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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노동존중 사회 실현 공약을 내건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습니다. 지난 10년간 적대적이었던 정부와 노동계의 관계가 매우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동계를 존중한다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고, 노동계에서는 사회적 대화를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한국노총·민주노총 위원장을 연달아 만나 사회적 대화와 노동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편집자말]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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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만에 청와대로 향하는 길은 막힘이 없었다. 경호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일정한 간격마다 무전기로 보고하고 문이 열렸다. 여러 농성장을 지나서 청와대에 다다랐다. 세종로 공원에는 3998일째 농성을 이어가는 콜트·콜텍 노동자가 있었다. 민주노총 조합원의 농성장과 현수막도 곳곳에 있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묘한 마음이 들었다.

"한 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기분이 들었어요.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생각도 들고요."

김 위원장이 말했다. 그는 지난 19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다. 대통령과 민주노총 위원장의 만남은 노무현 전 대통령 때인 2007년 이후 처음이다. 그는 원탁 테이블에 앉아 문 대통령과 근로시간 단축 입법부터 최저임금 시행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노동법 전문가다 보니 노동계 전문 용어를 그대로 사용해도 돼서 편했다"라며 "중복할증이라고 하면 통신사 요금제가 생각날 수도 있는데 다 알아들으시니 그런 부분에서는 대화와 소통이 잘 됐다"라고 떠올렸다. (중복할증: 주 40시간 이상을 근무한 노동자가 휴일까지 일할 경우 기본수당(100%)에 휴일수당 (50%)과 연장수당(50%)을 더해 200%를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기자 말)

문재인 대통령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 19일 청와대 면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 19일 청와대 면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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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부터 민주노총 신임 위원장 업무를 시작한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와 임기 3년이 겹친다. 노동 존중을 강조하는 정부와 사회적 대화, 소통을 강조하는 민주노총의 만남이다. 지난 24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위원장실에서 만난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박근혜 양대 지침 폐기를 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라면서도 "노조 만들 권리를 보장하거나 대기업, 재벌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접근하지는 못했다"라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의 3년은 기존 민주노총과 무엇이 다를까. 그는 "그동안 민주노총은 대기업, 공공부문, 40대~50대 가장, 남성 노동자가 압도이었지만 앞으로는 다를 것"이라며 "마트 노동자, 보건 의료에서의 다양한 비정규직 등 다른 영역이 넓어지면서 내부 구성의 변화가 있다"라고 밝혔다. 구성원의 변화에 따라 민주노총 내부의 분위기도 구조도 달라질 것이라는 확신이다.

다음은 김명환 위원장과 한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기존 노사정 위원회는 노동자의 손목을 비틀어서 도장 찍게 한 것"

-노사정 대표자회의에 참석한다. 기존의 노사정위원회와 무엇이 다를 수 있을까.
"노사정 위원회에서 1년 만에 탈퇴하고 19년 만이다. 기존의 노사정위원회는 '정부의 의도를 관철하려고만 했다. 그게 노사정위원회의 의도였다는 말도 들어봤다. 한마디로 노동자의 손목을 비틀어서 도장 찍게 하는 과정이었다. 노사정위원회에 다시 들어갈 수는 없다. 그래서 개편 논의를 적극적으로 제안했고 이번에 대표자회의에 참석하게 됐다."

-노사정위원회에서 노사정 대표자회의로 이름만 바꾼 게 돼서는 안 된다는 뜻인가.
"이름'만'이 바뀐 게 아니라 이름'도' 바꾸겠다는 것이다. 노사정 대표자회의가 새로운 사회적 대화 기구를 만들어갈 때 과거의 사례를 참조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의제, 운영방식, 구성, 명칭까지 다 조금씩 바뀐다면 '새로운'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다. 24일에 민주노총 내부 회의를 할 텐데, 담백하게 이야기하려고 한다. 여러 단서조항은 빼고 담백하게 요구할 것이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면 패를 먼저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고. 아직 대표자회의가 완성도 안 됐는데 논란을 만들 필요는 없으니 여기까지만 하겠다."(민주노총은 25일 오후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노사정 대표자 6자 회의 참석을 확정했다... 편집자 주)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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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1년 차 노동정책과 일자리 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대통령이 면담에서 '9개월간 정부는 열심히 했다'라고 말씀하시더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박근혜 양대 지침 폐기 등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내밀히 들여다보면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자회사 문제나 교육현장의 상시지속업무가 무기계약직 조차도 대부분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들은 해고위기에 처해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갑'의 책임을 다하게 하려는 노력도 부족하다. 노조 만들 권리를 보장하거나 대기업, 재벌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접근하지 못하는 것은 매우 아쉬운 지점이다."

-정부 여당이 노동시간 단축과 중복할증 관련한 근로기준법 개정안(3당 간사합의안) 통과를 밀어붙이면 어떻게 할 것인가?
"1월 초에 같은 질문을 들었을 때 '찬물 확 끼얹는 판단'이라고 말한 적 있다. 지금도 그 생각이다. 다만 민주노총이 노사정 대표자 회의에 참석하기로 하지 않았나. 대화와 소통을 앞둔 상황에서 정부여당이 밀어부쳐서는 안 된다고 본다. 특히 이 법안은 적폐세력인 자유한국당과 합의해 진행한 것이다. 법안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과 여당 원내대표단에게도 반대 의견을 명확히 전달했다."

"노동헌법 요구할 것"

-올해 개헌 논의가 봇물이 터지듯 할 것으로 보인다. 헌법개정안에는 어떤 내용이 추가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노동헌법이 필요하다. 여성 사례를 들면 새로운 헌법에 성 평등과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올라가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나. 노동헌법 역시 위상을 잡아가야 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고치자는 것이 아니다. 핵심적인 세 가지라도 고쳐야 한다.

첫째는 헌법에 보장된 노동삼권을 확장해야 한다. 두 번째, 비정규직과 정규직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것을 헌법 정신에 반영해야 한다. 세 번째, 말이 바뀌어야 한다. 근로가 아닌 노동이 우리 사회를 움직인다는 것을 헌법에 반영해야 한다. 관공서부터 공문, 교과서 모든 부분에 근로자, 근로라고 쓰여 있는 것을 노동으로 바꿔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각종 협약에 들어가는 용어가 변화될 것이다. 노동부의 공식 문서에 노동이라는 말이 들어갔다 나갔다 한다. 실제로 각종 문서에서 노동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어 긍정적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 장관 역시 현장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했던 분이다. 좋은 신호라고 해석한다."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이 10%밖에 안 되는데, 노동자들로부터 노동조합이 왜 외면받는다고 생각하나.
"노조 조직률은 떨어진다기보다는 멈춰있다. 10.2%인데, 지난 9년 동안 세계적 추세를 살펴보면 조직률은 떨어지고 조직된 노동자 수 역시 줄어들고 있다. 반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숫자는 증가하고 있다. 노조 조직률이 곤두박질치는 것이 아니라 도약하기 전 과도기 아닌가 생각한다.

노조의 범위 안에 들어오는 노동자들 조직하는 것이 중요하다. 청년과 노동 이탈자인 퇴직자들이 있다. 세대는 나뉘지만 양대 빈곤의 축이다. 빈곤의 문제와 사회적 의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우리의 중요한 역할이다. 조직과 교섭, 투쟁은 계속 연결돼 있다. 조직화 전망은 밝다."

-하지만 민주노총을 바라볼 때 양면적인 마음이 든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 사회의 노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끈질기게 했던 희생과 고통도 있다. 하지만 일상의 삶 안에 노조와 노동을 자리잡게 하려는 방식이 보수적, 남성 중심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명환 위원장 때는 달라질 수 있나.
"집행부가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교섭의 장이 자꾸 기업단위로 묶여 있어서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산별 단위로 넓혀가는 논의를 좀 더 강화할 것이다. 그 동안 대기업, 공공부문, 40대~50대 가장, 남성 노동자가 압도적인 수를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질의 변화 일어나고 있다.

마트 노동자, 보건 의료에서의 다양한 비정규직 등 다른 영역이 넓어지면서 내부 구성의 변화가 있다. 이들이 민주노총의 압도적 다수가 되면 질적 변화가 완전히 온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산별 교섭과 집행부의 의식적 노력 등이 결합하면 조직의 체질, 운영에 질적 변화가 있을 거다. 위원장을 맡은 3년 안에는 구성원의 변화만큼 민주노총의 분위기도 충분히 변화할 것이라 확신한다."

"여성의 강점 살릴 것"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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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장이 말한 대로 비정규직 서비스업 노동자는 대부분 여성이다. 이들을 포용하려는 민주노총의 계획이 있나.
"10년 전, 대위원 중앙위원에서 여성 할당제를 도입했다. 다만 이제는 그것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 제도적 측면보다는 실무를 총괄하고 집행하는 여성 간부들을 의식적으로 배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주노총은 회의가 정말 많다. 여기서 나오는 결정들은 현장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회의에서 한 줄이 현장에서 20가지 경우의 수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런데 여성들은 세세한 부분들을 놓치지 않는 강점이 있다. 또 신중한 판단을 내린다. 위원장 역시 당연히 남성의 몫인 것은 아니다. 민주노총의 조직원이 비정규직 50%로 이루어져 있으면, 비정규직이 위원장인 것이 당연하다. 여성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조직 구성 자체를 오롯이 반영해야 한다."

-현장은 외롭고 어렵다. 큰 투쟁 안에서 개인이 희생되다 보니 트라우마나 마음의 상처를 돌볼 여력이 없다.
"맞다. 노동과 쉼은 동전의 양면이다. 지친 사람들을 쉬게 하고, 상처는 치유하게 해야 한다. 극단적 선택에 몰린 사람들은 최소한의 빛을 보도록 도와야 한다. 이 문제에 있어서 간부들이 특히 예민하게 반영해야 한다. 먼저 보이지 않는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쌍용자동차 해고나 세월호 참사 등의 사례와 치유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반영하려 한다. 민주노총 내부의 노동안전보건국을 실로 승격하기도 했다. 관련 전문가를 보강해 꾸려갈 생각이다. 젠더 감수성을 높이는 노력도 꾸준히 할 것이다."

-1년 차인 올해 이것만은 꼭 할 것이라 다짐하는 1순위를 꼽자면.
"상반기는 최저임금이다. 1만원에 최대한 가깝게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최저임금 논란은 약자에 대한 멸시가 바탕에 있다. 우리 조합원이든 아니든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는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약자다. 최저임금이 지난해보다 조금 더 올랐다고, 고용을 위협한다는 해석에 분노한다. 

노동자들이 건물을 지키고 광채를 내고 있을 때, 과연 그 건물주들은 무엇을 했나? 아무것도 없다. 천정부지의 임대료만 높여 불로소득만을 챙기지 않았나. 골목상권을 무너뜨리고 등장한 대기업 프랜차이즈 업체의 30%가 넘는 수수료는 기가 막힐 노릇이다. 수구언론 등은 이것에 주목하기보다 나라가 망하는 것처럼 소란을 떤다. 언제부터 소상공인 걱정을 했다고.. (현재 논란은) 약자를 멸시하는 것이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내수가 활성화되고 소득주도의 성장이 이뤄진다는 것을 보여줄 거다. 당장 6개월의 투쟁계획으로 최저임금이 만원에 최대한 가까워질 수 있도록 종합계획을 발표할 것이다."

[관련기사]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인터뷰] "한국노총, 어용 짓 하지 않습니다"



태그:#최저임금, #김명환,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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