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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배고프다.' 식욕은 인간의 본능입니다.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행복입니다. 지난 8월 11일부터 17일까지 6박 7일 동안 도쿄를 여행하며 보고 먹고 느낀 점을 연재합니다.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고로 상이 맛집을 찾아다닌 것처럼, '고독한 대식가'가 되어 먹고 싶은 음식을 즐기며 도쿄를 맛봤습니다. - 기자 말

도쿄 여행 둘째 날. 본격적으로 고독한 대식가 여행을 시작했다. 전날 쿠로텐동을 먹지 못한 한을 풀기 위해 점심부터 거하게 먹기로 했다. 그에 맞는 곳은 산짱식당(三ちゃん食堂). 가나가와 현(神奈川県) 가와사키(川崎)에 있는 이 식당으로 가기 위해 롯폰기잇초메역에서 일정을 시작했다. 도큐메구로선을 타고 신마루코역으로 갔다.

아빠는 술 한잔, 아들은 밥 한 그릇

산짱식당 입구. 왠지 정겹다.
 산짱식당 입구. 왠지 정겹다.
ⓒ 임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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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12시 18분께 역에서 3분 정도 떨어진 산짱식당에 도착했다. 첫 목적지에 이르렀다는 뿌듯함을 뒤로 하고 식당 문을 열었다. 정오를 막 넘긴 점심시간이었지만 이미 가게 안은 손님으로 가득 차 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계세요. 저 혼자인데요.(すみません。一人ですけど。)"

바삐 일하던 직원은 혼자 온 손님을 식당 가운데 테이블 자리에 합석시켰다. 자리에 앉자마자 속사포 주문을 했다. 묘가덴뿌라(冥加天ぷら, 양하튀김), 치즈 인 비엔나, 네기니쿠이타메(ねぎ肉炒め, 돼지고기 파 볶음), 카이센하루마끼(海鮮春巻き, 해산물춘권), 고로케카레를 시켰다. 생맥주(生ビール)도 빼놓을 수 없었다.

식당은 왁자지껄했다. 혼자 맥주 한잔하는 할아버지부터 안주를 잔뜩 시켜놓은 단체 손님까지 다양했다. 동네 밥집답게 편안한 분위기였다. 일본 식당에서는 여전히 흡연을 허용하는 곳이 더러 있다. 이곳도 마찬가지였다. 앞에 앉은 40대 커플은 같이 연기를 내뿜으며 얘기를 나눴다. 옆 테이블에서는 40대 남성이 6살 쯤 된 아들을 데리고 와 친구와 맥주를 마셨다. 아빠는 맛있게 먹는 아들을 보며 고기반찬을 하나 더 시켰다.

현지인도 궁금한 맛

일본인도 먹고 싶어 한 네기니꾸이타메. 대파가 수북하다.
 일본인도 먹고 싶어 한 네기니꾸이타메. 대파가 수북하다.
ⓒ 임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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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을 둘러보는 사이 주문한 요리가 연이어 식탁 위에 올랐다. 묘가덴뿌라를 소금에 찍어 먹었다. 바삭하면서 특유의 향이 퍼지는 것이 독특했다.

네기니꾸이타메에는 대파가 수북이 쌓여 있는데, 고기와 함께 먹으니 대파의 향과 돼지고기의 식감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뤘다. 곰탕에서 고기와 파를 건져 먹는 맛이었다. 파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좋아할 만한 메뉴였다. 맥주를 절로 부를 정도로 짭짤했다. 뒤에 앉은 중년 남성은 "이건 뭔가요"라고 물었다. 맛있게 먹는 모습이 식욕을 자극했으리라.

카이센하루마끼는 겉이 매우 바삭했다. 속은 새우 등 해산물을 간 것으로 알차게 만들어졌다. 고로케 카레는 메뉴판에는 없지만 주문할 수 있는 숨겨진 요리다. 카레는 흔히 맛볼 수 있는 전형적인 일본식 카레였다. 고로케는 속이 포슬포슬한 감자로 꽉 차 카레와 잘 어울렸다.

치즈 인 비엔나가 안 나와 직원을 불러 다시 주문했다. 주인 할머니는 미안하다며 웃었다. 맥주를 네 잔째 시키자 많이 먹는다며 놀라워했다. 안경을 내려 쓴 할머니 얼굴에서 베테랑의 기운이 느껴졌다.

가게 한 켠을 가득채운 메뉴판. 단골의 요청으로 생긴 메뉴가 꽤 많다.
 가게 한 켠을 가득채운 메뉴판. 단골의 요청으로 생긴 메뉴가 꽤 많다.
ⓒ 임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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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1967년 문을 열어 올해로 꼭 50년이 됐다. 선대가 운영하던 채소가게를 정리하고 그 자리에 라멘 전문 식당을 연 것이 시작이었다고 알려졌다. 100종류가 넘는 다양한 메뉴를 갖추며 서민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산짱식당. 학생부터 주당까지 모두 사랑할 만한 대중식당이다.

이름값 하는 '키친토모'

도쿄(東京) 인근에 있는 요코하마(横浜)는 도쿄와 다른 매력이 있다. 인구는 300여만 명으로 적지 않지만 도쿄에서 요코하마로 넘어오면 한적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저녁을 먹은 키친토모(キッチン友)는 요코하마시 하루라쿠(白楽)에 있다. 하루라쿠역에서 2분 내외 거리지만 작은 골목에 있어 초행길이라면 찾기 쉽지 않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스페셜 토모풍 야끼다. 양파와 돼지고기를 함께 구운 것인데, 양파의 양이 상당하다. 양파는 적당히 익어 무르지 않고 달다. 돼지고기를 곁들어 먹으면 반찬으로 제격이다. 돼지고기를 넣어 끓인 된장국인 돈지루(豚汁)는 구수했다. 곤약, 감자 등 건더기도 가득했다. 햄 포테이토 샐러드는 슬라이스 햄, 오이, 마요네즈, 감자 샐러드가 한 접시에 나온다. 특히 담백한 감자 샐러드가 돼지고기로 느끼해진 입맛을 잡아줬다.

애초 시부야로 넘어가 저녁 먹을 요량이었다. 하지만 요코하마 방향 지하철로 잘못 타는 바람에 이곳으로 계획을 바꿨다. 키친토모는 우연히 만난 '친구(일본어로 토모)'처럼 반가운 밥집이었다.

키친토모의 주인 할머니는 주방에서 이 작은 문을 열고 나와 2층으로 올라간다.
 키친토모의 주인 할머니는 주방에서 이 작은 문을 열고 나와 2층으로 올라간다.
ⓒ 임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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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색한 머리가 인상적인 주인 할머니는 2층에 있는 손님의 주문을 받기 위해 고령에도 1층 주방과 2층을 왔다 갔다 했다. 계단은 가팔라서 2층에서 내려다보면 아찔하다.1965년 문을 연 이곳은 양식과 일식을 함께 파는 퓨전 식당이다. 아무리 먹어도 배고플 젊은이들을 사로잡을 점보 햄버그 스테이크와 점보 런치가 주력 메뉴다. 요코하마에 온 여행객이라면 이곳에서 주린 배를 채우는 것은 어떨까.


태그:#도쿄, #산짱식당, #키친토모, #요코하마, #고독한 미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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