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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의 진흙 소가 달빛아래 농사 짓고      (海上泥牛耕月色, 해상니우경월색)
구름 속에 나무 말이 바람을 타고 다니네      (雲中木馬掣風光, 운중목마철풍광)
묘한 한 말씀에 반야가 형상과 세월 밖에 있고(妙明一口威音外, 묘명일구위음외)달이 푸른 소나무에 깃들어 학의 꿈을 깨우   (月鎖靑松鶴夢警, 월쇄청송학몽경)


소요 태능 스님(1562~1649)의 선시(禪詩), '종문곡(宗門曲)'입니다. 이 게송은 불교계 대표 강백인 종범 스님께서 무척 감탄하는 시입니다. 어디 진흙 소가 달빛에서 농사짓고, 나무 말이 바람을 타고, 말 한 마디에 시공을 초월하고, 달이 학의 꿈을 깨우겠습니까. 현실에선 어림없지요. 허나, 신선은 가능하지요. 해탈한 도인은 일체 경계가 없다는 공(空) 의미입니다.

또 길을 나섭니다. 전북 김제 모악산 금산사로 향합니다. 모악산 금산사 가는 길이 마치 해탈로 가는 '출가 길' 같습니다. 선재동자가 도를 찾아 떠난 것과 같은 비장한 마음입니다. 실은 이름이 '도'요, '비장한 마음'이지, 실상은 '공(空)'입니다. 바람이 일렁입니다. 바람이 얼굴에 부딪치더니 번뇌를 깨트리는 별빛이 됩니다. 다 마음인 것을….

하심(下心)으로 이기(利己)를 버리고 이타(利他)를 배우다

 미륵성지 김제 모악산 금산사 가는 길 위에서 '나'를 돌아 봅니다.
 미륵성지 김제 모악산 금산사 가는 길 위에서 '나'를 돌아 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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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모악산 금산사로 가는 길 위에서, 화두를 꺼내 '허망한 상'에서 '진실한 상'을 찾는 마음공부로 들어갑니다. 내 삶, 과거 속으로의 시간 여행을 시도합니다. 이유는 호흡(風), 체온(火), 피(水), 몸(地)으로 구성된 육신이며 유한한 '허망한 나'를 돌아보고, 거기에서 영원하고 '진실한 나'를 깨닫기 위함입니다. '나'와, '나'이지만 '내'가 아닌 '허망한 나'를 같이 보면 불생불멸이기 때문입니다. 삶은 자기 필름을 계속 돌리고 산다지요? 때문에 마음 열고 지나 온 나를 돌이켜 보는 겁니다.

어릴 적, 새침때기로 자기애가 강했습니다. 어떤 일을 하고 싶은데, 그 욕구를 억눌러야 했습니다. 세상살이에 적합하게 순응하는 과정의 연속이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자유에 대한 갈망을 키웠습니다. 타인과 다른 나를 꿈꾸면서 억눌린 나를 용인하는 모순을 안고 살았습니다. 이런 삶은 대학을 다니면서 변하기 시작합니다.

마르크스, 레닌에서 시작된 삶에 대한 고뇌는 노자, 장자, 불경을 넘어 라즈니쉬 등을 섭렵합니다. 이후 시민운동에 투신, 지방자치 실현, 환경ㆍ안전 기준 방안 마련,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 등의 활동에 나서게 됩니다. 이때 따뜻한 가슴이 앞서기보다 냉정한 머리가 우선이었습니다. 살아 있으되, '진정한 나'는 아니었던 거죠. 오욕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방랑이 시작되었습니다. 세상을 유랑하며 과거, 현재의 '나'와 마주했습니다. 부족한 게 많았습니다. 나를 깨울 수행과 실천이 필요했습니다. 글 쓰는 외에, 생산직 노동자, 청소 노동자, 경비 노동자 등을 경험하며 땀을 흘렸습니다. 그 결과 하심(下心), 즉 자연스레 나를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과거에서 벗어나 이기(利己)를 버리고 이타(利他) 배우는 중입니다.

살아온 세계가 허망하듯 꿈 또한 허망하다, 공(空)

 모악산 금산사 금강문 내 사자를 탄 문수동자입니다.
 모악산 금산사 금강문 내 사자를 탄 문수동자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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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케 스님 되는 걸 피했네요. 스님이 되셨으면 정말 엄청 유명한 큰 스님이 되셨을 텐데…."

십여 년 전, 이제 막 만신을 받았다던 이로부터 들었던 말입니다. 당시 "젊어서 한 때 고민하긴 했지. 그걸 어찌 알았대?"라면서도 "쓸데없는 소리"라고 일축했습니다. 형이 목사인 열렬한 기독교 집안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요. 요즘 들어 그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듯합니다. 그동안 내 삶의 방관자로 살아왔음에도 깨달음의 길에 들고자 발심한 원인이 있습지요.

수년 전, 꾸었던 꿈. 지금도 또렷합니다. 꿈에 어느 노인이 나타나 책 한 권을 주었습니다. 무심결에 받아들고, 책을 살폈습니다. '능엄경'이대요. 아무 생각 없이 이런 책도 있나 했습니다. 뒤에 보니 '능엄경'이란 경전이 신기하게 정말 있더군요. 꿈속에서 노인이 왜 불경을 건넸는지, 왜 그걸 받아 들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또 다른 꿈입니다. 집 윗목에서 스님 두 분이 잠을 잡니다. 아랫목에서 내가 어느 노인과 탁자를 두고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가르치길 다한 도인, 자는 스님들 깨지 않게 조용히 밖으로 나갑니다.

그를 쫒습니다. 그가 아랫집으로 들어갑니다. 뒤따라 들어갔습니다. 그는 사라지고, 나만 홀로 나왔습니다. 나는 공중을 날고 있습니다. 지금껏 살아온 세계가 허망하듯, 꿈 또한 허망했습니다. 꿈에서 깨면 공한 것을….

하여튼 석가모니 부처님은 호흡을 통해 성불을 이뤘다고 합니다. 그리고 신기한 능력인 육신통을 이뤘다고 합니다. 선정과 지혜가 살아 숨 쉬는 돈오(頓悟), 즉 득도는 호흡법 이외에도 염불을 외우면서, 불경을 읽으면서도 이룰 수 있다고 합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나를 잊은 채 자기 본성에 집중하면 해탈한다고 합니다.

내가 '참 나'인 '공적영지'와 인연 맺은 건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지 싶습니다. 알아차린 그 무엇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왜 '불성'을 체험하려는 걸까? 견성(見性)이면 성불(成佛)이라 했습니다. '참 나'를 봐야 궁극적으로 성불을 이루기 때문입니다.

진표 율사가 금산사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마음이 곧 부처라고 합니다. 마음의 주인...
 마음이 곧 부처라고 합니다. 마음의 주인...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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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공부 중, 이중표 교수 반야심경, 대원 스님 법문 등을 거치면서 우연히 홍익학당 윤홍식 씨 <수심결> 강의를 듣게 되었습니다. 윤홍식씨가 제시하는 불생불멸 '견성'을 찾는 방편은 독특했습니다. 참선과 명상이 생소한 입장에선 '진여' 속으로 들어가는 방편을 몰라 깜깜했습니다. 그런데 그의 강의는 '순수한 본성자리'로 들어가는 직접적인 방편으로 다가왔습니다. 그의 강의와 함께 '반야', 그 자리 그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 '나'라는 존재감에 집중해 보세요. … 지금 맨몸을 느끼셔 보세요. … 옷을 꼭 벗어야 내가 맨 몸을 느낄 수 있을까요? 마음도 똑 같아요. 생각 감정 오감의 옷을 입고 계신데, 진짜 여러분은 누구신데요. '나'라고 하는 그 자리가 어디십니까. '나'라고 한 번 말로 해보세요. '나'. '나'. '나'. 누가 '나'라고 하는지 보세요. '나'라고 하는 자리가 어디인지 한 번 느껴보세요."


그가 이끄는 대로 조용히 소리 냈습니다. 정신을 집중하며 불생불멸의 영원한 본성자리인 '나'를 찾고자 애썼습니다. "나~ 나~ 나~ 나~ 나~ 나~ 나~" 목소리 속에 미세한 울림이 있었습니다. 허나 요원했습니다. 대체 '진여'의 자리는 어디인가? 생각할 틈도 없이 귀로 강의 들으면서 몸으로는 계속 '나 찾기'에 몰입했습니다.

"… 그 자리는 생각 감정 오감이 없어요.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아요. 텅 비었죠. 그런데요 존재한다는 건 이미 알아차리고 있어요. '나'라는 말이 나오는 곳을 다 알아차리고 있어요. … '나'라는 말을 속으로 한 번 해보세요. … 느껴보세요. …"


내 삶속으로의 여행에서 깨어나니, 전북 김제 모악산 금산사입니다. 생소한 금산사, 규모에 놀랍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17교구 본사랍니다. 금산사에 따르면 "599년 백제 법왕의 자복사찰로 창건되었으며, 이후 진표 율사에 의해 중창되었고, 진표 율사 때부터 미륵신앙의 성지로 자리매김 했다"고 합니다. 이곳에 오면서 '참 나'를 찾는 동안, 진표 율사가 금산사에서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모악산 금산사 대적광전입니다. 여기서 진표 율사를 만날 줄이야!
 모악산 금산사 대적광전입니다. 여기서 진표 율사를 만날 줄이야!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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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 SNS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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