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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4일 밤 청와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연합뉴스]
▲ 문 대통령,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밝은 표정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4일 밤 청와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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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이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군사훈련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미 백악관 측은 "한미 양국은 2018평창 동계올림픽을 안전하고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데 뜻을 모으기로 했다"고 밝혔다. 비록 구체적인 훈련명은 적시하지 않았지만, 이번 합의로 한미 양국이 매년 실시하던 폴 이글(Foal Eagle) 독수리 훈련과 키리졸브 훈련이 평창동계올림픽·장애인올림픽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지난 2017년 12월 20일 미 NBC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의 도발 중단을 전제로 올림픽 기간 예정된 한미연합훈련 연기를 미국에 제안한 바 있었다. 이 제안이 결국 구체적인 성과로 나온 셈이다. 한미 양국이 합의에 이르자 북한은 우리 정부의 대화제의에 즉각 화답했다. 북한이 9일 고위급 회담을 열자는 우리 정부의 제안을 수락한 것이다.

한미 군사훈련 중단 합의는 문재인 정부의 주목할 만한 외교성과라고 생각한다. "한·미 군사훈련은 신성시돼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것으로 이해가 되어왔다"는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의 언급을 감안해 본다면, 그 의미는 더욱 남다르다.

지난 2017년 한반도 정세는 요동쳤다. 북한과 미국이 거친 '말 폭탄'을 주고 받는가 하면, 2017년 11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화성-15호를 발사하자 미국은 대북 해상봉쇄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한반도 정세를 자극했다. '해상봉쇄'는 외국 선박의 북한 영해 진입을 물리력으로 막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북한에 군사행동을 실행하겠다는 압박이나 다름없었다.

해상봉쇄 가능성이 제기되자 북한은 12월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해상봉쇄를 선전포고로 규정하며, 이를 이행할 경우 "우리의 즉시적이고 무자비한 자위적 대응조치가 뒤따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침 한반도 전쟁위기를 다룬 영화 <강철비>가 개봉돼 한반도 정세의 경각심을 일깨우기도 했다.

그럼에도 한반도를 둘러싼 북·미간 알력이 실제 전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앞으로도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은 높다고 본다. 그 이유는 이렇다.

미국으로선 북핵 문제가 골칫거리일 수 밖에 없다. 북한은 2006년 10월 9일, 2009년 5월 25일, 2013년 2월 12일, 2016년 1월 6일과 9월 9일, 2017년 9월 3일 등 총 여섯 차례의 핵실험을 감행했다. 게다가 북한은 미국까지 사정권에 둔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사실상 북핵은 임계점을 이미 넘어선 상태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섣불리 북한에 대해 군사행동을 감행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정세 전체가 위험에 빠질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 일본 등의 입장도 미국으로선 부담스럽다. 요약하면 북핵 문제에 관한한, 미국의 힘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미국의 제한적 영향력, 우리에겐 기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7년 11월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의 국회 연설은 이번이 7번째로 1993년 7월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이후 24년 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7년 11월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의 국회 연설은 이번이 7번째로 1993년 7월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이후 24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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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적인 미국의 힘은 역으로 한국에겐 기회를 제공해 준다. 한국 정부가 어떻게 주도권을 행사하느냐에 따라 한반도 위기가 완화될 수도, 역으로 고조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 같은 주도권을 슬기롭게 행사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북핵을 압박하면서도 대화의 문은 열어 놓고 있었다. 또 미국과의 돈독한 동맹도 과시했다.

사실 김정은 북한 위원장이 신년사를 발표했을 때, 한미 동맹에 균열을 가하려는 시도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 <뉴욕타임스>는 1일자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정책 기조를 바꿔 남북 대화를 제의한 건,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목적임을 시사한다. 김 위원장은 이를 통해 한국의 동의 없이 미국이 북한에 더 강력한 압력을 가하지 못하게 만들려 한다"고 적었다.

실제 김 위원장의 메시지는 이 같은 오해를 사기에 충분했다. 먼저 김 위원장은 미국을 향해 "미국은 결코 나와 우리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걸지 못한다. 미 본토 전역이 우리 핵 타격 사정권안에 있으며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는 것, 이는 결코 위협이 아닌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심기를 자극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트위터를 통해 "내 버튼은 더 크고 강력하다. 또 작동도 한다"고 맞받아쳤다.

그러나 한국을 향해선 "북과 남은 정세를 격화시키는 일을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하며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적 환경을 마련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며 전향적인 태도를 취했다. 평창 동계올림팍에 대해서도 "그것은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로 될 것이며 우리는 대회가 성과적으로 개최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러한 견지에서 우리는 대표단 파견을 포함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다"는 뜻을 전해왔다.

한국 정부의 역할은 분명했다.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한편, 미국의 북한에 대한 불신을 누그러뜨리는 일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이 같은 일을 해냈다.

그러나 여전히 미 국방부는 북한에 대해 의구심을 걷어내지 못하고 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지난주 "가용한 전함의 수, 그리고 한국 현지 휴일과 정치적 고려 등으로 훈련 일자는 늘 조정이 돼 왔다.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훈련을 중단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엔 이렇다 할 답변은 없는 상태"라고 말한 바 있었다. <워싱턴포스트> CNN 등 미 주요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미 국방부는 올림픽 기간 동안 군사훈련 중단이 비단 올림픽 때문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한미 양국정상의 합의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중단됐던 남북대화는 물론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가능성을 동시에 높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작지 않다.

앞서 적었듯, 한반도 문제에서 미국이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이런 상황을 슬기롭게 활용해 한국정부가 균형자 역할에 충실하면, 이번 합의를 뛰어넘는 의미있는 성과는 계속해서 나오리라고 생각한다.

더욱 의미있는 성과를 기대해 본다.


태그:#평창동계올림픽, #화성-15, #문재인 정부, #제임스 매티스, #키 리졸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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