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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 A씨는 지금도 혹시라도 살아 남아 있을 길고양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A씨 집 주변에서는 길고양이 사체들이 발견되고 있다.
 제보자 A씨는 지금도 혹시라도 살아 남아 있을 길고양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A씨 집 주변에서는 길고양이 사체들이 발견되고 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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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마을에서 고양이들이 의문의 죽임을 당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지난해 12월 29일 충남 홍성의 한 마을을 찾았다.

야트막한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은 겉으로 보기에 평화롭게 보였다. 산 능선 아래 골짜기에는 5~6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마을에서 만난 제보자 A씨는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고 있는데 아이들이 며칠 사이 다 죽었다"며 "누군가 고양이들에게 쥐약이나 농약을 먹인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5년 전 고향 마을로 귀촌해 살고 있다. 귀촌 직후부터 마을을 떠돌던 길고양이들에게 사료를 나눠주며 살고 있다. 하지만 최근 길고양이들이 갑작스럽게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제보를 하게 된 것이다. A씨는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하고 싶지만, 이웃과의 불화가 우려되어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신고를 하면 인심을 잃어 더 이상 마을에서 살 수가 없을지도 모른다"면서도 "마을 방송을 통해서라도 길고양이들을 죽이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고, 동물보호법에 의해 처벌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A씨는 고양이들이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에 분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웃과 다툼이 벌어지는 상황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A씨에 따르면 불과 얼마 전까지도 10여 마리가 넘는 길고양이들이 A씨의 집을 찾아와 밥을 먹고 갔다. A씨는 지금도 혹시라도 살아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길고양이들을 위해 집 근처에 사료와 물을 놓고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고양이들의 상당수는 이미 죽고 없는 상태이다. A씨는 "피를 토하며 죽은 아이도 있다"며 "새끼 고양이 한 마리는 쥐덫에 걸린 상태로 발견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실제로 이날 A씨의 집 근처에서는 얼마 전 죽은 길고양이의 사체가 발견되기도 했다.

얼마전 새끼 고양이 한마리가 바로 이 쥐덫에 걸려 발견되기도 했다.
 얼마전 새끼 고양이 한마리가 바로 이 쥐덫에 걸려 발견되기도 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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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우 범인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을 확률이 높다. 마을 주민들을 탐문해 봤다. 몇몇 집은 문이 잠겨 있었다. 마을에 살고 있는 90세 노인은 "고양이가 있으면 쥐도 없고 좋은데, 대체 무엇 때문에 고양이들을 죽이는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마을 주민들은 의심이 가는 집은 있지만,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미우나 고우나 평생 얼굴을 맞대고 살아야 하는 시골 마을의 정서상 이웃에 쓴소리를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경찰에 고발하는 일은 엄두조차 내기 어렵다. 마을 주민들은 어렵게 주민 B씨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비닐하우스 세 동을 가지고 있는 B씨는 길고양이들이 자신의 비닐하우스에 드나드는 것을 못마땅해했다는 것이다. 고양이들이 비닐하우스에 구멍이라도 내면 농가 입장에서는 손해가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이에 대해 B씨는 "고양이가 죽은 것은 보지도 못했다"며 "고양이로 인해 특별히 피해를 당한 사실도 없고 관심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B씨는 "고양이를 죽이면 법적으로 처벌이라도 받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불과 열흘 남짓의 짧은 시간 동안 고양이들이 갑작스럽게 의문의 떼죽음을 당한 탓인지 마을은 뒤숭숭해 보였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임소영 홍성길고양이보호협회 대표는 "시골에서는 쥐약이나 농약 등으로 길고양이를 몰살시키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주민들이 경찰에 적극 신고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시골 사람들은 정서상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마을에서는 길고양이 사체가 발견되고 있다. 주민들은 누군가 길고양이에게 쥐약과 농약을 먹인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을에서는 길고양이 사체가 발견되고 있다. 주민들은 누군가 길고양이에게 쥐약과 농약을 먹인 것으로 보고 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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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길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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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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