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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틈을 허용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시계 톱니바퀴가 돌아가듯 정해진 위치에서 제 역할을 수행한다. 각자가 맡은 역할을 수행했을 때 시계가 정확한 시간을 알리는 것처럼 사회가 유지된다.

그러나 효율을 중시하는 시장경제체제 아래서는 한 사람이 둘 몫을 일하면 능력자라고 독려한다. 비용을 줄인다며 정품이 아닌 저렴한 위조품을 사용한다. 무한경쟁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쉴 틈 없이 일하며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틈을 보이면 낡은 부품처럼 교체된다.

2017년 7월 6일 21년차 집배원이 안양우체국 앞에서 분신해 숨을 거두었다. 동료들은 그가 과도한 우편 물량과 강도 높은 업무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한다.

사회진보연대 노동자운동연구소의 '전국 집배원 초과근로 실태조사'를 보면 집배원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55.9시간, 연평균 노동시간은 2888.5시간으로 나타났다. 이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노동시간인 1766시간보다 1122.5시간 더 많은 수치다.

2017년 7월 9일 경부고속도로 양재 나들목에서 광역버스 운전기사의 졸음운전으로 2명이 사망했다. 운전기사를 비난하는 여론이 거셌지만 버스기사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밝혀지며 비난이 잦아들었다.

운전기사는 사고 전날 18시간을 근무한 뒤 5.5시간을 자고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2016년 7월 20대 여성 4명이 사망한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버스참사도 관광버스 운전기사의 졸음운전이 원인이었다. 버스 졸음운전 사고가 이어지는 이유는 버스기사들이 충분히 쉬지 못하고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도로 위 버스기사들이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
 도로 위 버스기사들이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
ⓒ TV조선 뉴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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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협의회가 44개 버스사업장을 상대로 장시간 근무실태를 조사했더니 민영 시외버스 운전기사의 하루 평균 운행시간은 17.1시간, 주당 평균 운행시간은 74.9시간이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주당 평균 취업시간인 43.5시간보다 31.4시간 더 일하는 것이다.

버스기사가 장시간 운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업체가 비용을 절감하고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인력과 차량을 적절히 투입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버스기사들은 부당한 처우를 받으면서도 먹고 살기 위해 졸음을 참아가며 운전대를 잡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5년 기준 우리나라 노동시간인 2113시간을 임기 내에 1800시간대로 단축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법정 최장노동시간인 1주 상한 52시간을 준수하고 노동시간 특례업종과 제외업종을 축소하겠다고 했다. 사회가 숨 쉴 수 있는 최소한의 틈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 발짝 더 나아가야 한다. 노동자들의 하루 최장 노동시간을 규제해야 한다. 법의 그늘이 생기지 않도록 수시로 현장을 찾아가야 한다. 노동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내에 노동시간을 1800시간대로 단축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내에 노동시간을 1800시간대로 단축하겠다고 약속했다.
ⓒ YTN 뉴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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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택 시인은 시 '홀씨의 나날'에서 '틈만 나면 살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는 '가는 목 하느작거리는 홀씨 하나'를 보며 노동자들의 힘겨운 삶을 이야기한다.

우리 사회는 작은 홀씨 하나 정착할 틈이 없을 정도로 각박하다. 아침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일해도 고된 삶은 낳아질 기미가 없다. 정부는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고 노동자들의 삶이 보호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노동이 이윤을 추구하기 위한 생산수단만이 아닌 자아를 실현하는 인간 고유의 능력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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