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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EX 행사가 열린 호텔 앞에서 행사장으로 들어가는 사람과 차량을 향해 '전쟁없는 세상' 활동가가 피켓을 들었다.
 ADEX 행사가 열린 호텔 앞에서 행사장으로 들어가는 사람과 차량을 향해 '전쟁없는 세상' 활동가가 피켓을 들었다.
ⓒ 전쟁없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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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서울 아덱스가 지난 17일부터 22일까지 6일 동안 열렸다. 아덱스는 2년마다 열리는 한국 최대 규모의 무기 전시회로 단순히 첨단무기를 전시하고 각종 체험 이벤트를 여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전 세계 25개국 200여 업체가 참여하는 이번 아덱스에서는 약 2천 건의 비즈니스 미팅이 예정되어 있었다 한다. 즉 아덱스는 무기를 사고 파는 시장이다. 한반도 전쟁 위기가 어느 때보다 높은 이 시점에서 국제 무기 거래 시장이 열리는 풍경이라니, 참 아이러니하다.

지난 아덱스 때는 당시 황교안 국무총리가 축사를 했는데 이번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개막식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대통령의 축사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은 이것이다.

"북한의 안보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지켜낼 수 있는 우수한 성능의 첨단무기체계를 조속히 전력화해야 한다."

강한 무기(국방력)가 안보와 평화를 지킨다는 아주 오래된 명제다. 충분히 고개를 끄덕일 만도 하다만, 웬일인지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사실 북한이 핵 개발과 대륙간탄도 미사일 실험을 거듭하는 논리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안보 위협으로부터 인민을 지켜낼 수 있는 우수한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실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한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평화를 지키는 방법에 대해서는 이견이 존재하겠지만, 한반도에 사는 사람치고 전쟁을 바라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거다. 전쟁이 나면 그 누구도 승자일 수 없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패자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아니 우리뿐만 아니라 한반도에 살아가는 뭇 동물들과 우리 모두의 터전인 산과 강과 들 어느 것 하나도 승리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전쟁이 일어나면 우리 모두 패자일 수밖에 없다

제57기 노근리사건희생자 위령제에서 위령사를 하고 있는 노근리사건희생자유족회 양해찬 회장
 제57기 노근리사건희생자 위령제에서 위령사를 하고 있는 노근리사건희생자유족회 양해찬 회장
ⓒ 임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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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한반도라서가 아니라 현대의 전쟁이라는 게 실은 아무도 승리하지 못하는 싸움이다. 태평양 전쟁에서 일본은 무참히 패배했다. 그렇다면 미국은 그 전쟁에서 승리했을까? 10만 명이 넘는 미군 전사자 앞에서 우리는 승리의 노래를 불러도 될까? 한국전쟁은 정전협정으로 마무리 되었다. 이 전쟁에서 정말 아무도 지지 않았을까? 노근리 주민들과 보도연맹 유가족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베트남은 베트남 전쟁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유일하게 미국을 이긴 전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퐁니 퐁넛 마을에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때 정말 운 좋게 살아남은, 그러나 모든 식구들과 친척을 한순간에 잃어버린 탄 아주머니에게도 그 전쟁은 승리일까? 도덕경에서 노자는 "승리를 기뻐하는 것은 살인을 기뻐하는 것과 같다. 승리해서 돌아오는 군을 장례식을 치르듯이 맞이하라"고 했다. 이 말은 지금 우리에게 깨달음을 주는 비유적인 표현일까, 아니면 실제 전쟁은 결국 장례식이나 다를 게 없다는 것일까?

만약 한반도에서 전쟁이 난다면, 승리는 누구의 것일까? 미국일까, 남한일까, 북한일까? 나는 알 수 없다. 내가 알 수 있는 건 단 한 가지다. 만약 전쟁이 난다면 나는 죽을 것이고, 운 좋게 살아남더라도 내가 사랑하는 많은 이들이 죽고 다쳤을 것이다. 우리가 함께 일궈온 많은 것들, 사회 기반 시설과 문화와 역사와 삶이 무너져 있을 거다. 김정은이 항복을 하든 김정은이 파티를 하든 어떤 경우라도 나는, 그리고 나와 비슷한 보통의 사람들은 스스로를 패배자로 여길 것이다.

전쟁으로 배를 불리는 사람들, 전쟁수혜자

지난 9월 7일 새벽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으로 미군 사드 발사대 4기가 위장막으로 가려진 채 지나가자 밤새 저지농성을 벌이던 주민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연막탄, 참외, 달걀 등을 던지며 항의하고 있다.
 지난 9월 7일 새벽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으로 미군 사드 발사대 4기가 위장막으로 가려진 채 지나가자 밤새 저지농성을 벌이던 주민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연막탄, 참외, 달걀 등을 던지며 항의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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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패배하는 그 와중에도 이익을 챙기는 이들이 있다. 먼저 호전적인 정치인들이다. 문제가 많은 정치인들이 전쟁을 통해서 외부의 적을 만들어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들의 지지를 확보해 온 것은 아주 오래된 전략이다. 정치적 이익뿐 아니라 금전적인 이익을 챙기는 이들도 있다. 전쟁이 일어나면 떼돈을 버는 전쟁 수혜자들(War profiteer), 바로 죽음의 상인이라 불리는 무기 만드는 기업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사드 배치에 신중한 입장이었지만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고조된 한반도 안보 위기 때문이지 급작스레 사드 배치를 지시했다. 사드를 만드는 기업은 세계 방위산업체 순위 1위인 록히드 마틴과 4위인 레이시온이다. 록히드 마틴과 노스롭 그루만, 탈레스의 주가는 사드 배치 논의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2015년에 대비해서 2016년 초에 각각 11%, 26%, 37%가 올랐다. 

이들은 꼭 전쟁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괜찮다. 어디든 전쟁위기만 있으면, 조그만 갈등만 있다면, 갈등에 대한 불안만 있다면 무기를 팔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반도는 그들에게 아주 좋은 시장이다. 핵실험을 하는 김정은과 전쟁 가능 국가를 부추기는 아베는 바람잡이이고, 트럼프는 이때다 싶어 안보라는 포장지로 쌓인 무기들을 잔뜩 판매하는 최고의 영업사원인 셈이다. 그들의 보수는 때로는 돈(뇌물)이거나 정치적 이익이다.

우리가 전쟁에서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7월 6일 오후(현지시간)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독일 함부르크 시내 미국총영사관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만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7월 6일 오후(현지시간)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독일 함부르크 시내 미국총영사관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만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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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전쟁에서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전쟁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제아무리 독재정권이라고 해도 국민들의 동의 혹은 최소한 묵인이라도 있어야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전쟁 나면 군인으로 싸우는 것도 국민이고, 후방에서 전쟁 물자를 생산하고 수송하는 것도 국민이다. 이는 다시 말하면 우리가 모두 전쟁을 반대한다면 국가는 전쟁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물론 한국 정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북한과 미국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벌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 나라들 또한 그 나라 국민들의 동의와 협조가 없다면 전쟁을 치를 수 없다. 한국의 시민들, 미국의 시민들, 그리고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북한의 시민들이 전쟁을 반대한다면, 아니 적극적으로 반대하지는 않더라도 협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모두가 이길 수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북한과 미국 사이에 전면적인 핵전쟁이 일어나지는 않을 거라고 예측하고 있다. 김정은은 정말로 미치광이가 아니라 미치광이인 척하며 협상에서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려는 것이고, 트럼프 또한 우리가 볼 수 없었던 유형의 미국 대통령이고 예측불허인 건 사실이지만 제아무리 미국 대통령이라고 하더라도 전쟁을 쉽게 결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상태로 위기가 지속된다면 김정은과 트럼프는 제각각 정치적인 이득을 챙길 것이고, 그동안 록히드 마틴을 비롯한 군수산업체들의 금고에는 더 많은 달러가 쌓일 것이다. 만성적인 긴장과 일상적인 불안만이 오롯이 우리들의 몫으로 남겨질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원하고 요구해야 하는 건 그저 전쟁이 발발하지 않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전쟁장사꾼들에겐 굳이 전쟁이 일어나지 않아도 상관없다. 전쟁이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만 형성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정치적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하는 전쟁보다 오히려 일어나지 않은 전쟁을 걱정하는 일이 전쟁장사꾼들에겐 더 좋다.

한반도 전쟁 위기에서 누가 웃고 있는지, 누가 이득을 취하고 있는지 똑똑히 따져봐야 한다. 모두가 패배하는 전쟁에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이들이 우리의 평화를 위협한다. 


태그:#전쟁으로 돈을 버는 이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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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거부를 하면서 평화를 알게 되고, 평화주의자로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출판노동자를 거쳐 다시 평화운동 단체 활동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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