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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서구 환경미화원 사망 사고 다음날인 30일, 사고 현장인 위생매립장에서 만난 한 청소차량. 희생자는 차량 후미에서 작업하다 운전자가 조작한 덮개 하강시 머리를 맞아 숨졌다.
 광주 서구 환경미화원 사망 사고 다음날인 30일, 사고 현장인 위생매립장에서 만난 한 청소차량. 희생자는 차량 후미에서 작업하다 운전자가 조작한 덮개 하강시 머리를 맞아 숨졌다.
ⓒ 광주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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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출 시 '잔량작업' 잦지만, 오직 사람에게 의지"
배출시 후미 카메라 들어올려져 무용지물

지난 11월 29일 광주 서구 환경미화원 A씨가 숨진 사고는 광주시환경공단 광역위생매립장에서 발생했다. 매립장에서 청소차량 운전자가 A씨의 작업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채 기계를 작동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경찰은 발표했다.

2주 전 남구 환경미화원의 경우 쓰레기 수거 작업 중 청소차량에 부딪혀 도로 위에서 참변을 당했다. 경찰은 이 사건에 대해 "일을 서두르다" 위험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했다.

자칫 사고의 원인이 노동자의 '안전불감증'으로 결론날 수 있는 상황. 그러나 환경미화원들이 동료 간 작업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일을 서두를 수밖에 없는 구조적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희생된 미화원들은 지자체와 용역 계약을 맺은 협력업체 소속으로, 과도한 업무량에 비해 적은 인력과 열악한 근무환경을 감당하고 있었다. 특히 광주시가 환경미화원 안전대책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사고가 재발함에 따라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차체 물 새는 것 방지, 잔량 작업 필수
 
이번 사고는 쓰레기 배출 작업이 끝날 무렵, A씨가 차량에 끼어있는 쓰레기를 제거하기 위해 차량 후미에서 작업하다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운전자를 포함해 3인1조로 근무 중이던 동료는 A씨 반대편 적재함에서 작업 중이었고, A씨의 잔량작업 상황을 보지 못했다.

통상적으로 작업이 다 끝난 시점이라 여긴 운전자는 후미 덮개 역할을 하는 '파카'를 내렸고, A씨는 여기에 머리를 부딪쳐 숨졌다. 차량 후미에도 파카 중단 버튼이 있긴 하지만, 미처 손을 쓸 새도 없이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보는 사고 다음 날인 30일 위생매립장을 찾아 청소노동자들의 근무 상황을 간접적으로나마 들을 수 있었다. 매립장 측에선 이날 노동부의 현장 감식 등을 이유로 현장 공개를 거부했다.

배출 작업을 마치고 현장을 빠져나오던 청소노동자 B씨는 "이번 사고와 비슷한 상황이 잦다"고 말했다. A씨가 잔량 작업을 위해 차량 후미에서 정리 작업을 이어간 것을 두고 한 말이다.

그는 "수거한 쓰레기양이 많을 경우 배출 작업을 마쳐도 차체에 쓰레기들이 남아있기 일쑤"라면서 "이를 정리하지 않으면, 차체에서 물이 새는 등 문제가 있어 잔량작업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반적으로 매립장 내는 먼지가 희뿌옇게 끼여 있고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커서 서로의 작업 상황을 알기는 무척 어렵다"면서 "서로 호흡 맞춰온 세월의 감에 의존하지만, 작업에 열중하다 보면 위험은 순식간이다"고 말했다.

청소차량을 운전하는 청소노동자 C씨는 "배출 작업 시 후미에 달린 후방카메라가 위로 들려 진다"며 "사실상 미화원들의 작업 상황을 확인할 방법이 없고 오로지 미화원들이 보내는 수신호에 의지한다"고 말했다.
 
현장 상황 맞는 안전대책 절실
 
이어 차체가 안전에 무방비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요즘 제작된 차량 덮개는 천천히 내려오는데, 오래된 차량은 엑셀을 밟으면 더 빨리 내려온다"면서 "덮개가 내려오고 있을 때 소리가 나거나 다른 신호가 없기 때문에 미화원이 이를 피할 새도 없이 사고가 발생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광주시는 지난 24일 환경미화원 안전대책을 마련하고 사고 재발 전날인 28일 시행에 나섰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선 현장 안전 강화를 위한 근본적 대책보다는 처우개선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광주시는 작업시간에 쫓기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립장 마감 시간을 연장하고 복지개선 책을 마련했으나, 현장에선 "출근시간과 업무량이 그대로인데 퇴근 시간만 연장했다" "그동안 완전히 방치했던 안전대책을 꼼꼼히 챙기지 못했다" 등의 아쉬움이 감지된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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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환경미화원,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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