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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칼 마르크스의 나라 고구려

1부. 주몽이라는 이름의 햄릿 이야기
18.01.13 18:02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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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사를 둘러싼 역사논쟁이 분분하다. 2017년 5월 30일 도종환 시인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지명되자 학계(강단사학)는 '유사사학'의 추종자라는 이유로 심각한 우려를 표출하였다. 반면 '유사사학'자들은 강단사학자들을 '식민사학'이라고 비난한다. 그들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고대사 이슈는 두 가지. 하나는 고조선·고구려의 강역과 관련한 한사군의 위치이며, 또 하나는 고대일본이 한반도 남부를 통치(南鮮經營)하였다는 이른 바 '임나일본부설'이다. 전자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응한다는 점에서, 후자는 일본의 역사왜곡을 바로잡는다는 점에서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유심히 바라보면 '식민사학'이라고 비난하는 '유사사학'은 그 접근방식에서 '식민사학'과 별 차이가 없지 않은가. 게다가 '식민사학'과 '유사사학'은 모두 중국 일본 학자들의 사관史觀에 매몰되어 있음에랴.

"역사란 아我와 비아非我와의 투쟁이다."
칼 마르크스의 '계급투쟁론'에 비추어 단재 신채호의 역사관은 '민족투쟁'으로 비쳐지기 십상이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생각해보시라. "역사란 자아[我]와 비자아[非我]와의 투쟁이다." 이렇게 생각할 때 역사란 자아를 회복하려는 민중과 자아를 지배(포획)하려는 지배계급간의 기나긴 투쟁이라는 마르크스의 생각에 도달할 것이니, 칼 마르크스가 물질세계에서의 계급투쟁을 선언하였다면 신채호는 의식세계에서의 계급투쟁을 고취하였음을 이해하리라. 신채호가 선언한 자아[我]를 회복하려는 민중의 위대한 역사로서 우리는 서구의 르네상스Renaissance를 기억한다. 서구의 찬란한 역사를 공부하며 어쩌면 우리 아이들은 생각하리라.
'우리(또는 동양세계)의 역사에는 왜 르네상스가 없었을까?'
진정한 역사가라면 아이들에게 대답해주어야 할 것이다. 19세기 말 조선에서 일어난 '동학東學'이 우리 민족의 르네상스였다고. 14세기에 이르러 서구인들은 찬란한 그리스시대를 기억Renaissance해내고는 '지금 그들이' 살고 있는 세상(중세)이 너무나 기만적인 세계임을 각성한다. 그렇다면 '동학東學'을 일으킨 우리에게도 기억Renaissance해낼 '찬란한 그리스시대'가 있었을까? 광개토왕비 첫 문단을 보시라.

惟昔始祖                 아득한[昔] 시조始祖를 기억Renaissance[惟]해낸
鄒牟王之創基也        추모왕(목동출신 왕)은 토대[基 하부구조 중심의 나라]를 창건[創]하였다.
出自北夫餘 天帝之子 북부여의 '중화의 하늘[天]'을 겁탈[子]한 제왕[帝 해모수]이
母河伯女                 어머니인 하백河伯의 딸을 겁탈[子]함으로서[自]
郞剖卵降世              출생[出]한 사내아이[郞]는 알을 깨뜨려 세상에 강림降臨하였으니,
生而有聖德              (가치를)낳음[生]으로써[而] 성덕聖德(성인이 주입한 것)을 초월[有]하였다.

필자는 '동학東學'이 기억Renaissance해내었을 '찬란한 고구려'를 주장하고자 광개토왕비를 인용하였다. 그런데 주몽은 이미 "아득한[昔] 시조始祖를 기억Renaissance[惟]"하고 있지 않은가. 주몽은 어떻게 알(중화의 동굴)에서 깨어나는가? 중화주의에 귀의한 부여의 왕(해모수)이 어머니(유화부인)을 겁탈하는 '드라마'를 바라보며 각성한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환기하라. 햄릿은 어떻게 깨어나는가? 선왕햄릿의 권력을 찬탈한 클로디어스가 어머니(거트루드)를 겁탈(재혼)하는 사건을 성찰함으로써 각성한다.
주몽신화와 <햄릿>의 서사를 시시콜콜 분석할 지면관계상 곤란하므로 독자들의 문학적 소양에 맡긴다. 광개토왕비는 주몽이 고대―기자조선 이전의 단군조선―를 각성Renaissance함으로써 건설한 나라 '고구려'를 밝혀준다. 더구나 주몽이 건설한 고구려는 '토대[基 하부구조 중심의 나라]'였으니, 칼 마르크스의 '토대'를 다시 사유하라.
"물질적인 생산양식은 삶의 사회적 ․ 정치적 ․ 정신적 차원들을 결정한다. 인간의 의식이 그들의 존재를 규정짓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그들의 사회적 생활양식(토대)이 의식을 좌우한다."

※통론―광개토왕비
惟昔始祖                  옛날 옛적에 시조이신
鄒牟王之創基也         추모왕이 나라를 열었다.
出自北夫餘 天帝之子  추모왕은 북부여 천제(해모수)의 아들이요,
母河伯女                  어머니는 하백의 따님이셨다.
郞剖卵降世               추모왕은 알에서 태어나 세상에 내려오셨으니,
生而有聖德               출생하면서부터 성덕을 지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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