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허름해 보이지만 J아파트 주민들은 길고양이 간이 급식소를 마련했다. 주민들은 단지내에 살고 있는 고양이들과 공존하고 있다.
 허름해 보이지만 J아파트 주민들은 길고양이 간이 급식소를 마련했다. 주민들은 단지내에 살고 있는 고양이들과 공존하고 있다.
ⓒ 이재환

관련사진보기


사람 살기도 어려운 세상에 고양이에게 쏟을 정성이 있다면 사람에게 관심을 쏟으라고 훈계한다. 하지만 고양이에게 정성을 쏟는 사람치고 인간에게 악행을 저지르는 경우는 드물다. 공생과 공존의 힘을 알기 때문이다.

충남 홍성에는 고양이와 공존하며 살고 있는 주민들이 있다. 홍성의 J아파트 주민들은 언제부터인가 아파트 앞 공터에 길고양이 급식소를 차려 놓고 밥을 나눠 주고 있다. J아파트에는 8~10마리의 길고양이들이 살고 있다. 길고양이들은 아파트의 지하주차장과 아파트 하단 부의 빈 공간 등을 은신처 삼아 살고 있다. 

지난 27일, 길고양이 급식소를 찾았다. 언듯 보기에 외관은 허술해 보였다. 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니 길고양이에게 필요한 사료와 물이 놓여 있다. 길고양이를 향한 주민들의 정성이 느껴졌다.

아파트 주민 A씨는 "주기적으로 사료를 갖다 놓는 사람도 있고 가끔씩 집에서 먹다 남은 닭고기나 생선 종류를 놓아두는 주민도 있다"며 "고양이로 인한 민원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주민 B씨도 "집에서 고양이를 키우는데, 고양이 간식을 길고양이들에게도 조금씩 나누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길고양이들을 돌보고 있는 것이다. 

수소문 끝에 J아트에 급식소를 마련한 주인공을 찾았다. 급식소는 2013년 J아파트에 살았던 이미경씨가 길고양이들을 위해 만든 것이다. 이씨는 현재 홍성이 아닌 인근의 내포신도시에 살고 있다. 이씨가 떠났지만 그가 마련한 급식소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씨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고양이가 싫다며 쫓아 버리는 곳도 많은데 J아파트 주민들은 고양이들을 살뜰히 보살피고 있다"며 "당시 경비원이었던 분도 고양이들을 열심히 보살폈다"고 전했다. 이씨가 임의로 만든 길고양이 급식소가 아파트의 전통처럼 자리 잡은 것이다.  

길고양이에게 음식을 나누어 주는데 반드시 사료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고양이에게 물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인간이 먹는 음식의 일부도 함께 나누는 것이 가능하다. 다만 염분이 강한 음식을 주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고양이는 염분을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신장이 망가져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도심에서 길고양이들은 시끄럽게 울부짖고 쓰레기봉투를 찢어 놓는 등 민폐를 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길고양이들은 굶주리지 않으면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일은 없다. 길고양이들은 대부분 먹이가 부족할 때 비명에 가까운 울음소리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길고양이들에게 음식을 나눠 준다고 해서 고양이들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것도 아니다. 길고양이의 상당수는 길에서 로드 킬을 당하고 있다. 또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중성화수술을 통해 길고양이들의 과도한 번식을 통제하고 있다.

J아파트에 살고 있는 길고양이. 고양이는 인간이 혐오스러워하는 들쥐나 뱀 등을 잡아 먹거나 쫓아 준다.
 J아파트에 살고 있는 길고양이. 고양이는 인간이 혐오스러워하는 들쥐나 뱀 등을 잡아 먹거나 쫓아 준다.
ⓒ 이재환

관련사진보기


임소영 홍성길고양이보호협회 대표도 J아파트 주민이다. 임 대표는 "경비 아저씨들이 고양이들의 소식을 제일 잘 안다"며 "경비 아저씨들에 따르면 J아파트에 살고 있는 길고양이들은 대부분 로드 킬로 죽는다"고 말했다.

길고양이와 인간의 공생은 소량의 음식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임소영 대표는 "고양이를 인간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것은 바로 인간"이라며 "인간은 필요에 의해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고 그들의 야생성을 감소시켜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양이를 혐오 하는 분들도 많은데 만약 고양이가 없다면 인간은 고양이보다 훨씬 더 혐오스러운 존재들과 공존해야 할 수도 있다"며 "길고양이들은 쥐는 물론이고 지네나 뱀 등이 창궐하는 것을 막아준다"고 말했다.


태그:#길고양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