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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중구청 관계자는 풀씨와 퇴비가 섞인 배양토라는 주장이지만 전문가들은 충분히 썩지 않은 가축분뇨가 냄새의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전 중구청 관계자는 풀씨와 퇴비가 섞인 배양토라는 주장이지만 전문가들은 충분히 썩지 않은 가축분뇨가 냄새의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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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대전 도심 강변 산책로에 뿌려 놓은 흙더미에서 역한 가축분뇨 냄새가 나 인근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11일 오후, 대전 도심 강변 산책로에 뿌려 놓은 흙더미에서 역한 가축분뇨 냄새가 나 인근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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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냄새야?"

대전 유등천 변(중구 산성동)을 걷던 주민들이 일제히 코를 틀어막았다. 역한 가축 분뇨 냄새가 코를 찔렸다. 주변 천변을 따라 아파트 등 주택가가 늘어서 있다.

"저게 다 뭐예요?"

오가는 주민들이 오히려 기자에게 천변에 질퍽하게 덮어 놓은 진흙더미를 가리키며 물었다. 비탈진 제방에서부터 산책로 앞까지 학교 운동장의 절반 크기에 이르는 넓이에 질척한 흙이 깔려 있었다. 역한 냄새가 쉴 새 없이 풍겨 나왔다.

처음엔 누가 가축 분뇨를 몰래 버린 것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몇몇 주민이 인근 주민자치센터에 "누군가 하천변에 엄청난 양의 오물을 버렸다"고 신고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만큼 냄새가 역겨웠다.

맞은편 아파트단지에 사는 한 주민은 바람을 타고 날아온 고약한 냄새의 출처를 찾아 10여 분을 걸어 이곳에 찾아왔다.

신고를 받고 주민자치센터 직원이 달려 나왔지만 진흙더미가 왜 깔렸는지, 왜 냄새가 나는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이들은 대전하천관리사업소에도 전화를 걸었지만, 근무시간임에도 1시간이 넘게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하천 변에 가축분뇨 쏟아부은 꼴..."

11일 오후, 대전 도심 강변 산책로에 뿌려 놓은 흙더미에서 역한 가축분뇨 냄새가 나 인근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했다.
 11일 오후, 대전 도심 강변 산책로에 뿌려 놓은 흙더미에서 역한 가축분뇨 냄새가 나 인근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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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 주체는 대전 중구청으로 확인됐다. 뒤늦게 현장에서 만난 대전 중구청 건설과 관계자는 "하수 관로를 연결하는 공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제방이 파헤쳐졌는데 풀이 잘 자라지 않아 오늘 오후 습생 매트 공법으로 풀씨와 함께 거름이 섞인 배양토를 뿌렸다"라고 말했다. 이어 "습생 공법으로 퇴비가 섞여 냄새가 나는 것"이라며 "(시공업체 측에서) 햇볕이 나면 흙이 마르면서 금방 냄새가 증발해 없어진다고 했는데 비가 오는 통에 오랫동안 냄새가 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당 분야 전문가의 얘기는 달랐다. 충남 지역에서 축분비료를 생산하는 한 관계자는 "아마 공사업체가 충분히 썩지 않은 가축분뇨가 섞인 거름이나 물거름(가축분뇨로 만든 액체비료)을 뿌린 것으로 판단된다"라면서 "덜 발효된(썩은) 가축분뇨 퇴비가 냄새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날 주민자치센터에 악취 민원을 처음 신고한 송재철씨는 "결국 강변과 주택가에 가축분뇨를 무더기로 버린 것과 무엇이 다르냐"라며 "비가 더 오면 악취는 물론 퇴비로 뿌린 분뇨가 하천으로 흘러 들어갈 게 뻔하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대전지역에는 12일에도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나온 상황이다. 물이 흐르는 유등천과는 불과 10m 거리다.

대전 중구청 관계자는 "건식공법을 사용해야 했는데 별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시공업체 말에 따라 습식 공법으로 공사를 했다"라면서도 "햇볕이 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라고 말했다.


태그:#악취, #대전 , #유등천, #가측분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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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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