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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7일, 이화여자대학교 중앙동아리 '행동하는 이화인'에서, 'KTX 해고노동자 11년의 투쟁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KTX 해고 승무원 투쟁이 11년 동안 진행되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청년학생들이 본 사태를 인지하고 앞으로 함께 싸워갈 수 있는 기점을 만들고자 한다는 취지로 1시간 반 가량 진행되었다. 철도노조 KTX 승무지부에서는 김성희, 김영선 해고 노동자가 함께했다.

KTX 해고 승무원은 정규직 전환을 약속받고 입사했다. 하지만 코레일 측이 이를 이행하지 않아, 2006년 파업에 돌입했다. 그해 5월 280명의 노동자가 부당해고를 당했다. 3년간의 투쟁 이후 소송으로 전환하여 1심, 2심 승리를 거두었지만, 대법원에서 코레일 측의 손을 들었고, 판결 전까지 받았던 1인당 8640만원에 달하는 급여를 반환해야 하는 현실에 놓여있다. 오는 29일까지 서울역 농성을 유지하고, 추석 이후 10년 만의 조정기간을 가진다고 한다.

좌 김영선 해고노동자, 우 김성희 해고노동자
▲ ‘KTX 해고노동자 11년의 투쟁 간담회 좌 김영선 해고노동자, 우 김성희 해고노동자
ⓒ 김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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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1년 뒤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했지만 사측이 말을 바꿨다고 했는데, 자세한 설명을 부탁한다.
A. 김성희(아래 성) : KTX 개통 전 2003년, 코레일 승무원을 모집한다는 채용공고가 나왔다. 면접관은 철도공사 직원이었고, 채용 후 교육 역시 철도공사 교육원에서 받았다. 당시 철도청장이 교육 중 방문해 '잠시 자회사를 통해 계약한 것이다.', '철도공사로 전환되면 직접 고용하겠다.'고 말했다. 우리는 코레일 마크를 달고 일했기 때문에 당연히 철도공사 직접 고용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철도공사로 전환되고 태도가 바뀌었다. 승무원은 서비스직이기 때문에 안전 업무는 담당하지 않고 있다며, 직접고용을 거부했다.

Q. 승무원과 팀장의 업무와 안전 교육에 차이가 있었나?
A. 김영선(아래 영) : 속성은 똑같다. 팀장이라는 직책 때문에 책임이 클 수는 있지만, 다르지 않다. 신입 교육을 2주 받았는데, 그중 2일만 서비스 교육을 받았다. 다른 교육은 모두 안전에 관련된 것이었다. 우리는 실질적으로 모든 안전 업무를 담당했다.

성) 안전 업무는 단순히 안전사고가 났을 때 대처하는 것만이 아니다. 예방 역시 안전 업무에 포함된다. 정차할 때마다 승무원은 승강문이 제대로 열렸는지 발판이 잘 설치되었는지 확인한다. 열차와 승강장 사이에 홈이 깊어서 자칫하면 발이 빠진다. 승무원들도 많이 다쳤다. 그런데 내가 다치지 않으면 승객이 다치는 것이었다.

영) 중간 정차는 시간이 굉장히 짧은데 1,2분 사이에 승객들이 완전히 탑승했는지, 내렸는지를 확인하고 팀장과 수신호를 주고받는다. 열차가 갑자기 멈추었을 때 대피시키는 것도 승무원의 역할이다. 또 열차 안에서 쓰러진 승객이 발생했을 때, 환자 발생 호차의 승무원이 우선적으로 긴급 조치를 취한다. 이것이 어떻게 안전업무가 아닐 수 있겠는가. 그런데 사측은 우리가 안전업무를 담당할 수 없고, 서비스만 담당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Q. 그런데 철도법 상으로 안전 사고 시 승무원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들었는데?
A. 영) 맞다. 당시에는 외주화 승무원의 개념이 없어서 팀장과 다르지 않았는데 우리 이후에 팀장은 안전업무, 승무원은 서비스 업무로 구분했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 이후 외주화 된 승무원에게도 안전 문제에 책임을 묻는다. 철도안전법 상 승무원이 안전업무를 제대로 취하지 않아서 사상자가 발생했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과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안전업무를 할 수는 없지만 안전업무를 하지 않아서 사상자가 발생했을 경우 승무원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성) KTX 열차 1대당 18량이 연결되어있다. 탑승하는 직원은 열차팀장 1명, 승무원 2명이다. 절대 열차팀장 혼자서 모든 안전업무를 담당할 수 없다. 이는 곧 우리가 안전업무를 담당했음을 말해준다. 안전업무는 절대 외주화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Q. 열악한 노동환경과 여성이라는 이유로 받은 차별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을 부탁한다.
A. 영) 1기 승무원이었기 때문에 시스템이 확립되지 않아 개통 전날까지도 스케줄을 통보받지 못하는 등 열악했다. 락커, 캐리어비는 매달 사비로 지급해야 했다. 또, 고용부터가 차별이었다. 여성만 선발했고, 키, 나이 등 외향을 평가했다. 외모점수도 있었다. 그리고 10년, 20년을 일해도 여성은 팀장이 될 수 없었다.

성) 성추행, 성희롱도 빈번하게 일어나는데, 팀장이 혼자 승무원을 평가하여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기 때문에 문제제기하기 어렵다. 노조활동을 하면 최하 등급을 준다.

영) 생계 때문에 복귀한 승무원 중 한 명은 10여 년을 일했는데 첫 해 받은 월급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파업 전 쟁위행위를 할 때에는 우리를 분산시키기 위해서 교육 일정을 통보했다. 휴일도 가리지 않았다. 보건 휴가도 사용할 수 없었다. 보건 휴가는 내 몸 상태에 따라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침 8시까지 당일 보건 휴가를 선착순으로 신청하도록 했다.

Q. 1심과 2심에서는 승소했는데,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이에 대한 생각은?
A. 성) 판결문도 황당하다. 안전에 문제가 생기면 지나가던 승객도 불을 끌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안전업무를 인정하지 못한다고 했다. 자회사 명의로 월급을 받기 때문에 자회사에서 고용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등 업무 성격을 고려하지 않은 판단이었다.

영) 현재 ILO와 UN인권위에 진정을 청구한 상황이다.

KTX 해고 노동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약속한 정책 협약을 가지고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다른 때보다는 호의적이나, 현재 철도공사 사장이 공석이라 책임자가 부재해 어려운 상황이다. KTX 해고 노동자들은 11년간의 투쟁이 안전을 외주화 하는 편법을 알릴 수 있는 계기였다고 말한다. 이에 청년학생들은 안전의 외주화에, 예비 노동자로서 비정규직 문제와 노동자 권리 탄압에 침묵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노동자,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세상을 청년학생들도 함께 바꿔가고 싶다는 다짐을 남기며, 간담회를 마무리했다.


태그:#KTX, #해고노동자, #해고승무원, #부당해고, #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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