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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잉여짓이고 시간낭비라는 건 안다.

"차라리 그 시간에 다른 걸 한다면...?"

그 다른 것의 자리에 독서나 공부, 그외에 자신이 가치있다고 여기는 무엇이든 넣을 수 있다. 머리로는 이해하고 동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에 빠질 수밖에 없는 뭔가가 있다.

나는 스마트폰 게임을 한다. '게임 안 하게 생겼는데, 의외네요'라는 반응을 주변에서 종종 듣는다. 게임은 한 가지 종류로만 오랜 기간 하는 경향이 있다. 한 영화 속 대사처럼 "난, 한놈만 팬다" 주의다. 끈기가 있다고 해야할지, 집요하다 해야할지 판단이 안 서지만 이왕이면 끈기있는 사람인 걸로 해두자.

몇 년 전에 빠졌던 게임은 농작물 키우는 게임이었다. 이 게임의 특징은 실제 농산물을 집으로 보내준다는 점이다. 채소, 과일, 쌀, 심지어 고기도 있다. 정해진 기준에 만족하면 무료로 배송해준다.

"설마, 진짜? 대박~ 레알?"

아들한테 얘기를 듣고 반신반의했었다. 그렇게 시작된 게임이 실제 농산물을 손으로 쥐기까지 2년이 걸렸다. 예상했듯이 쉽진 않다. 레벨이 높을수록 레알(게임상에서 현금처럼 취급되는 아이템)이 많을수록 가능성은 높아진다. 물론 현질(현금으로 레알이나 좋은 아이템을 구입)을 하면 오래 걸리진 않는다. 몇 번의 현질 유혹이 있었으나 그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다.

"게임도 생산성 있게 해야 돼~!"

한참 게임에 빠졌을 때 입버릇처럼 얘기하며 주위 사람들도 끌어들였다.(사람을 추천하면 희귀아이템을 준다)

숱한 레벨업과 차곡차곡 레알이 모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공짜로 배 한 상자가 도착한다. 심지어 친환경 배라고 한다. 게임에 들인 시간과 노력을 돈으로 환산하면 결코 공짜가 아닐 테지만 보상은 달콤했다.

그렇게 고지를 밟고 나니 좀 시들해졌다. 접속하는 횟수와 빈도수가 줄고 급기야 게임을 삭제했다.

열심히 게임한 내게 과일상자가 도착했다. 심지어 품질도 좋다.
▲ 게임의 결과물, 진짜로 보내줬다 열심히 게임한 내게 과일상자가 도착했다. 심지어 품질도 좋다.
ⓒ 주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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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게임을 끊고나서는 게임을 하지 않았다. 휴식기를 즐기다 우연히 만난 게임이 있다. 일본 사는 동생이 하는 게임이었는데, 옆에서 보고 있는데 내게도 해보라고 기회를 줬다.

"언니, 왜케 못해? 내 하트를 다 써버렸네~"

친정 동생의 약올리듯 농담 한마디에 오기가 생겼다. 승부욕이 불타올라 그때부터 동생을 앞지르는 목표가 생겼다. 출발이 늦었던 터라 처음부터 100판 이상 차이가 났었고, 그 간격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꾸준함에 당할 장사가 없었으니 드디어 추월하는 날이 오고야 말았다.(사실은 동생이 다른 게임으로 갈아탔다) 누군가를 이겨보겠다고 시작한 게임이었으니 달성했으면 끝내는 게 맞는데, 다른 목표가 생겼다. 모든 스테이지를 정복해보리라. 의지 불끈.

"아직도 애니x 하는 사람이 있네?"

촌스럽다는 반응과 더 재밌는 게임이 있다면서 자신이 하는 게임을 추천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역시 2년째 중독중이다.

고지가 눈앞이다. 조금만 힘을내서 하산하자
▲ 게임화면 캡쳐 고지가 눈앞이다. 조금만 힘을내서 하산하자
ⓒ 주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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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두 개의 월드가 있고, 1200스테이지로 된 한 곳은 정복완료했다. 아직 정복 중인 스페이스 월드도 이제 고지가 코앞이다. 얼른 정복하고 이 긴 중독생활을 마감하고 싶다.

아이든 어른이든 게임에 중독된 사람이 심심찮게 보인다. 게임에는 중독될 수밖에 없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첫째, 게임은 즐겁다. 당연하다. 재밌지 않으면 누가 게임을 하겠는가.
둘째, 성장이 있다. 레벨업이라는 게 있다. 하나의 미션을 완료하면 다른 스테이지로 올라간다. 그 레벨이 높을수록 미션은 더 어려워지지만, 클리어 하고 나면 기쁨도 더 크다.
셋째, 보상이 있다. 한판씩 완료할 때마다 보상이 주어진다. 대체로 아이템을 획득하거나 아이템을 살 수 있는 포인트 점수를 준다. 아이템을 쓰면 어려운 스테이지를 쉽게 클리어할 수 있다. 높은 레벨일수록 비싼 아이템을 선물로 준다.
넷째, 순위가 있다. 현실에서는 어떤 분야 건 1등하기가 쉽지 않다. 게임상에서는 짧은 시간에 상대를 이길 수 있다. 내가 언제 1등을 해보겠나. 친구들과 엎치락뒤치락 순위경쟁으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게 된다.


이런 특징들이 사람의 마음을 빼앗으며 자발적으로 스마트폰을 열게 하고, 컴퓨터 앞으로 모이게 한다. 이러니 게임을 안 할 수가 있나. 게임의 법칙을 알게 됐으니, 처음부터 시작 안하는 걸로 해야겠다.


태그:#게임의 법칙, #잉여짓, #미션클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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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탈을 꿈꾸지만, 매번 바른생활의 삶. 하고 싶은 걸 하며 살고 싶다. 하고 싶은게 뭔가는 아직도 찾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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