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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잠실5단지 인근 상가, 대부분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문을 닫았다.
 서울 송파구 잠실5단지 인근 상가, 대부분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문을 닫았다.
ⓒ 신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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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옆 중앙상가. 모두 20여개의 부동산 중개업소가 밀집한 상가지만, 이날 불이 켜진 곳은 3~4개에 불과했다. 일부 중개업소는 불을 꺼놓고, 문을 잠근 채 전화 응대만 받고 있었다.

이 일대 중개업소가 대대적인 휴업에 들어간 것은 국세청이 지난 9일 다주택자 등 부동산 세금 탈루 혐의자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하면서부터다. 세무조사로 다주택자들를 압박해, 집을 팔도록 하겠다는 의중이다.

잠실 주공 5단지 대부분 문 닫아, 인근 부동산은 단속 적발되기도

실제로 현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 9일 잠실 레이크 팰리스와 리센츠 인근 부동산들에 대한 세무 조사를 실시했다. 이날 단속에서 부동산중개업체 2곳이 관련 법 위반으로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려한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주변 부동산을 단속했고, 언제 (단속반이) 여기에 나올지 몰라 다 문을 닫은 것"이라면서 "부동산거래가 여기저기 얽혀있는 경우가 많아 어떻게 걸릴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8.2 부동산대책과 함께 세무조사의 칼까지 날아들자,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는 현상도 나타났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잠실주공 5단지 122㎡형이 14억3000만 원에 거래됐다. 잠실주공5단지 122㎡형은 직전 매매가가 15억7000만 원이었는데, 1억5000만 원이나 떨어진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다.

박준 잠실박사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최근 거래된 매물은 다주택자가 가격을 1억 원가량 낮춰 불렀다"면서 "국세청 세무조사와 부동산 대책 등의 영향을 받아 매물을 내놓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8.2 부동산대책과 국세청 단속에 따라 이 지역에서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들은 '가격이 좀 더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자'는 관망세로 접어들었다. 잠실 5단지의 경우 매수자와 매도자간 거래 희망 가격 격차가 1억 원가량 벌어졌다. 

박 대표는 "일반적으로 매도 희망가와 매수가 차이가 3000만~4000만 원이면 거래가 될 수 있지만, 현재는 가격격차가 1억 이상 차이를 보이고 있다"면서 "이 격차가 좁혀지지 않으면 당분간 거래는 소강상태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속→부동산 휴업, 올해로 두 번째... 이번엔 분위기 달라

서울 잠실주공 5단지 아파트 모습
 서울 잠실주공 5단지 아파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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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단속에 부동산중개업소들이 대대적인 휴업에 들어간 것은 올해로 두 번째다. 국세청 단속에 앞서 국토교통부가 지자체 등과 합동으로 지난 6월 현장 단속을 실시했다. 현장 단속을 실시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서울 강남 일대 부동산 중개사무소들은 문을 닫고 단속을 피했다.

하지만 물밑에서 영업은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압구정의 한 부동산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정부가 단속을 할 때도 부동산 사람들은 커피숍 등에서 다 거래를 했다"라고 말했다.

서울 지역 거래량을 봐도 6월 단속의 영향은 보이지 않았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국토부 단속이 이뤄진 지난 6월 서울지역 아파트 전체 매매거래는 1만4418건으로 전년 같은기간(1만1492건)에 비해 3000여건가량 늘었다.

서울 강남구(지난해 6월 824건→올해 6월 1037)와 서초(561→698), 송파(940→1075) 등 강남 지역도 매매 거래량이 증가했다. 아파트 매매가 상승세도 잡지 못했다. 

국민은행(KB) 부동산시세에 따르면 6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0.85%로 전국 평균인 0.22%의 4배를 웃돌았다. 같은 기간 서울 강남구는 1.13%, 서초구는 0.92%, 강동구는 1.63%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어중간한 다주택자들은 집 내놓을 요인 될 것"

하지만 이번 단속은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국토부의 6월 단속은 강력한 부동산 대책이 없었다. 이번 국세청 단속은 참여 정부 시절 모든 부동산 규제를 망라했다는 8.2 부동산 대책의 후속조치다. 부동산 단속을 할 때마다 '반짝' 효과만 봤던 과거와는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8월 11일 기준)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 가격은 0.25% 하락했다. 강동구(-0.28%)와 송파구(-0.07%)의 가격 하락폭이 컸다. 부동산114는 8.2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가격을 낮춘 매물이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환석 KEB 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이번 세무조사는 어떻게든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세무조사가 증여뿐 아니라 소득 등 다른 사업을 한다고 할 때 완벽하게 안되는 사람도 있고, 자금 출처도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팀장은 또 "많이 걸릴 게 있는 사람들은 세금 부문에서 철저하게 하지만, 걸릴 게 많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세금과 관련해)철저하게 하지 않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면서, "이런 부분에서 매매를 촉진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태그:#8.2 대책, #아파트, #단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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