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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게 들이댄 차별적인 기준과 시선은 대한민국 사회 곳곳에 쌓여 있다. 겉으로는 '성평등'처럼 꾸미고, 안으로는 깨지지 않는 유리천장이 존재했다. 이뿐만 아니다. 비이성적인 위계 문화와 결합한 남성중심의 사고방식은 폭력을 낳았다.

서지현 검사도, '괴물'이라는 시를 쓴 최영미 시인도 잊을 수 없는 기억들을 간직한 채 억압적인 분위기에서 수년, 수십 년을 아파한 장본인들이다. 이 둘 뿐일까. 결혼이나 출산 등 사회적으로 정해진 역할 앞에서 먼저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 그리고 현실이 나아지지 않는 것에 허탈해하는 여성들도 #미투(#MeToo) 해쉬태그를 연이어 달고 있다.

평소에 알고 지내던 사이였던 두 여성도 이러한 분위기에 공감하면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을 것 같았다. 현재 주부이신 홍석희씨는, 과거 문화기획사에서 3년간 일하다가 경력 단절된 여성이다. 하우진 학생은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고, 부산 내에서 '평화나비' 부산 지부 대표를 맡으면서 자신의 전공과 미래를 다져나가고 있는 여성이다. 지난 8일 두 사람을 만났다. 

남다른 활동 경력을 가지고 있는 두 분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 여성'들에게서 빠져나간 퍼즐들을 찾아보기로 했다.

 인터뷰 중인 왼쪽 홍석희 (35) 오른쪽 하우진 (20)
 인터뷰 중인 왼쪽 홍석희 (35) 오른쪽 하우진 (20)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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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여성가족부 발표에 따르면, 경력단절을 경험한 기혼 여성의 비율은 2명 중 1명꼴이라고 합니다. 경력 단절의 사유는 결혼·임신출산·그리고 가족구성원 순으로 높다고 하네요. 홍석희 주부님은 어떠한 과정으로 경력단절이라는 문턱에 걸리게 되셨는지요?
석희 "3년간 직장생활을 하고 결혼을 하면서 부산으로 내려왔어요. 부산에서 구직을 하려던 찰나에 첫째가 생겼고요. 어느 정도 아이를 키우다가 바로 구직을 또 하려고 했는데 둘째가 생겼어요. 출산과 결혼이라는 큰 순간들이 장기적으로 경력단절에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해요."

- 하우진 학생은, 대학 안에서 취업이나 학업에 대한 유리천장이나 차별들이 있다는 것에 대해 공감하시나요?
우진 "공감해요. 저는 직접적으로 겪은 사례는 없지만, 당장 취업 시장에 나가려고 하는 친구들 중에 어이가 없는 사례들이 많아요. 예컨대, 교수가 남학생에겐 전공관련 분야를 소개해 주면서 여학생에게는 콜센터나 전공과 관련 없는 분야를 추천해 준다는 거죠. 그리고, 아무리 학점이 좋다고 해도 여학생의 자아실현에 한계가 있다는 분위가 있다는 건 사실이에요."

- 과거, 그리고 오늘날까지도 경력단절로 인해 일상 속에서 투쟁을 이어나가실 것 같습니다.
석희 "솔직히 생각했던 결혼 생활과는 많이 달라요. 결혼 전에는 아이를 낳고 3개월 뒤 바로 일하고, 또 남편과의 가사일 분담도 정확하게 하려고 했죠. 가사는 노동이라고 정확하게 주장하려고 했고요.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요. 외벌이로도 먹고 살 수는 있을 정도로 어렵지 않은 형편? 그래서 제가 결혼하면서 먼저 쉬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남편이 자연스레 가사에 대한 이해도가 좀 떨어지더라고요. 처음에는 많은 논쟁을 하고, 화도 냈지만 제 자존감만 낮아졌어요. 지금은 좀 생각을 바꿔서, 이러한 상황이라도 내가 좀 억척스럽게 살면 가족 내에 모범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어요.

그리고, 이 문제가 '남편'만의 문제도 아니고, 사회적인 문제를 담고 있기 때문에 저는 여성들이 이러한 상황을 공유하고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모임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작년에는 부산 여성회를 통해서 그러한 것들을 하려고 했고요. 지금은 둘째를 막 출산해서, 아파트 내에서라도 책 모임을 만들어 보려고 해요. 어쨌든 엄마의 문제는 엄마가 제일 잘 알기 때문이죠."

우진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결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아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이 들진 않아요. 주변의 대부분 여성들이 이렇게 자신의 전공, 인생, 직업을 포기하고 가야 하는 것도 저를 망설이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석희 "주변에 이렇게 생각하는 친구들 많아요. 현실적으로 보면 직장에서 남자가 300만 원 벌면 여자가 150만 원 버는데, '이건 뭐 포기하라는 이야기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잖아요? 임금이 평등하면 몰라도."

- 경력단절 전후 겪는 임금(소득)격차는 월 26.8만 원이며, 취업여성 중 경력단절 경험 유무에 따른 개인별 임금(소득)차이는 월 76.3만 원이라고 하는데요. 또, 정부에서는 여성의 재취업을 돕기 위한 정책을 서둘러 도입하고 있는 듯합니다. 재취업 교육, 출산휴가 장려, 직장문화 개선 워크숍 등도 개최합니다.
 
그러나 통계를 보면 재취업 때 겪은 어려움으로는 양육·보육(51.1%), 가족의 이해와 가사노동 분담 부족(20.0%) 등이 엄청난 비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2016년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 실태조사). 결국 가정의 일들이 여성 '개인'에게 대부분 맡겨지는 것부터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석희 "직장이 보통 3년 정도 일을 했을 때 좀 적응이 되거든요. 저는 3년 정도 일하고 바로 그만두었는데, 재취업해서 더 위로 올라가는 건 사실상 어렵다고 봤어요. 그래도, 재취업을 위해서 좀 알아봤는데 지원을 해주는 게 산후 도우미, 요양 보호사, 수납정리...? 각자의 경력을 고려하기 보다는 (직군이) 너무 일관돼 있어요. 실제 전공을 계발할 수 있는 것과는 동떨어지고요. 사무직도 젊은 사람을 뽑기도 하고."

- 이야기를 들어 볼수록, 여성의 다층적인 수요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느껴지네요.
우진 "출산과 관련된 정책들 사이에서 '여성'이라는 게 빠진 것 같아요. 지금의 우리들에게 추천되는 직장은 교사나 공무원, 그러니까 출산 이후에도 돌아와서 할 수 있는 안정된 직장인거죠. 그렇다 보니, 특정한 직업군에 쏠리게 되는 편향성이 존재하게 되고요. 사람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이 안팎으로 많이 사라지는 거죠."
 
- 정리를 하자면 암묵적인 분위기가 선택의 폭을 줄이게 만든다는 거군요.
석희 "아빠가 일을 그만둬도, 가정이 무너지지 않는 게 정상인 나라가 되어야 하지 않겠어요?"

우진 "사회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데는 남성들의 참여가 필요하죠. '나는 그렇지 않은데' 라고 하기엔, 현재의 통계가 육아부담의 정도가 여성에게 많이 기울어져 있어요. 당장 눈앞에 벌어진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함께 고민을 하면 좋겠어요."

석희 "한참 먼 정책들이라고 생각이 드는 건요, 막말로 남자도 돈버는 게 정말 힘들죠. 녹초가 되어 집에 돌아오면 가사분담이 퍽이나 잘 되겠어요? 정말 사회적으로 동등한 구조 없이는 땜질, 땜빵 정책 정도라고 보고요. 앞서 말했지만, 여성의 직업 하나로 가정을 부양하는 게 어색하지 않고, 힘들지 않아야 남성들이 직업을 쉬면서 가사노동 해보겠죠? 그때 되면, '아 이게 생각보다 어렵고 힘들구나' 라는 걸 알게 되지 않을까요?"

"아빠가 일 그만둬도, 가정이 무너지지 않아야 정상"

 마을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는 홍석희(35)씨
 마을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는 홍석희(35)씨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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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리하자면, 남녀 임금 격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개인들의 노력으로 극복되기 힘든 지점이 많다는 것이죠?
석희 "네 그렇죠 그리고, 사내 분위기도 중요할 거 같아요. 육아휴직에 눈치를 주는 곳이면 더 곤란해지죠."

- 부산에서 거주하시면서, 현재까지 경력단절에 맞서는 방법은 어떠한 것들이었습니까?
석희 "저를 놓고 싶지 않던 게 있었어요. 직장 다니기 전에 컴퓨터를 잘못했었는데 회사생활 하다 보니 어느 정도 능력치가 올라갔고, 그래서 이런 감이 떨어질까 봐 마을사업에서도 비슷한 일을 맡아서 하게 되었네요. 전적으로는 아니지만 이것저것 모임도 참여하려고요.

많은 엄마들도 공감하시겠지만, 이런저런 일을 하다 보면 아이를 핑계 댈 때가 있어요.  분위기가 아이를 핑계 대면 다 이해해주는 구조잖아요? 예전의 저의 모습이면 이겨낼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못한 점이 역설적으로 자존감을 떨어뜨리기도 해요. 부끄럽기도 하고.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은 너무 많아서 오히려 의미는 없다고 보고요."

- 마을사업도 많이 하신다고 들었는데요, 실제로 부산에서 많은 여성들이 마을 공동체 활동을 하고 계시죠. 이것도 하나의 대안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석희 "저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좀 해보고 싶어요. 가만 보면, 엄마들이 자기계발에 쓰는 돈을 주저해요. 아들딸 옷하나 더 입혀주고 싶고, 맛있는 거 먹여주고 싶고. 그러다보면 나에대한 씀씀이가 많이 줄어들어요. 그런데 마을 공동체 사업을 추진하다 보면, 지방정부의 도움도 받게 되고 여러 사람이 모일 수 있는 것들도 편하게 할 수 있고. 마을과 동시에 여성들 스스로도 계발이 가능하죠. 실질적인 비용 부담도 많이 줄고요.

아이를 당장 키우는 사람들에게는 버겁긴 하죠. 하지만,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작은 부분이라도 참여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책모임이라도 되요. 요즘 소규모 책모임 동아리 지원도 해주고 있으니까요."

 동아리 활동중인 하우진(20)씨
 동아리 활동중인 하우진(20)씨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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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경력단절을 해결하거나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우진 "출산율이 낮은 것도 정책의 중심에 여성이 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지금 말씀하신 마을 공동체 사업이라든지, 책모임, 재취업 등은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한다기보다 문제를 수습하는 정도로 보여요. 앞서 제기된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건드릴 수 있는 정책이 나왔으면 합니다."

석희 "제 직장은 신뢰가 쌓인 곳이라서, 결혼 후에도 직장을 다녔더라면 차별이나 배제는 없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많은 분들은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아이를 포기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아요.

그런데요, 저는 아이를 낳은 것에 대해 지금까지 후회한 적은 없어요. 아이를 낳지 못하게 만드는 구조를 뜯어고치고 싶기도 하고. 게다가 여성들에게 제시되는 정책들은 좀 뜬금없는 부분도 있거든요. 이러한 점에서, 여성들의 정치 참여가 정말로 중요해요. 10년 뒤에는 저도 부산에서 출마할 수도 있을 정도의 분위기면 더욱 좋겠죠? 하하. 어쨌건 우리 문제를 우리가 제일 잘 알잖아요? 정치 참여도가 높아야 실제로 도움이 되는 정책이 나올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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