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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1돌 한글날을 맞아 곳곳에서 여러 행사가 열리고 있다. 그 가운데 국립국어원(원장 송철의)도 한몫하는 모양이다. 국립국어원은 오늘 10월 9일 한글날에  '2017 나만의 국어사전 뜻풀이 공모' 시상식과 수상작 전시회를 연다고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이번 행사는 "국어사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기획된 것으로, 올해는 한글학회의 <큰사전> 완간 60주년과 국립국어원의 국민 참여형 국어사전 <우리말샘> 개통 1주년을 기념하여 '오늘날 국어사전의 의미'를 주제로 진행하였다"고 홍보하고 있다.

국립국어원의  '한글날 행사'에 대해서 흠잡고 싶은 생각은 없다. 문제는 이런 홍보성 행사 이전에 국립국어원이 만든 <표준국어대사전>의 낱말 풀이를 돌아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며칠 전 아는 사람이 전북 정읍에서 열리고 있는 '정읍 구절초 축제 2017'에 다녀왔다며 끝없이 펼쳐진 구절초 꽃밭 사진을 보내왔다. 보기만 해도 가을 냄새가 물씬 풍긴다. 그렇다면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구절초를 어떻게 풀이하고 있을까?
  
"구절초(九節草):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는 50cm 정도이며, 9~11월에 붉은색·흰색의 꽃이 줄기 끝에 피고 열매는 수과(瘦果)를 맺는다. 한방에서 약재로 쓴다. 산지(山地)에서 나는데 한국, 일본, 시베리아 등지에 분포한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구절초에 대해 열매를 수과(瘦果)로 맺는다고 풀이하고 있다
▲ 구절초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구절초에 대해 열매를 수과(瘦果)로 맺는다고 풀이하고 있다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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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국어대사전》의 구절초 풀이 "수과를 맺는다"고 되어 있다.
▲ "구절초" 풀이 《표준국어대사전》의 구절초 풀이 "수과를 맺는다"고 되어 있다.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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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국어대사전》에는 수과, 폐과처럼 일본말을 베낀 풀이가 많다.
▲ "수과"에 이은 "폐과" 풀이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수과, 폐과처럼 일본말을 베낀 풀이가 많다.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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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국어대사전의 식물풀이에서 가장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열매가 '수과(瘦果)'로 맺는다는 부분이다. 이렇게 수과라고 써놓으면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의문스럽다.

그럼 다시 '수과'를 찾아보자.

"수과(瘦果): 식물의 열매로 폐과(閉果)의 하나. 씨는 하나로 모양이 작고 익어도 터지지 않는다. 미나리아재비, 민들레, 해바라기 따위의 열매가 있다."

수과가 어려워 찾으니 '폐과(閉果)'라고 풀고 있다. 이러한 풀이는 일본 국어사전을 베껴 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봉선화는 '삭과(蒴果)'이고, 목련은 '골돌과(蓇葖果)'이며, 벼는 '영과(穎果)'로 열매를 맺는다 식으로 풀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 식물의 꽃피는 모습의 풀이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토란은 육수(肉穗) 화서로 꽃이 피며, 콩은 총상(總狀) 화서, 분꽃은 취산(聚繖) 화서, 해바라기는 두상화(頭狀花)로 꽃이 핀다고 풀이하고 있다. 국립국어원은 언제까지 이런 식의 풀이를 방치하고 있을 것인가?

《표준국어대사전》은 해바라기에 대해 두상화(頭狀花)로 꽃이 핀다고풀이하고 있다
▲ 해바라기 《표준국어대사전》은 해바라기에 대해 두상화(頭狀花)로 꽃이 핀다고풀이하고 있다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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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국어대사전》에는 해바라기의 풀이를 "두상화로 핀다"고 해놓았다.
▲ 해바라기 풀이 《표준국어대사전》에는 해바라기의 풀이를 "두상화로 핀다"고 해놓았다.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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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은 식물과 관련한 뜻풀이에 있어서는 일본말 사전을 참고해서 쓴 것은 물론, 어렵기 짝이 없는 풀이를 방치한 채 손을 놓고 있는 것이다. (관련 기사: 도란형, 핵과, 연모... 무슨 말?)

필자는 몇 해 전부터 <표준국어대사전> 식물풀이를 살피고 있지만 571돌을 맞이하는 오늘 현재도 이러한 풀이는 전혀 바뀌지 않고 있다. 제발 572돌을 맞이하는 내년에는 식물풀이를 알기쉬운 우리말 한글로 풀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 신한국문화신문에도 보냈습니다.



태그:#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삭과, #수과,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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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박사. 시인.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한국외대 외국어연수평가원 교수, 일본 와세다대학 객원연구원, 국립국어원 국어순화위원,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냄 저서 《사쿠라 훈민정음》, 《오염된국어사전》,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시집《서간도에 들꽃 피다 》전 10권, 《인물로 보는 여성독립운동사》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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