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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조 리스트’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힌 뒤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환하게 웃고 있다.
홍 대표는 자신의 무죄 확정 판결에 대해 “공판 과정에서 확정된 검사의 증거조작 혐의는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라며 “나를 둘러싼 음해 질곡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이제 한국보수우파 중심으로 이 나라 자유대한민국을 지키는 데 전력을 다하도록하겠다”고 말했다.
▲ 대법원 무죄 판결에 홍준표 대표 '미소 만개' ‘성완조 리스트’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힌 뒤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환하게 웃고 있다. 홍 대표는 자신의 무죄 확정 판결에 대해 “공판 과정에서 확정된 검사의 증거조작 혐의는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라며 “나를 둘러싼 음해 질곡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이제 한국보수우파 중심으로 이 나라 자유대한민국을 지키는 데 전력을 다하도록하겠다”고 말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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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 박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성완종 리스트' 사건 대법원 무죄 판결 속보 직후, 한 당직자가 취재진에게 박수를 유도했다. 뒤에서는 당직자들의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축제 분위기였다.

정작 무죄 판결 당사자인 홍 대표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입을 떼자마자 그가 던진 일성은 '검찰 책임론'이었다. 함께 무죄판결을 받은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당 차원의 명예회복"도 언급했다.

"내 업보"라더니 "검찰에 응분의 책임" 강조한 홍준표


홍 대표는 22일 판결 직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2년 8개월간 어처구니없는 사건에 휘말려 폐목강심(눈을 감고 마음을 가라앉힘)의 세월을 보냈다"면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증거를 조작한 검사에 대해서는 응분의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 말했다. '응분의 책임' 다섯 글자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그는 이어 "요즘 검사들은 사건을 수사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을 만들고 있다"면서 "공판 과정에서 확정된 검사들의 증거조작 혐의는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증거 위조죄"로 법적 조치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홍 대표는 지난 2월 16일 항소심 무죄 판결 기자간담회에서 검사들의 수사 방식에 대해 자신의 '업보'라고 후회한 바 있다. 그는 당시 "검찰이 (조작 사실을) 기정사실로 몰아댈 때, 나는 내 업보라고 생각했다"면서 "내가 검사를 할 적에도 언론을 통해 사실화하고, 상대방을 제압하는 방식으로 수사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관련 기사 : 기지개 켜는 홍준표 "양아치 친박, 궤멸할 줄 알았다").

홍 대표 말대로, 그는 경남도지사 시절부터 지난 대선까지 "올무"처럼 옥죄어온 최대 약점으로부터 벗어났다. 서청원 의원 등 일부 친박계 의원들이 때마다 이 약점을 아킬레스건으로 활용해왔지만, 이제는 통하지 않게 됐다. 홍 대표의 무죄 판결을 곧 한국당의 '홍준표 사당화'로 등치하는 분석이 심심찮게 나오는 이유다.

[무죄 그 후 ①] '친홍' 굳히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무죄판결 이후 한국당은 '친홍 체제' 구축에 가속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친박진영이 최고위원회 등 당 지도부와 조직강화특위 구성에 가하는 '친홍 일색' 비판도 힘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구성된 면면만 봐도 '홍준표 중심당'이라는 평가는 박하지 않다. 친홍계로 분류되는 김성태 원내대표, 복당파 인사인 홍문표 사무총장에 이어 조직강화특위도 '홍준표 사람'으로 불리는 이용구 당무감사위원장이 위원장직을 이어받았다. 홍 대표가 직접 선임한 류석춘 혁신위원장도 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종혁 최고위원의 후임으로 내정된 염동열 지명직 최고위원 또한 당 대표 비서실장으로 홍 대표를 가까이서 보좌한 바 있다. 

홍 대표는 이날 조강특위 구성에 반발하며 회의를 뛰쳐나간 친박계 김태흠 최고위원을 향해서 매서운 경고를 날리기도 했다. 그는 "자기 주장이 안 받아들여진다고 그런 식으로 나간 게 한두 번이 아니다"라면서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걸핏하면 삿대질하고 고함 지르고... 나 이제 그런 거 앞으로 안 받아 들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죄 그 후 ②] 복당파 알박기 

 대법원 무죄 판결에 홍준표 대표 "보수우파 중심으로 자유대한민국 지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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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판결로 홍 대표의 리더십이 강화되면 바른정당 복당파 정리 작업도 이전보다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당무감사 결과 탈락한 62명의 당협위원장 자리와 나머지 지역구를 해당 지역의 현역 의원 중심으로 채우겠다고 결정한 바 있다. 그동안 복당파의 빈 자리를 지켜왔던 원외위원장들의 불만이 증폭된 이유다.

그러나 홍 대표는 강경했다. 그는 "(지역구 현역 중심 당협위원장 선임은) 과거에도 그랬고 민주당도 그랬다"라면서 "다른 당에서 우리 당으로 넘어와도 그랬다. 현역 의원을 당협위원장으로 선출하는 것은 정치적 관례다"라고 강조했다.

홍 대표가 '샛문 열기'로 표현한 바른정당 2차 복당 가능성도 점쳐진다. 당권 강화로 복당에 대한 친박 진영의 반발이 수그러 들면, 그만큼 추가 복당도 큰 잡음 없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21일 <오마이뉴스>와이 통화에서 "(무죄판결이 나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해도 홍준표 체제는 흔들리지 않는다"면서 "(친홍으로 쏠린) 원내대표 선거 결과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 또한 "(무죄판결로) 눈치를 보고 있는 바른정당 의원들도 많이 흔들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죄 그 후 ③] 친박·반홍 지우기

무죄 확정 판결이 내려진 만큼, 친박과의 단절 작업 또한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최근 당무감사 결과만 봐도, 당은 서청원 의원 등 박근혜 정부 당시 주중대사를 역임한 권영세 전 의원과 역시 여성가족부 장관 출신인 김희정 전 의원 등 친박계 인사를 대거 몰아냈다. '친홍당'의 전조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홍 대표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역정 낸 질문 또한 모두 친박계 인사를 언급한 것들이었다. 특히 녹취록을 언급하며 줄곧 '성완종 리스트'로 홍 대표를 공격해 온 서청원 의원에 대해서는 "(그 같은 행동은) 어이가 없어서 답변하지 않겠다"면서 웃어 보였다. 김태흠 의원에 관한 질문에도 첫 마디는 "그건 거기가서 물어보라"는 답이었다.

'홍준표 사당화'를 주장하며 페이스북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는 류여해 최고위원에 관한 질문에는 손을 절레절레 흔들며 "질문 받지 않겠다. 아이 됐다"면서 "질문 거리가 돼야 답을 하지"라고 답했다. 곁에 선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이 좋은 날 왜 그런 질문을 하느냐"며 면박을 놓았다.

'사당화'를 우려하는 '반홍' 진영의 비난을 논의 가치가 없는 것으로 치부하고 있는 셈이다. 엄경영 소장은 이에 "친홍계 원내대표가 선출될 때 친박들은 뭘 했나. 어떤 항의도 못했다"라면서 "이미 친박계와 홍준표 대표의 연합체가 구성됐다고 봐야한다. 작게는 흔들릴 수 있어도 큰 틀에서는 당분간 함께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홍 대표는 이날 제2혁신위원회 구성을 알렸다. 조직 혁신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의 새 비전을 담을 정책 혁신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이제 정책 혁신을 통해 한국당의 새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면서 "최고위원회와 협의해서 제2혁신위를 정책혁신위로 만들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태그:#홍준표, #이완구, #성완종,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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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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