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우리나라 간호조무사는 1962년 가족계획사업 10개년 개획에 의해 생겨난 가족계획상담소 상담원으로 시작이 되었다. 1966년부터 1976년까지 우리나라 간호사들이 서독으로 파견되어 국내 간호 인력이 급격히 모자라자 국가에서 급하게 만들어 낸 직종이 간호조무사이다. 처음 간호조무사는 국가의 공공의료 분야에서 일을 하였으며 간호사와 마찬가지로 여러 번의 변화를 거쳐 지금에 이르고 있다.  

간호조무사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간호학원에서 6개월간 이론을 배우고 병원이나 의원에서 6개월의 실습을 마친 후 자격시험에 합격하여야 한다. 그러다 지난 2012년 특성화고등학교에 간호과가 생기면서 간호조무사의 최종학력은 고졸에서 고등학교 3학년 재학으로 바뀌게 되었다. 일반 고등학교 학생은 학교를 졸업하고 간호학원에서 1년간의 과정을 더 거쳐야 간호조무사 자격을 취득 할 수 있지만 특성화고등학교 학생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취득 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을 절약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기존의 많은 간호조무사들은 전문대학에 간호조무과를 개설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 강아지나 고양이의 미용을 담당하는 학과가 전문대학에 생겼고 손톱을 관리하는 네일아트과도 개설된 이 시점에 몸과 마음이 불편한 환자를 상대하는 간호조무사들을 위한 간호조무과 개설 요구는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지난 2012년 국제대학(경기도 평택 소재)에서 보건간호조무전공 40명을 모집하였으나 복지부는 간호인력 개편 TF에서 전문대 내 간호조무과 설치를 허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중지를 모았다. 그러나 국제대학은 이 같은 복지부의 결정이 나오기 전 이미 대학 내 간호조무과를 설치 해 예외로 인정받았고 졸업생들에게는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하였다고 한다.  

전문대학에 간호조무과 설치는 간절히 원하는 찬성 측과 반대 측이 팽팽히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반대하는 측은 간호사들과 간호사 단체들이며 여기에 간호과가 있는 특성화고등학교도 포함된다. 특성화고등학교의 주장은 이미 고등학교 과정에서 간호조무사를 양성하고 있는데 다시 전문대학에서 간호조무사를 양성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간호조무사는 고등학교 졸업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한다.

반면 간절히 원하는 측은 간호조무사 당사자들과 간호조무과 설치를 원하는 대학들이다. 간호조무사들의 주장은 자신들도 더 배워 보건 전문인으로 거듭나고 싶고 간호사들과는 다른 직종으로 인정받고 싶다고 한다,

그런데 전문대학에 간호조무과를 반대하는 간호사들의 이중잣대가 문제가 되고 있다. 간호조무사를 배출하는 간호학원이나 특성화고등학교 간호과 교사는 모두 간호사들이다. 간호사들은 간호조무사들을 양성하는 일에 참여하여 급여를 받으면서도 간호조무사를 인정하지 않는다. 직장에 출근해서는 열심히 간호조무사들을 양성하고 퇴근해서는 간호교육 일원화를 주장하는 모임에 나가 간호조무사 폐지를 외친다. 이 얼마나 모순인가.

간호조무사를 배출하는 간호학원에 간호사들이 강사로 일하지 않으면 학원은 문을 닫아야 한다. 아무리 수강을 원하는 수강생이 있어도 가르칠 사람이 없으면 그 학원은 문을 닫아야 한다. 그러나 전국에 있는 수많은 간호학원은 지금도 잘 돌아가고 있고 간호조무사는 일 년에 두 번씩 배출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나 간호단체에서 간호사들이 간호학원에 출강하는 것은 막지 못하나 보다.  

간호사를 양성하는 간호교육이 간호부양성소와 간호학교 거쳐 3년제 전문대학에서 4년제로 향상 되었듯이 간호조무사를 양성하는 교육 기관도 하나로 일원화가 되어야 하고 향상 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 간호조무사에 준하는 LPN(licensed practical nurse)이 있고 우리나라 간호사에 준하는 RN(registered nurse)이 있는데 이 RN도 2년제 과정의 ADN(associate degree nurse)이 있고 4년제 과정의 BSN(bachelor science nurse)이 있다. 당연히 LPN도 일정 교육을 받으면 ADN이나 BSN이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상위 자격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간호조무사가 간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간호조무사 자격을 버리고 다시 간호대학을 가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실제 간호조무사들의 요구는 그렇지 않다. 1년 배운 간호 지식을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간호대학 2학년에 편입이 가능하게 한다든지 간호조무사들만을 위한 야간간호대학을 만들거나 한국방송통신대학에 간호조무사들을 위한 간호학과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간호조무사로 근무하면서도 간호사 공부를 해서 상위 직군으로 갈 수 있게 문호를 열어 달라는 것인데 간호사들은 오해한다.

간호조무사와 간호사는 같은 직종이다.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일을 의원급에서는 간호조무사들이 할 수 있다, 의사의 지도감독만 있으면. 하지만 아무리 1차 진료기관인 의원이라 해도 간호사가 진료를 하고 처방을 내릴 수는 없다. 같은 의료인이지만 의사와 간호사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물론 학사 학위를 가진 간호사가 의학대학원에 진학하여 의사가 되는 길은 열어져 있다, 지금도.  

기능사를 거쳐 산업기사가 되고 거기에 경력이나 자격이 따르면 기사나 기능장이 되고 기술사가 되듯이 간호 분야도 직종간의 단절은 없애주어야 한다. 다만 그 방법이 보편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간호조무사들을 위한 야간 간호대학과정이나 사이버대학이나 계절학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간호조무사들이 간호사가 되는 길을 열어 주어야 함에도 어찌된 일인지 있던 간호대학 야간과정은 없어지고 특성화고등학교에 간호과가 생기다니 이건 발전이 아니라 퇴보이다.

간호사들과 간호사 단체들은 오래전부터 간호조무사 폐지를 주장해왔다. 간호대학의 정원을 늘리고 이미 배출되어 있는 유휴 간호사들을 현직으로 복귀시키면 간호조무사 없이도 우리나라 환자 간호는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수년에서 수 십 년 현직에서 떠나있던 간호사들이 임상에 적응하여 유능한 간호 인력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은 생각보다 길 수도 있고 발전되고 향상된 임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포기하는 사람도 생길 것이다.

유휴 간호사들에게 시간을 주어 그들이 유능한 간호사가 되기를 기다리는 것이나 간호조무사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어 간호사가 되게 하는 것이나 차이는 없다. 일반대학을 나온 학사들에게 간호대 편입의 기회를 주듯 간호조무사들에게도 그 기회를 달라는 것인데 간호사들은 간호조무사들이 간호사 되기를 바라는 것처럼 오해한다. 힘들게 공부해서 어렵게 딴 면허를 훔칠 생각은 없다. 간호조무사들도 그 정도 양심은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38만 간호사와 70만 간호조무사가 각종 의료기관에서 일하고 있다. 거의 100만에 가까운 간호 인력이 배출되어 있음에도 우리는 간호위기, 간호대란을 걱정하고 있다. 각자의 주장만 고집할게 아니라 상생하는 법을 찾아야 하는데 간호사 단체나 간호조무사 단체는 그럴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불안한 것은 환자들뿐.    

덧붙이는 글 | 윤강 기자는 현직 간호조무사입니다.



태그:#간호조무사, #전문대학 , #보건의료인 , #간호조무과 개설
댓글2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수필가. 자유기고가

이 기자의 최신기사나는 미니멀리스트이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