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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52주 동안, 주당 한 권의 책을 읽고, 책 하나당 하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52권 자기 혁명'을 제안한다. 1년 뒤에는 52개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 기자말

"1년에 100권을 읽는다 해도, 100년 동안 겨우 만권의 책을 읽을 수 있을 뿐이다."

우연히 참가했던 독서토론회 주최자가 했던 말이다. 이 말을 듣고 뒤통수가 멍했다. 만 권도 못 읽을 내 인생이라니. 책을 읽어야 한다는 말은 누구나 지겹게 들어왔을 것이다. 대개 책을 읽으면 뭐가 좋은지보다는 책을 안 읽으면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지에 대해 들어왔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면, 책을 읽지 않아도 다들 별 대가를 치르지 않고 잘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 책을 읽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회유는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

독서의 이익

책사냥
 책사냥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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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 뭐가 좋은가? 흔히 일본 최고의 지성이라 불리는 다치바나 다카시는 삶이 책이다. 흔히 그를 언론인이자 논픽션 작가라고 소개하는데, 그는 책을 읽고 책을 쓴다. 예를 들면 뇌에 관한 책 수십 권을 읽고 뇌에 대한 책을 쓰는 식이다. 그에게 독서는 인생이다. 책은 인생이 될 수 있다.

<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에서 사이토 다카시는 독서를 통해 메이지대 교수가 될 수 있었다고 말한다. 8년간 대학원에 다니면서 나이는 서른이 넘고 변변찮은 직장도 벌이도 없었지만, 독서를 통한 자기계발로 교수가 되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독서는 생계 수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3층짜리 건물을 책으로 채우고도 책 꽂을 공간이 부족한 다치바나 다카시나, 대학교수인 사이토 다카시의 경우를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생계 수단을 위해 독서를 한다는 생각은 얄팍해 보여서 싫다. 현재 멀쩡한 직업이 있는데 책을 읽고 직업을 바꾸라는 말은 더욱 아니다. 좀 더 현실적인 독서의 이득은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이 독서의 이득으로 사고력 배양, 문장력 향상, 정신적 성숙 등을 든다. 좋기는 한데, 너무 추상적이다.

<전략적 책읽기> 표지
 <전략적 책읽기> 표지
ⓒ 밀리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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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책읽기>에서 스티브 레빈은 독서의 장점으로 투자 대비 수익성을 든다. 인터넷 덕분에 정보는 쉽게 어디에서나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지식 자체보다는 지식 사냥 능력, 즉 검색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온라인 조각 정보보다 한 수 위라고 할 수 있는 신문기사조차 여전히 단편적 지식이다. 책은 훨씬 더 종합적인 내러티브다.

하나의 책을 써내기 위해 작가는 수십, 수백 권의 책을 읽고, 수백, 수천 시간을 투자해서 생각하고 글을 쓴다. 그 결과물을 2만 원 이하 정도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책이다.

'무언가 대가를 지불하고 얻는 지식에 관한 한, 비용 대비 가장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책이다.'(48-49)

책읽기가 얼마나 남는 장사인지 알게 되면 책이 끌리지 않을까. 웬만한 강의보다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빠르게 지식이나 경험을 습득할 수 있는 것이 책이다. 문학이나 흥미를 위해 읽는 책이라고 하더라도, 투입 대비 산출의 효율이 뛰어난 것은 마찬가지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벌이는 기발한 모험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 겨우 1만 5천 원 정도이다. 수십 년에 걸쳐 읽고 또 읽어도 재미있는 삼국지 한 세트를 사도 20만 원 정도면 충분하다.

에리히 프롬은 <소유냐 존재냐>에서 물건을 소유하기보다 경험을 얻으라고 조언한다. 책은 물건의 형태로 되어있는 경험이다. 남궁인의 <지독한 하루>는 응급외과의가 버텨나가야 하는 하루하루를 묘사한 책이다. 전신 3도 화상의 고통을 못 견뎌 죽여달라고 말하는 환자, 너무도 어린 나이에 학대에 적응해 버려 두개골에 구멍을 뚫는데 미동도 하지 않는 아기, 두 살이면 죽어버리는 희귀병 아이를 열 살이 되도록 지켜온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렇게 마음이 먹먹해지고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야기를 또 어디에서 듣겠는가? 지금 당장 책을 읽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시간'이다. 서두에서 말했듯이, 매해 백 권을 백 년 동안 읽어야 만 권이다. 지금 당장 1년에 백 권 읽기를 해도 갈 길은 멀다.

어떻게 읽을 것인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납득했다면, 이제 스티브 레빈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 보자. 이 책은 독서 관련 '흔히 하는 질문(FAQ)'에 대답해 준다. 저자가 세계 최고의 독서가는 아닐지 몰라도, 대선배 독서가임은 분명하다. 그의 조언은 귀 기울일 가치가 충분히 있다.

스티브 레빈은 남의 강요나 주변의 시선 때문에 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는 말로 시작한다. 우선 흥미가 느껴지는 책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자기 생각만이 옳다고 말하는 사람들이나, 살면서 무엇을 중시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은 반드시 책을 읽어야 한다. '독서는 언젠가 시간이 나면 하자'는 생각도 잘못됐다. '언젠가'라는 시간은 절대 오지 않는다. TV나 스마트폰을 멀리하면 지금이라도 독서 시간은 얼마든지 낼 수 있다.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할 필요도 없다. 필요한 부분을 읽어라. 일단 시작한 책을 끝을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소믈리에도 맛보는 와인을 모두 삼키지는 않는다. 50쪽 정도 읽었는데도 와닿는 것이 없다면 그만두는 것이 좋다.

책을 잘못 고르는 것을 피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야 할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일단 읽으라는 것이 저자의 조언이다. 실패는 선택 능력을 키우는 수업료다. 좋은 책을 고르기 위해 서평을 참고할 수는 있겠지만, 그 누구의 서평이라도 맹신해서는 안 된다.

독서 모임은 다른 관점에서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고, 다른 사람이 정한 책을 읽게 되므로 편식도 방지해 준다. 게다가 인간관계를 쌓을 기회도 준다. 하지만 독서의 주도권을 100% 확보할 수 없고, 시간을 별도로 내야 하는 등의 불편함 역시 따른다. 따라서 장단점을 고려하여 참여 여부를 선택해야 한다.

리딩 리스트를 가진 사람이 되자

레빈의 책이 다른 독서법 책과 가장 다른 점은, 도서 목록에 관한 부분이다. 읽은 책은 물론, 읽고 싶은 책의 목록 역시 만들어야 한다. 서점에서 '책 사냥'을 하는 것이 독서의 시작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서점에 도착하면, 메모지를 들고 둘러보면서 관심 있는 책들의 제목을 적어둔다. 책을 직접 뽑아 들고 다니는 것은 무겁기도 하고, 나중에 필요 없는 책을 빼서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이 너무 번거롭게 된다. 어느 정도 메모가 쌓이면, 근처의 카페로 간다. 커피를 마시면서 메모를 다시 살펴본다. 이 단계에서 생각을 정리하면서, 뺄 책은 빼는 것이다.

이제 다시 서점으로 돌아가 보면, 책을 보는 시각이 좀 더 정리된다. 목록에 살아남은 책들을 직접 서가에서 뽑아 대충 훑어본다. 대충 훑어보는 데도 적잖이 시간이 걸리는 책은 보류하고, 볼 만하다고 생각되는 책들을 구입하여 집으로 돌아오면 '책 사냥'이 완성된다. 사 온 책은 눈에 잘 뜨이는 곳에 두어야 한다. 눈에 밟혀야 책도 읽게 되는 것이니까.

저자는 속독을 배울 필요는 없다고 속 시원하게 말해준다. 대신 같은 시간 동안 읽더라도 많은 것을 소화하는 독서를 하면 된다는 것이다. 주제나 목적을 가지고 책을 읽으면 필요한 정보를 쉽게 포착한다. 제목, 목차, 서문을 읽어보면 어떤 키워드를 가지고 읽어야 하는지 감이 온다.

오래 남는 독서를 하기 위해서는, 책을 여러 번 읽거나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서 읽는다. 읽자마자 다시 훑어보는 것은 기억에 큰 도움이 된다. 모든 감각을 총동원해서 상상력을 가미하면서 읽자. 혼자 내용을 낭송해 보는 것도 공감각적 읽기다.

의문나는 사항에 대한 대답을 찾으면서 읽거나, 내용 자체를 질문으로 바꾸면서 읽으면 책 내용을 흡수하는 정도가 달라진다.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읽고, 좋은 책은 가까운 사람과 나누자. 레빈은 작가에게 편지 쓰는 것도 즐긴다고 한다. 만약 답장이 온다면, 책갈피에 보관해 두자. 세상에 하나뿐인 책이 된다.

독서와 메모는 함께 해야 한다. 저자는 책에 밑줄 치고, 여백에 메모하면서 읽는 방식을 지지한다. 책을 읽는 행위는 그 내용을 흡수하는 것이지 책이라는 물건을 소유하려는 행위가 아니다. 생각이 떠오르면 곧바로 메모하라는 것이다. 책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싶다면, 접착식 메모지를 사용하면 된다.

독서는 '52권 자기 혁명'의 무기다. 그 무기를 잘 다룰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 필요하다. 이번 주에 실천할 것은 책 사냥이다. 이번 주말에는 서점에서 하루를 보내자. 스티브 레빈이 추천하는 방법으로 책 사냥을 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 리딩 리스트를 가진 사람이 되자.


전략적 책읽기 - 지식을 경영하는

스티브 레빈 지음, 송승하 옮김, 밀리언하우스(2007)


태그:#52권 자기 혁명, #스티브 레빈, #전략적 책읽기, #독서, #리딩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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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용이 강물처럼 흐르는 소통사회를 희망하는 시민입니다. 책 읽는 브런치 운영중입니다. 감사합니다. https://brunch.co.kr/@junat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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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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