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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시가현 시가라기 고원에 있는 미호뮤지엄에 다녀왔습니다. 이곳은 지난 8월 초부터 9월 3일까지 기발한 발상으로 잘 알려진 셋손(雪村周継,1504-1589) 그림 특별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셋손이 직접 그린 그림을 비롯해서 셋손의 영향을 받은 일본 화가의 작품도 같이 전시하고 있습니다.

          셋손 그림에 나오는 말, 용, 원숭이, 새, 게 등 짐승 모습입니다.
 셋손 그림에 나오는 말, 용, 원숭이, 새, 게 등 짐승 모습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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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교토에 절이 많습니다. 오래 전 일본에서 글을 아는 사람 가운데 불교 스님이 많았습니다. 불교 스님들은 불경을 읽고, 외우고,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한자를 익혀서 아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불교에서는 불상이나 불화를 비롯한 여러 가지 미술품이 많았습니다.

일본에서 유명한 화가 가운데 불교 스님이 많은 것은 절에 있는 그림들을 보고, 그것을 그리면서 자신의 그림 세계를 열었기 때문입니다.  셋손 스님 역시 어려서부터 불교 절에서 그림을 보면서 그림을 익혔습니다. 그는 절이나 물자가 많은 교토가 아니고 간토에서 나고 자라면서 그곳 절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스스로 자신은 절에 있는 불화나 중국 그림들을 보고, 그리면서 자신의 그림 세계를 열어갔다고 합니다. 중국의 소상팔경그림을 비롯하여 이태백, 여동빈 등 중국 그림에 나오는 소재를 다시 자기 식으로 해석하여 새로운 그림을 그리기도 했습니다.

일본 대부분의 지역은 해양성 기후, 겨울에 따뜻해서 들짐승 많아

          셋손의 영향으로 그려진 그림입니다.? 오가타 고린, 겐잔 형제가 같이 만든 작품으로 생활 도자기입니다.
 셋손의 영향으로 그려진 그림입니다.? 오가타 고린, 겐잔 형제가 같이 만든 작품으로 생활 도자기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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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손 그림에는 짐승이 나오는 그림이 많습니다. 말, 새, 고양이, 닭 등 이루 헤어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셋손을 비롯하여 일본 그림에 짐승이 많은 것은 우선 일본 대부분의 지역은 해양성 기후이기 때문에 겨울에 따뜻하여 들짐승이 많아서 사람 눈에 자주 보이기 때문입니다.

짐승의 역동적이고 자연스런 모습을 통해서 인간의 기본적인 삶의 원리와 현상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그림에 나오는 짐승는 단순히 눈에 보여서 그리는 것이 아니고, 생동적이고, 천진스런 모습을 통해서 인간의 진솔한 모습을 재해석해 주기도 합니다.

사람이 사람을 그려서 감동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그린 사람 모습은 사람에 따라서 다른 감정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짐승을 그리면서 인간사를 한 걸음 물러나 관조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아마도 일본 그림에 짐승이 많이 나오는 까닭이기도 합니다.

          미호뮤지엄 현관에서 바라본 경치와 특별전 전시실입니다.
 미호뮤지엄 현관에서 바라본 경치와 특별전 전시실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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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손 그림은 중국 그림이나 짐승 그림이나 그대로 재현하지 않고, 자기 식으로 재해석해서 나타냈습니다. 있는 그대로 그린 것이 아니고 자신의 감정, 자신의 새로운 입장에 따라서 다시 그렸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셋손의 그림은 재기 발랄하고,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재주가 있습니다.

셋손의 그림은 후배 화가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었습니다. 뒤에 나타난 가노파 화가들은 대부분 셋손의 그림을 보고, 느끼고, 베끼면서 독자적인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셋손 그림의 영향력은 일본 미술사에서 뚜렸한 자국을 남겼습니다.

미호 미술관에서는 셋손 특별전뿐만 아니라 실크로드를 중심으로 이집트, 서아시아, 유럽, 인도, 중국 등 여러 지역의 미술품도 상설전시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이번 중국 북위 때 작품으로 매미 관음상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중국 산둥반도 지역의 절에 있는 작품입니다.

매미 관음불상은 이마에 매미가 새겨져 있습니다. 중국에서 매미는 허물을 벗고, 먹지도 않고 울기만 하는 모습 때문에 공무원의 청렴결백과 부활, 재생의 상징이었다고 합니다. 인도에서 시작된 불교가 중국에서 매미와 결합되어 새로운 형태로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중국 북위 때 만들어진 매미 관음상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된 옥 매미(사진 오른쪽)입니다. 이 옥 매미는 1916년 발굴된 평양 석암리 9호 무덤에서 나왔습니다.
 중국 북위 때 만들어진 매미 관음상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된 옥 매미(사진 오른쪽)입니다. 이 옥 매미는 1916년 발굴된 평양 석암리 9호 무덤에서 나왔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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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법> JR오사카역이나 교토역에서 비와코센 전철을 타고, 이시야마 역에서 내리면 미호뮤지엄행 버스가 있습니다.
참고누리집> 미호뮤지엄, http://www.miho.jp/, 2017.8.29
국립중앙박물관, http://www.museum.go.kr/ , 2017.8.29
참고자료> 셋손특별전에 소개된 내용과 소상팔경도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첨부파일
2017.8.26-M.pdf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일본 학생들에게 주로 우리말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셋손 특별전, #미호뮤지엄, #옥 매미, #매미 관음상, #짐승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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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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