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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둥에 휩싸인 생지옥에서 살아남은 이들
▲ 그 날의 남일당 불기둥에 휩싸인 생지옥에서 살아남은 이들
ⓒ 노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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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용산참사 철거민들에 대한 사면과 복권이 발표되었다. 박근혜 정권이 가둔 양심수들에 대한 사면 없이, 이미 지난 2013년 석방된 철거민들에게 사면복권이 이루어졌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없이 2009년 이후 망가진 일상을 살아가는 철거민들의 삶이 사면으로 회복될 수는 없다. 그래도 이번 기회가 이들의 삶에 작은 부분이라도 회복되는 시작이길 기대한다. 무엇보다 철거민들은 이번 사면복권이 '경찰 인권침해 진상조사위원회'와 '검찰 과거사위원회'등을 통해 용산참사의 진상규명을 시작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를 밝히는 첫 걸음이길 바라고 있다.

용산참사로 기소된 철거민들의 죄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특수공무집행방해 치사'와 '특수공무집행방해 치상'. 즉 '경찰을 죽였다(치사)'와 '경찰을 다치게 했다(치상)'이다. 이 죄목이 나뉜 기준은 단 한 가지, '불이 나기 전 연행되었느냐?(치상)와 불이 난 후 연행되었느냐?(치사)'이다.

2009년 1월 20일, 생지옥 같았다던 망루 불구덩이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생존 철거민들만이 '경찰을 죽었다'는 죄의 '공동정범'이 되어 '참사'의 모든 책임을 떠안았다.

이제 곧 용산참사 9주기(1.20)이다. 9년의 시간이 흘렸고, 철거민들은 이미 대법원 판결까지 끝나 4~5년의 감옥살이를 마친 지 한참 지났다. 7년 동안 공터로 방치되었던 용산참사 현장은 '용산 센트럴파크 해링턴 스퀘어'라는 낯선 이름으로 '신 용산시대'를 알리며 참사의 흔적을 지우려는 듯 고층의 주상복합 건물을 쌓고 있다.

이렇게 용산참사를 과거의 한 사건으로 끝낼 수 있을까? 그 날의 추운 겨울을 아홉 번이나 보내고 있지만, 여전히 밝혀진 것은 없다. 다섯 명의 철거민과 한 명의 경찰 특공대원이 사망했지만, 철거민들만 기소된 용산참사 재판의 판결문에서는 오직 경찰특공대원 한 사람의 죽음에 대한 책임만을 물었다. 다섯 철거민들의 죽음에 대해서는 전혀 묻지 않았다.

철거민들에 대한 사법적 판결이 끝났을지 몰라도, 아직 우리는 살인개발과 살인진압을 밀어붙인 자들의 책임을 묻지 못했다. 그래서 다시 물어야 한다. "용산참사의 진실은 무엇인가?" 이 물음에서 우리는 이명박 등 진짜 책임자를 다시 소환해야 한다.

2009년, 청와대발 '용산참사' 여론조작 문건
 2009년, 청와대발 '용산참사' 여론조작 문건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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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포 연쇄살인사건, MB에겐 절호의 기회?

"용산 참사로 빚어진 경찰의 부정적 프레임을 연쇄살인사건 해결이라는 긍정적 프레임으로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2009.2.3. 발신 :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수신 : 경찰청 홍보담당관)

잔인한 연쇄살인사건이 비참한 용산참사의 여론을 덮을 절호의 기회라며, 온라인과 언론을 통한 적극적인 여론조작을 지시했던 2009년 당시 이명박 청와대발 문건은 국민들이 겪은 비통한 사건마저도 권력 유지의 기회로 활용하는 MB정권의 민낯을 보여줬다.

청와대발 용산참사 여론조작 사건은 MB시절의 댓글공작과 블랙리스트 그리고 당시 MB악법이 만든 언론장악이 방송 바로세우기의 출발점에 있다는 점에서 지금의 적폐청산과 연결되어 있다.

여섯 명의 국민이 하루아침에 사망한 '용산참사'에 대해 사과초차 없었던 이명박 대통령은, 도대체 왜 그토록 용산참사를 덮으려고만 했을까? 그 날 그 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명박-김석기-원세훈 치하의 '필연적' 참사

"전 국토가 거대한 공사장처럼 느껴지게 해야 한다."
"전광석화와 같이 착수하고 질풍노도처럼 몰아붙여야 한다." (2008. 12. 15, 청와대-여당 조찬회동)

70년대 건설 액션 활극의 대사와 같은 이 말은, 뉴타운 하겠다고 하면 금배지를 달았다고 '타운돌이'라는 말이 생겨났던 18대 총선이 있던 2008년 연말에, 이명박과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나눈 이야기이다. MB정부의 핵심 정책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다.

"불법·폭력 시위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한 법집행을 강조" (2008.12.23 청와대 업무보고)

집권 1년차에 광우병 촛불에 덴 MB정부는 시위 진압에서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그리고 이명박 집권 2년차에 "광우병 촛불은 친북좌익 기획집회(2008.10.13. 국회 행안위 국감)"라고 말하며 촛불을 폭력 진압했던 당시 서울경찰청장 김석기(현 자유한국당 경주 국회의원)를 경찰청장 후보자로 내정했다.

전 국토 공사판 만들기와 무관용 원칙이 청와대에서 선언되고 한 달 후인, MB의 집권 2년차 시작에 '용산참사'가 발생했다. MB정부 핵심 정책이 부동산 욕망을 부추기며 원주민들을 폭력적으로 쫓아내는 살인 개발임을 폭로하는 철거민들의 농성에,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경찰특공대를 투입하는 무관용을 똑똑히 보여줬다. "진압이 아니라, 구조였다면" 살릴 수 있었던 참사였다. 국가는 전혀 관용은 베풀지 않았다.

집권 1년차에 광우병 촛불을 겪은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 2년차에 발생한 철거민들의 농성을 좌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김석기 역시 경찰청장 내정자로 지명되어 출세를 눈앞에 둔 시점에 생겨난 걸림돌을 빠르게 제거해,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었을 수 있다. 또 경찰청을 관할하는 부처인 행정안전부의 장관으로 과도한 진압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원세훈은 용산참사 직후 국정원장 자리에 앉았다.

토건개발과 부동산 욕망을 쌓아올린 이명박 정권의 정책과 김석기로 대변되는 폭력 진압의 무관용 원칙, 원세훈의 국정원 여론조작 치하에서, '용산참사'와 반복된'국가폭력'은 필연적이었다.

2009년 용산참사 현장에 있던 문화예술인들이 작품은, 용산참사의 본질의 보여준다
 2009년 용산참사 현장에 있던 문화예술인들이 작품은, 용산참사의 본질의 보여준다
ⓒ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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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주범 이명박과 '공동정범'들에게 보내는 소환장

용산 9주기 직후 1월 25일에는, 용산참사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국가폭력의 실체와 대면하게 하는 다큐멘터리 <공동정범>이 극장에서 개봉한다. <공동정범>에서 생존 철거민들은 자신들의 상처를 드러내며 진실을 찾아가는 아픈 질문을 한다. 심지어 생존자들은 자신들의 책임과 서로의 책임을 아프게 되묻기도 한다.

철거민들 외에 누구하나 책임지지 않은 참사에서, 이들의 내부를 향한 송곳같은 질문은 여전히 조금도 반성하거나 책임지지 않고 있는 그 외부의 가해 책임자들을 소환시킨다. 참사에서 살아남아 <공동정범>이 된 철거민들의 이야기는, '국가폭력'에 의한 학살의 '진짜 공동정범'인 책임자들에게 보내는 소환장이다.

국가폭력의 실체를 드러낸 [공동정범]이 1.25일 개봉한다
▲ [공동정범] 메인 포스터 국가폭력의 실체를 드러낸 [공동정범]이 1.25일 개봉한다
ⓒ 시네마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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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용산참사 9주기, 살아남아 '공동정범'이 된 철거민들은 용산참사의 진짜 주범 '이명박'과 김석기 등 학살의 '공동정범'들에게 다큐 <공동정범>의 시사회 초대장을 보내기로 했다. 생존 철거민들은 그들이 망루에 올랐던 날인 오는 1월 19일, 이명박의 대치동 개인 사무실 앞에서 이명박 등 용산참사의 진짜 '공동정범'들의 구속을 촉구하는 기자회견과 함께, 영화 <공동정범>의 초대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국가폭력'의 실체를 규명하는 것을, 여전히 2009년을 살고 있는 유가족들과 살아남은 철거민들의 몫으로만 넘길 수 없다. 오는 용산참사 9주기를 함께 기억하고 추모하며, 이명박, 김석기 등 학살의 책임자들을 '공동정범'으로 소환하자. 이명박, 김석기 등 용산참사 국가폭력의 책임자들에게, <공동정범>을 함께 보자고 국민 소환장을 보내자. "여기, 사람이 있다"는 용산의 외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용산참사 9주기
 용산참사 9주기
ⓒ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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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이원호씨는 용산참사진상규명위 사무국장입니다.

* 용산참사 9주기 추모위원 참여 : https://www.socialfunch.org/younsan9th
* 용산참사 9주기 추모일정 : http://mbout.jinbo.net
* [공동정범]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153936&mid=37440#tab



태그:#용산참사, #공동정범, #용산9주기, #이명박, #김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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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빈곤사회연대, 주거권네트워크, 도시연구소 등에서, 주거권 관련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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